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세상을 구하는 자, 밥은 먹고 다니세요?[시각예술]

글 입력 2015.05.20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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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부터 화제를 일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The Avengers: Age of Ultron)」(2015)<어벤져스2>가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뉴스도 뉴스지만 <어벤져스2>가 개봉했음을 가장 잘 드러내는 건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히어로물이 방영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는 사실이 아닐까. 티비를 켤 때마다 영화 채널에서는 마블에서 나온 히어로만이 아니라 슈퍼맨에서 핸콕까지 다양한 히어로물을 방영하고 있다. 히어로 장르의 매력 중 하나는 각각의 히어로들 모두가 개성이 뚜렷하다는 점일 것이다. 오늘 다룰 두 픽션은 각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한 히어로가 나오는 만화영화로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2004)과 「메가마인드(Megamind)」 (2010)이다. 세상을 구하면서 밥은 잘 먹고 다니시는지? 그들이 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며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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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의 주인공인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왕년에 잘 나가던 슈퍼히어로로 원치 않은 은퇴 이후 자신의 정체를 숨기며 살아간다. 같은 히어로였던 엘라스틱 걸과 가정을 꾸려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맞지 않은 직장생활에 치여 살며 특별할 것 없는 생활을 이어간다. 옛 동료 프로존과 간간히 함께하는 야경꾼 노릇만이 화려했던 과거에 대한 향수를 달래줄 탈출구이다. 일상도, 직장도 히어로라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실현할 기회를 잃은 그에게 모든 것은 답답하게 느껴질 뿐이다.

 초능력을 지닌 부모 밑에서 나온 아들, 딸 역시 각각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 능력은 숨겨야 할 대상이었다. 이에 그 아들은 다른 사람을 놀리거나 조롱하거나 할 때에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고, 딸은 부모의 말을 듣고 스스로의 능력을 필사적으로 숨기나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소심한 아이가 되어버렸다. 자신의 타고난 능력을 억압받아 내면적으로 병들어 버린 그들을 ‘부적응자’라 칭할 수 있겠다.

 「메가마인드(Megamind)」의 주인공 메가마인드 역시 ‘부적응자’다운 면모를 보인다. 그는 외계인으로, 교도소에 불시착된 후 수감자들에게 교육받는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였기에 메가마인드는 학교에서 남들과 다른 모습 때문에 따돌림을 당한다. 즉, 각각의 작품에 등장하는 히어로들은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연관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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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갑작스러운 해고 후, 집에 돌아와 미라지라는 인물로부터 지령을 받게 된다. ‘신나는 일’에 굶주려 있던 그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에 미라지를 찾는다. 몇 주간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마치 옛날로 돌아간 마냥 충실한 나날을 보낸다. 가족 몰래 살인로봇을 무찌르는 그의 모습은 우리가 익히 아는 슈퍼히어로의 모습이다.

한편 메가마인드는 성인이 되어 훌륭한 악당으로 성장했다. 사고를 치고, 숙적 메트로맨과 싸워 패배한 후, 감금된 뒤 탈옥한다. 메가마인드는 슈퍼히어로와 주거니받거니 재담을 나누며 악행과 몰락과 재기를 반복하는, 사람들로부터 멸시받는 충실한 슈퍼빌런의 생활에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사회와 괴리되었을 때 두 히어로가 보이는 반응의 극명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사회가 자신을 거부하고, 때마침 과거의 영광이 자신을 향해 손짓하자 불나방이 전등에 이끌리듯이 히어로로서의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한편 메가마인드는 사회와 어울리지 않는 자기자신을 너무나 좋아하며, 이방인으로서의 역할을 성실하게까지 수행한다. 사회가 자신을 거부하였을 때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사회로부터 도망쳤고, 메가마인드는 사회의 거부를 긍정함으로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활약한다.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사회와의 삐걱거림을 자신의 본성을 사회의 바깥에서 표출하는 것으로 해소하였고, 메가마인드는 자신의 본성을 환경의 일부에 포함시킴으로서 역설적으로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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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히어로가 발견한 해답은 얼마안가 부정 당한다.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전혀 다른 살인로봇을 맞닥뜨리게 되고, 어이없이 제압당한다. 그의 앞에 나타나, 그가 단지 이용당했음을 알려주는 것은 현역시절 그의 팬이었던 소년, 신드롬이었다.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자신의 히어로 놀음으로 인해 과거의 동료들의 죽음에 일조하고, 그의 가족 또한 위험에 빠트린다. 천신만고 끝에 재회하나 싶었던 가족들은 곧이어 나란히 신드롬의 포로가 된다.

 메가마인드의 세계 또한 갑작스러운 붕괴를 맞이한다. 평소와 다름없이 라이벌 메트로맨에게 사악한 행보를 저지당한 메가마인드는 태평하게 다음 납치게획을 구상하며 메트로맨이 자신을 체포하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메가마인드는 의도치 않게 메트로맨을 이겨버린다. 자신을 저지할 숙적을 제거한 메가마인드는 도시를 지배하는 악당으로 군림하나, 얼마가지 않아 숙적 없는 악당으로서의 회의를 느낀다. 히어로가 없는 악당으로서의 삶은 무의미한 것이다.



 두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자신을 거부하는 환경에 대응하여 사회를 거부하거나, 사회에 반사회적으로 적응하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자신의 본성의 배출에 탐닉하여 주변과의 관계를 직시하지 못했고, 메가마인드는 자신이 적대하던 환경을 배제한 후에서야 자신이 없앤 것이 자신의 존재 의의였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혼란을 겪는다.

 이후 두 영화의 주인공들은 사회와 직접 마주하고자 한다. 인크레더블 일가는 탈출 후, 자신들을 거부한 도시를 지키기 위해 그곳으로 돌아온다. 가족들은 처음으로 서로와 함께 일하며, 자신을 거부한 도시에서 자신과 관계를 맺었던 이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이후 가족들은 자신들의 본성을 진정한 의미에서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들을 억제하거나 혹은 방치하던 부모들을 아이들의 가능성을 존중하게 되었다. 소심하던 장녀 바이올렛은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변화는 자신의 능력을 서투르게나마 조절할 수 있게 된 차남 대시에게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들의 본성과 환경을 조율할 수 있게 된 인크레더블 일가의 앞날에서 사회와 공존하는 이방인의 모습을 그릴 수 있게 된 관객은 비단 필자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한편 메가마인드는 자신이 부수어버린 환경을 복구하려 한다. 그 결과 그는 히어로를 만들어내나, 기껏 만들어낸 히어로는 이전의 자신보다 더욱 사악한 악당이 되어버린다. 메가마인드는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히어로의 역할을 자처한다.



 두 작품 속 히어로는 히어로로서 입지를 다지는 모습과 동시에 사회에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자신을 거부하는 사회를 거부하는 방식에서 사회와 스스로를 조율하는 방식으로 사회에 적응했다. 메가마인드는 애초에 사회를 완전히 받아들였지만, 사회가 자신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변함에 따라 그에 부응하여 자신 또한 변하였다. 자신을 거부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두 개성 넘치는 히어로를 통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것들이다.



[조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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