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3) 장미로 엮은 이 왕관 [다원예술, 아뜰리에에르메스]

글 입력 2015.06.28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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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로 엮은 이 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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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_카메라를 든 여자_단채널 영상, 스테레오 사운드_00:36:10_2015




 장미로 엮은 이 왕관


일자 : 2015년 6월 25일 – 8월 23일

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_12:00pm~07:00pm / 수요일 휴관

장소 : 아뜰리에 에르메스

티켓가격 : 무료

주최 :  에르메스 재단 Fondation d'entreprise Hermes

후원 :  에르메스 재단 Fondation d'entreprise Hermes




문의 : 02.3015.3248





<상세정보>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는 6월 25일부터 프로젝트 팀 ‘p. 2’의 전시 <장미로 엮은 이 왕관>을 선보인다. ’p. 2’는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의 전시를 위해 안정주와 전소정이 일시적으로 구성한 프로젝트 팀이다.  모두 신작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예술가로서의 태도/자세를 성찰하는 <카메라를 든 여자>, 몸을 매개로 맺어지는 예술가와 모델, 보는 자와 보여지는 자의 관계, 나아가 그 모두를 포괄하는 확장된 시스템이 발생시키는 관계들의 얽힘을 풀어가는 <누드 모델>, 그리고 ‘예술 작품’이라는 실체로 구현되는 예술이라는 관념을 소리와 행위, 언어라는 세 개의 층위로 나누어 이를 3 채널비디오로 재구성한 <소리를 만드는 사람들> 등 세 점의 영상작업이 소개된다.



『장미로 엮은 이 왕관』이라는 제목이 붙은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이번 전시는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서로의 작업 과정을 지켜보아 온 안정주와 전소정이 하나의 관심사를 하나의 목소리에 담아낸 첫 공동 작업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스스로를 p. 2라고 명명한 두 작가는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면서 구불구불 이어지는 통로로 연결된 세 개의 방을 마련하고, 이 방들과 통로를 관망하는 손 모양의 조각을 중정에 놓아둔 전시 공간으로 관람객들을 끌어들인다. 세 개의 방에서 상영되는, 얼핏 별개의 이야기로 읽혀지는 영상작업들을 통해, 그들은 예술 창작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들과 서로 다른 판타지들이 시점과 층위를 달리하며 대립하고 충돌하며 다시 화해하는 과정 속에서 오랜 시간 예술이 꿈꿔왔던, 혹은 예술을 통해 꿈꿔왔던 '그 무엇'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안정주와 전소정은 자신들이 속해 있는 세상을 지켜보고 이것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각자의 방식으로 지속해 왔다. 세상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하고 있음에도 안정주와 전소정의 작업은 각자 현실을 조작해 내는 방식의 차이만큼이나 서로 다른 온도를 각자의 시선에 견지해 왔다. 그래서인지, 오랜 시간 서로의 작업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의견을 교환해 왔음에도 그들에게 있어 공동 작업에 대한 기대는 그다지 높지 않았던 듯하다. 그러던 중, 2012년에 열렸던 자신의 개인전 『이면의 이면』에서 선보일 작업으로 사용하기 위해 전소정이 준비한 글에 안정주가 곡을 붙인 것을 계기로 음악을 통한 일종의 공동 작업을 시험하게 되었고, 같은 해에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렸던 전시 『플레이타임』에서 두 번의 공연 「이면의 이면」을 선보였다. 음악에 대한 공통된 취미와 관심에서 비롯된 사소한 활동들과는 별개로, 2010년 스트라스부르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할 당시 두 작가는 각자의 작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새로운 방식과 태도로 성철적 질문들을 영상으로 옮겨내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때의 시도는 결국 「카메라를 든 여자」(2015)로 마무리되어 그들의 첫 번째 공동 작업이 되었고, p. 2의 전시 『장미로 엮은 이 왕관』을 이끌어낸 계기가 되었다.

