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루이비통 백 위의 캐릭터들, 우리는 왜 그들에게 매료되는가 [문화 전반]

글 입력 2015.06.2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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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뭐야? 귀엽기는 한데, 좀…


루이비통과 일본의 신진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의 콜라보레이션이 시중에 등장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이상하다’, ‘특이하고 귀엽다’ 등으로 나뉘었다. 두 거장이 만나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기는 했지만,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루이비통의 진정한 명품 가치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던 일부 소비자들은 한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잃고 싶지 않다고 못을 박았으며, 미술계 팬들은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이 상업화되는 것을 바라보고 싶다는 의견까지 내놓았다. 그렇다면, 창조산업계는 어떤 효과를 기대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현대미술-패션 콜라보레이션>을 내놓았을까?



일석이조(一石二鳥)


한자 뜻 그대로, 창조산업계는 위의 특별한 시도를 통해 두 마리의 새를 잡을 수 있었다. 지갑에 수놓인 것은 단지 이상하게 생긴 캐릭터에 불과했지만, 사람들은 그보다도 더 이상하리만치 지갑에서 눈을 떼지 못했으니 말이다.



1) 패션계 – 새로운 마케팅으로 소비자층의 범위를 넓히다


현재의 콜라보레이션 산업은 패션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 중 하나가 되었다. SPA 브랜드인 H&M의 경우 꼼데가르송, 마돈나, 지미 추와 협력하였고, 덕분에 별다른 광고 없이도 수많은 소비자층을 뒤흔들 수 있었다. 그들의 시도는 SPA 브랜드임에도 콜라보레이션 라인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명품과 비슷한 가치의 상품을 구매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큰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다른 명품 브랜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오랜 시간동안 품고 있던 그들만의 이미지에 콜라보레이션은 활기를 더해주었다. 위의 예시와 같이 루이비통은 무라카미 다카시의 원색적인 색채와 귀여운 캐릭터를 클래식한 핸드백에 수놓았고, 덕분에 소비자층의 범위가 더욱 넓어지는 효과를 얻었다. 회사들은 점차 다양해지는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했고, 그들만의 가치를 영원히 유지하기 위해서 때로는 색다른 도전도 해야만 했다. 결정적으로, 패션계는 더 이상 물품이 아니라 확장된 의미에서의 ‘문화’를 판매하는 업계로 거듭난 것이다.



2) 미술계 – 작가만의 특색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다


이를 넘어 미술계에서는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또 다른 효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신선하게 시도된 마케팅에 마음을 뺏겨 물품을 구입하게 된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예술에 대한 관심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현대미술이 지금까지 깊은 미적 이해를 필요로 했다면, 콜라보레이션 작업은 소비자로 하여금 미술을 단순히 ‘즐기도록’ 하기 때문에 미술계에 대한 전체적인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또한 미술작품의 예술성이 상업성으로 변질되어 자칫 키치(kitsch)에 불과한 그림이 될 수도 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현대미술에서는 더 이상 키치를 부정적인 개념으로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콜라보레이션 작업은 일상생활 속의 예술을 통해 항상 진지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현대미술을 조금 더 가깝게 하는 다리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그 어떤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미술을 미술 그 자체로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술에는 관심이 많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미술작품을 가까이 즐길 수 없던 소비자의 경우, 예술작품을 하나쯤 소장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갖게 되며 인기 있는 예술가의 손길을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효과를 누린다.



위와 같이 분석해본 콜라보레이션의 효과는 다양한 분야의 창조산업에 적용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선호하는 브랜드가 다음 라인업에서 어떤 예술가와 함께 할지 기대하곤 한다. 현대 소비자들의 셀 수 없는 요구로 더욱 복잡해진 창조산업계에서, 콜라보레이션이 던진 화두는 상상하기조차 힘들 만큼 광범위한 도미노효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전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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