[Review] 어린 시절의 감성에 빠져들게 해주었던, ‘다락에서’를 보고나서

글 입력 2015.05.0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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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극장을 처음 발견하고 나서 느낀 점은 외관 자체도 매우 특이하고 색달랐다는 점이었다. ‘퍼즐인형극장’이라는 이름에 맞게 극장의 입구에는 정말 사람 같은 인형이 놓여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평범한 건물들 가운데 이색적이고 눈에 띄는 다락극장은 그 존재감이 대단했다. 또한 여타의 다른 극장과는 다른 색다른 모습의 다락극장은 다락극장이 위치한 ‘홍대’라는 장소와 매우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극을 시작하기 전 인형술사는 극장의 셔터를 아예 내려버린다. 극장 입구의 셔터를 내리자 정말 ‘다락에서’라는 공연의 제목과 같이 마치 소꿉친구들과 ‘다락’이라는 우리만의 공간에 모여 앉아 인형을 가지고 노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해주었다. 셔터를 통한 외부와의 완전한 차단은 관객들로 하여금 좀 더 온전히 어린 시절의 감성으로 빠져들도록 해주는 촉진제 역할을 한 것 같다. 셔터를 내림과 동시에 관객들은 더욱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인형극의 내용은 총 11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었다. 꼬꼬부부가 살아가는 이야기, 몸이 바뀌었던 두 친구의 이야기, 북극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 등등 이러한 에피소드를 보면서 나는 마치 어렸을 적 읽던 동화 속에 빠져있는 기분이 들었다. 동화책에 있던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림이 살아서 움직이는 동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웃음과 감동이 함께 존재하는 극 이였고,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와 감탄이 지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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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인형들만이 무대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형과 함께 연기하던 인형술사 분들의 존재가 아주 극을 더욱 재미있고 흥미롭게 이끌었다. 그 분들의 목소리, 그리고 표정 등이 극을 더욱 활기차게 이끌어나갔다고 생각한다. 또한 중간 중간 관객의 참여를 유도했던 것들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앞줄의 관객들에게 음악 도구를 나누어주어서 인형, 인형술사, 그리고 관객들이 함께 하나의 노래를 연주해나가던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극을 단순히 바라보는 수동적인 관람태도가 아닌 관객들도 함께 능동적인 태도로 극에 함께 참여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소규모로 도란도란 앉아 관객들과 연기자가 함께 모여서 노는 기분이 들어서 매우 즐거웠다. 흔히 공연을 보러 가면 그저 관람만 하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관객도 함께 참여하며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 아주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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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 인형술사 분들이 함께 등장하며 인형과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아닌, 인형들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공연하는 두 부분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두 부분이 정말 인상 깊었다. 첫 번째로는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는 소프라노 인형, 두 번째로는 백발의 피아니스트 인형이었다. 소프라노 인형은 정말 마치 실제 사람인 소프라노가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손의 움직임을 디테일하게 묘사하여 보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또한 백발의 피아니스트 인형의 경우, 옆에서 인형술사 분이 봄의 애벌레, 여름의 우산, 가을의 낙엽, 겨울의 눈과 같이 여러 가지 오브제를 이용하여 사계절을 표현해 주었다. 마지막 겨울 장면에서 흩날리는 눈 너머로 피아노를 치던 인형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이렇듯 사계절을 표현해내어 극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극의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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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다락에서의 특징은 극이 한국어가 아닌 체코어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체코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못 알아들을까봐 걱정을 했지만 그것은 전혀 걱정할 거리가 아니었다. 연기자분들의 표정, 의성어, 상징적인 언어들로 구성된 극은 체코어를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모든 극을 전부 이해할 수 있었다. 분명히 내가 모르는 언어이지만 인형과 연기자분들의 표현들로 극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측면이 신기하기도 하였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인형극’이 지니는 표현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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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에서’는 내가 여태까지 보았던 공연들 중에 단연 손에 꼽힌만한 공연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른 공연들과는 다른 색다름을 나에게 전달해주어서 매우 좋았고 공연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마치 비밀의 장소에 와있는 듯 한, 은밀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정말 인상깊었다. 또한 인형들로 표현된 극은 매우 예술성이 높았다고 바라본다. 사람이 주가 된 것이 아닌 특정한 오브제가 연기하는 극은 어떠한 느낌일지 매우 궁금했었다. 그와 동시에 인형들이 연기하고 표현하는 극은 어쩌면 사람이 연기하는 극에 비해서 감정의 전달 측면에서 그 효과가 조금은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는 ‘다락에서’를 보고 난 뒤 인형이라는 특정한 오브제가 연기하는 극은 사람이 표현하는 것 이상의 표현력과 전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조그마한 인형이 연기하는 손과 다리의 움직임, 몸의 미세한 표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그 작은 손짓과 발짓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감정 표현의 힘은 매우 대단하였다.


'다락에서'는 나에게 ‘인형극’이라는 것이 어린아이들의 전유물이며 감정의 표현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도록 해주었으며, 어린 시절의 감성과 인형극 특유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던 공연이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공연으로 앞으로도 잊지 못한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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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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