「누드 모델」(2015)에서는 그 '예술'에 대한 자신들의 여전한 믿음을 관습과 제도 속에서 대립하는 꿈과 도취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누드'라는 옷을 입고 등장하는 누드 모델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이 작업은 미술을 전공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접해 봤을 누드 모델과 관련된 에피소드와 경험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영상작업이다. 서양미술사에서 누드는 '옷을 벗고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적이고 고전적인 '미(美)의 전형(典型)'으로 간주되어 왔고, 이러한 '미'의 추구는 누드 모델을 세우고 진행하는 우리의 미술 교육 현장에 여전히 잔재한다. p. 2는 미의 전형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주체와 타자의 관계, 교육과 제도의 문제와 같은 무거운 주제들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진지하고 무거운 어조로 드러내기보다는, 헛웃음을 유발하는 배우들의 취한 듯 무언가에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하는 대사와 행위 속에 슬쩍슬쩍 얹어 놓는다. 한껏 고양되어 예술가연하는 스스로에 몰입하는 다양한 군상의 모습을 예술에 대한 낭만주의적 태도로 번역해 내는 작가들의 수고는 예술의 가치와 위상, 존재에 대한 비판적인 담론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퇴색되지 않는 예술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다. 

한편, 허구적인 측면이 상대적으로 강한 「소리를 만드는 사람들」(2015)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온갖 현상들 이면에 그 현상들의 실제 소리를 만드는 사람이 따로 존재한다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전쟁이나 재난, 사고와 같은 비극적 사건들, 특히나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이 개입된, 드러나지 않는 부조리한 인과 관계의 피할 수 없는 결과로 말미암은 사건들을 기록한 자료 영상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에게 닥친 비극적 사건을 시각적 결과로, 그 결과를 직조해 내는 생각을 무보(舞譜)로, 생각을 구현해 내는 행위를 효과음 녹음 기술자의 작업 과정으로 연결시켜 보여주는 이 작업은 자의적으로 연결된 이미지와 소리의 관계를 통해 눈앞의 현실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는—혹은 예술이라는 관념에 접근하는—태도와 방식을 재고하게 한다.

p. 2가 전시의 제목으로 제안한 '장미로 엮은 이 왕관'은 「누드 모델」에 등장하는 한 인물의 대사에서 따온 구절이다. 지극히 아름답지만 가시를 품고 있기에 극한 고통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감히 머리에 쓸 수 없는 그 왕관은 누구라도 꿈꿀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쉽사리 다가설 수 없는 '예술가라는 지위'를 은유한다. 예술에 대한 변치 않는 믿음은 안정주와 전소정에게 끊임없이 자신들을 뒤돌아보게 하고, 자신들의 예술을 질문하게 함으로써 '장미로 엮은 이 왕관'을 꿈꾸게 한다. 「소리를 만드는 사람들」에서 암시되듯이, 이들에게 있어서 예술이라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행위와 연관된다. 눈앞에 놓인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하고 이해할 것이며, 이것을 다시 어떻게 극복해 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과 고민은 함께 공동의 작업으로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화두가 된다. 장미로 엮은 이 왕관을 스스로 머리에 쓰기 위해 그들은 예술에 다가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들의 행위를 다시 되돌아본다. 그리고, 이것은 바르톨트 힌리히 브로케스가 자신의 시 「검증된 눈 보조기」에서 제안했던, 망원경을 본뜬 오므린 두 손의 형상 「p. 2 망원경」(2015)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동그랗게 오므린 두 손을 통해 그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보아 왔던 현실을 좀더 세심하게, 좀더 예리하게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p. 2는 각자 서로 다른 관심사와 방법론으로 영상작업에 접근해 온 안정주와 전소정이 서로의 접점을 확인하고 이를 다시 부수는 방법들을 실험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구성한 프로젝트 팀이다. 이들의 공모(共謀)는 공통분모를 발견하고 이를 하나의 방향으로 전개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 혹은 함께 주목하지 않았던 새로운 제3의 것을 발견하고 이를 선택함으로써 익숙함을 창조적으로 파괴해 나가려는 시도에 그 의의를 두고 있다. 

- 아뜰리에 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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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 <누드 모델>, 2015, 싱글채널비디오, 37분 4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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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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