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주민들의 삶을 느끼다. '안녕? 안녕!' - 제 8회 이주민 영화제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5.2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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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2014년 11월, 제 8회 이주민 영화제 ‘안녕? 안녕!’에 참관하였다. 이주민 영화제는 2006년 ‘제 1회 이주노동자영화제’로 출발하였다. 영화를 통해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문화를 나눠왔던 영화제는 2011년 ‘제 6회 이주민 영화제’로 거듭나면서 다양한 이주민들의 삶과 아픔을 나누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이주민과 선주민 모두가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는 축제의 장을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내가 직접적으로 이주민 영화제라는 것을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학교에서의 수업 중 다문화에 관련된 공부를 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에 다문화 가정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안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고단함과 슬픔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교양 수업에서 영화 ‘방가? 방가!’를 보게 되었다. 영화 ‘방가? 방가!’는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도 영화관에서 보았던 영화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에는 영화에서 주는 내면의 깊은 메시지보다는 단순하게 겉으로 표현하는 인물들의 슬픔과 행복이라는 감정에만 젖어있었다. 다시금 내가 다문화에 대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면서 이 영화를 접했을 때는 이 영화가 겉으로는 코미디를 표상하고 있지만 내면으로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실과 그들의 힘들고 슬픈 삶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영화가 지니는 ‘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이주노동자 문제를 직시하고 있지 못하는 일반 대중들도 영화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영화가 가지는 힘, 그리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주민 영화제에서 이러한 ‘힘’을 지니고 있는 영화를 직접 이주노동자 출신의 감독들이 만들어서 상영을 하고, 다른 여러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굉장히 기대가 되고 설렜다. 그렇게 나는 이주민 영화제에 참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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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영화제에서 나는 총 2편의 영화를 보았다. 한 편은 이주민들이 직접 감독으로 참여해 만들어낸 ‘이주민 제작 단편 모음’이었고, 다른 한 편은 우즈베키스탄 안에서 차별받는 고려인의 삶을 그려낸 ‘하나안’이라는 영화였다. 두 편 모두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슬픔과 감동의 기억을 선사해주었지만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의 이주민 노동자의 실태를 조금 더 많이 표현해낸 ‘이주민 제작 단편 모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주민 제작 단편 모음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산타’, ‘굿바이’, ‘모래언덕의 소년’, ‘창문’의 총 4편의 단편 영화를 담아내고 있다. 이 네 편의 영화에서는 크리스마스 날 산타클로스 아르바이트를 하는 로빈,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왔다가 15년 만에 본국으로 돌아가는 슈먼, 몽골의 시골에 사는 12살 소년의 이야기,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몽골인 저르거. 이렇게 다양한 이주노동자들이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그들이 느끼는 한국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주노동자들에게는 같이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친구들, 좋은 한국인 친구들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에서는 차별과 무시가 존재하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산타’에서도 인력사무소의 직원들이 로빈을 무시하는 말투로 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한국인 남성은 ‘교수’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교수라는 직업은 한국사회에서 덕망이 있고 배움이 깊은 이미지를 지닌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런 지위에 있는 사람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피부색을 가지고서 무시하고 하대하는 모습에서 지위를 막론하고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이주 노동자, 그들도 하나의 인권을 지닌 인격체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고 하대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언어적 폭력은 물론이고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옳지 못한 사람들이 이주민들의 현실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주민들의 고단하고 힘든 삶을 느끼면서 나도 함께 마음이 아파왔고, 우리 사회의 이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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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제를 통해 이주노동자 출신의 이주민들이 감독이 되어 연출한 영화를 보았던 것이 가장 특별했던 부분이었다. 그들의 시각에서 그들의 생각의 방식으로 표현된 영화는 여타의 다른 상업 영화와는 분명히 다른 부분이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의미 있는 영화를 보았다는 것은 나에게 정말 좋은 기회였다.

이주민들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겪는 여러 가지 다양한 문제들, 그리고 그들이 직접 말하는 한국에서의 삶의 모습, 이주민 자신 스스로의 생각을 영화를 통해 전달받으니 그 진심어린 마음이 더욱 더 나에게 크고 깊게 다가왔다. 오히려 이것이 그저 책을 보고 공부를 했을 때보다 더욱 더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고 전달이 잘 되었다. 이렇게 영화제를 통해 직접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느끼는 감정들 하나하나가 정말 소중하였다. 다음 이주민 영화제에도 꼭 다시 한 번 참관하며 또 다른 다양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임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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