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지리도 찌질한 우주 고아 두 마리, 연극 ‘형제의 밤’

글 입력 2015.06.1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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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리도 찌질한 우주 고아 두 마리

연극 ‘형제의 밤’



김지현(ART Insight SNS 운영팀)


2015 형제의밤 포스터 - 3차 최종본(검정배경 수정)_대학로티켓닷컴추가본.jpg




형제의 밤 관람후기



<공연정보>

공 연 명 : 연극 '형제의 밤'
일 시 : 2015년 6월 2일(화) ~ 2015년 06월 28일(일)
시 간 : 평일 8시/토 4시,7시/일 4시/월요일 공연없음
러 닝 타 임 : 80분
관 람 등 급 : 만 12세 이상
장 소 : 대학로 키작은 소나무 극장
입 장 권 : 전석 30,000원
주 최 : 으랏차차스토리
예매처: 인터파크(www.ticket.interpark.com)
문 의 : 070-4203-7789





'뭐지 이건. 나 여기 계속 있어도 괜찮은걸까'


공연이 시작한 지 10분도 안돼서 드는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번째 씬에서 배우분이 갑자기 바지를 벗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속옷도 적나라하게 벗으려다가 도로 올리는 바람에 나는 진지하게 이곳에서의 탈출을 고민해야했다. 

당황함을 누르고 애써 집중한 공연은, 볼수록 ‘오’ 하고 감탄사가 나왔다. 배우들의 감정 연기, 그 속에서 묻어나오는 열정, 그리고 심리에 따른 섬세한 행동까지. 연기가 아니라 ‘진짜’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것은 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부모님의 장례식에 다녀온 후 집 안으로 들어와서 보여주는 행동은 둘 사이의 성격 차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수동은 침울하게 소파에 몸을 말고 웅크리는 반면, 연소는 술에 거나하게 취해 부러 과장된 행동을 취한다. 


침울한 수동.jpg


‘형제의 밤’의 두 주인공, 수동과 연수는 표현, 성격, 관점 등 모든 면에서 반대다. 그 차이로 인해 오해가 생기고, 갈등이 발생한다. 부의금을 나누는 문제부터, 존재 여부도 모르는 다른 형제 ‘수연’을 찾는 문제까지 그 둘은 끊임없이 대립한다.  

형인 수동은 헛똑똑이에 소심하지만 찌질하고 동생인 연소는 무식한데 대담하고 찌질하다. 둘 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 지지리도 찌질한 형제는 싸우는 것조차 찌질하다. 유치하게 서로의 사타구니를 약점으로 잡으면서 싸워대기를 하나, 액자 하나가지고 쪼잔하게 내가 얼마주고 샀네 갖고 가네마네 하지를 않나. 


형제의 밤 거시기.jpg


극의 초반에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싸우는 모습만 나온다. 하지만 이내 다른 형제, ‘수연’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증거가 나오자 둘은 좋든 싫든 힘을 합쳐 다른 형제를 찾기 시작한다. 이때 둘의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계속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수동에게 연소는 크게 화를 낸 것이다. 하지만 수동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밝히면서 둘의 갈등구조는 사그라들고 화해하게 된다. 

이 극을 보고 있자니, 나와 언니가 떠올랐다. 특히 연수와 수동이 유치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고 ‘언니랑 내가 저러는데’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일전에 언니와 한번 크게 다퉈 근 한달간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서로 자존심이 세서 한달동안 악바리로 버텼지만 사실 가슴에 가시가 하나 들어앉은 것마냥 마음이 불편했다. 
 

형제의 밤 멱살.jpg


연수와 수동도 계속 투닥투닥하지만 둘은 서로를 진심으로 미워하지 않는다. 진짜 미워했다면 상종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 둘은 참 다르지만 참 닮아있다. 피 한 방울 안섞였지만 둘 다 부모님을 많이 사랑했다는 것, 그리고 아직도 철부지라는 것 또한 서로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 단지 어색하고 상대방의 표현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뿐이었다.

나는 ‘형제의 밤’과 함께, 앞서 프리뷰에서 언급했던 ‘우리는 형제입니다’ 라는 영화를 같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정반대의 성격, 오해와 갈등, 서로에 대한 오해가 풀리는 과정, 그리고 그 후에도 계속 어색한 형제 관계를 보여주는 두 작품의 유사성이 꽤나 흥미롭다. 밑의 영상은 ‘우리는 형제입니다’의 예고편과 보너스 영상이다. 보너스 영상은 특히 형제의 밤에 나왔던 유치한 싸움과 굉장히, 매우 비슷하다.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 예고편




공연을 본 뒤 조사를 조금 해보니, 극 중에서 ‘3의 법칙’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의문 모를 보이스피싱(사실은 수연의 전화였다!)이 3번이나 걸려왔다는 것, 수동이 ‘수연’의 주소 메모지를 찢어버려 예상되는 번호 3개에 전부 전화를 걸어봤다는 것 등이다. 이는 사건의 개연성을 부여해주고 일관되게 진행되는 역할을 했다. 또한 극의 전개에 있어서 긴장감을 유발시켰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3의 법칙이 형제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문제와, 또 다른 형제 수연을 찾는 문제와 맞물려 너무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해결까지의 과정에 너무 불필요한 장면이 많았다. 수연과 연소의 갈등 부분에서 비슷한 얘기를 계속 반복하며 갈등 단계의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한 가지 좋았던 것은 갈등의 단계에서 ‘연소’역할을 맡으신 분이 굉장한 열연을 해주신 덕분에 갈등 단계의 긴장감은 톡톡히 맛볼 수 있었다. 내가 여태 본 공연 중 제일 열심히 연기를 하셨던 분이었다. 둘의 싸움을 듣고 있는데 부모님의 싸움을 지켜보는 아이처럼 불안하고 무서웠다. 굉장한 흡입력이었다. 


칼들고 형제.jpg


전체적인 무대 구성에 대해서도 잠시 언급을 하겠다. 큰 공간은 아니었지만 적절한 소품의 배치와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하는 동선 덕분에 무대가 크게 느껴졌다. 무대에 있던 소품 중 사용하지 않는 소품이 없었을 정도였다. 특히 인상깊었던 장면은 창틀 앞에서 배우가 창을 열면 밖의 빗소리가 점점 커지는 효과음이 들렸던 것이었다. 사실적인 효과음 덕분에 분위기가 살아났다. 


형제의 밤 무대.jpg


마지막 장면에서는, 추운 지방의 문틀 안에 연소와 수동이 하나의 외투를 반씩 나눠입고 ‘수연’의 ‘연’을 기다리는 장면이 나온다(이게 무슨 뜻인지 알고싶으면 공연을 보도록!) 이 장면은 돌아가신 그들의 어머니가 ‘둘로 태어나 하나가 되고 하나에서 둘이 되어 가는 것’ 이라고 하셨던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추워도 외투에 하나씩 팔을 끼워넣은 두 사람은 한 코트를 나눠입으며 온기를 나눈다. 둘이지만 하나고 하나지만 둘이다. 그리고 이 말이 적용되는 또 다른 형제 ‘수연’까지. 혼자이지만 외롭지 않은 우주고아들의 얘기였다. 


형제의 밤 마지막 장면.jpg


마지막은 함께 연극을 봤던, 남동생이 있는 내 친구에게 물어봤던 공연 평가이다. 앞으로는 같이 공연을 관람한 친구들에게 공연평을 들어볼 예정이다! 기대해주길 바란다 :) 양군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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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및 참고자료>







[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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