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불편한 깨끗함, 연극 < 모범생들 >

글 입력 2015.07.14 20:3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연극 <모범생들> REVIEW


2015모범생들_포스터_성훈명준150422.jpg

 
2015.07.11 오후 3시,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진행된 모범생들을 보고 왔습니다!

멋진 남자 배우분들 4명이 수트와 교복을 넘나들며
훈훈(*^^*)한 광경을 선사해 주신 덕분에 
10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휙 지나간 기분이었습니다.
어쩐지, 관객 분들도 여성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시더군요!

이번 연극을 관람하며 너무나 좋았던 4 가지 요소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1. 연기

4명의 배우 분들 모두 캐릭터와 혼연일체된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주셔서 푹 빠져서 관람했습니다.

특히 반장 민영의 비열한,
또 소름끼치도록 냉정하지만 한편으로는 반박할 수 없는 차가운 논리와
주인공의 울부짖음과 고뇌를 나타낸 장면들도 인상깊었고, 
억울함과 비참함에 뚝뚝 떨어지던 눈물을 보면서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눈 앞에 펼쳐진 내 상황인 듯 몰입이 엄청났습니다.
하지만 단짝 친구 돌하르방의 수다쟁이 연기,
시간의 차에 따라 휙휙 달라지는 목소리 톤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 구성

첫 신부터 강렬한, 하지만 절도있는 움직임으로 구성된 안무가 펼쳐져서
'어, 이거 연극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잠깐 스치고,
중요한 심경의 변화들, 요동치는 감정들을 표현하기 위해 종종 등장하는 칼군무들은 
연극의 재미를 마구마구 높여 주었습니다. 

비슷한 구성의 연극을 했던 경험 덕분인지 가장 흥미로웠던 구성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돈을 빼앗기는 깡패를 마주치는
'원맨쇼'가 극 중간중간에 등장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듯한 극 구성에서 연극을 해 보았던 경험이 있는데, 
원맨쇼에서는 각 등장인물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이야기하고 행동하는지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게 되기 때문에, 각 인물의 특성이 확 드러납니다.

인물의 야망, 성격, 그리고 돈과 빽.
이 모든 것들이 인물의 말투, 행동 하나하나에 묻어나오고
'얼마나 비참하게 마무리 되는지'를 지켜보며
각 인물들의 입장에 하나씩 하나씩 가까워 질 수 있는 구성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3. 무대

무대는 '빛'의 완벽한 승리였습니다.

속마음을 휙휙 바꿔가며 비추는 스포트라이트,
선과 악에 선 아이들의 찻길 장면,
뿌연 연기가 피어오르는 쭉 뻗은 빛을 향한 길,
결혼식과 밝은 미래가 빛나는 앞길,
비참히 쓰러진 주인공 위로 작게 쪼그라드는 스포트라이트.
긴장감 넘치는 학교 장면에서 체스를 두듯 나누어진 바닥,
망연자실한 주인공 얼굴만 남기고 사라진 친구들의 얼굴,
꺼져버린 책상의 빛. 하나하나 말하기 힘들 정도로
어두운 무대 위에서 배우들을 정말 '빛나게' 해 준
조명들에 매우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4. 스토리

이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사실, 분명치 않다고 느꼈습니다.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얗게 걸린 수많은 와이셔츠들은 정의로운 검사의 옷이 될 수도 있고,
친구를 배신하고 백만장자가 된 옷이 될 수도 있죠.

'하얗다'라는 깨끗함 안에 숨겨진 알 수 없는 속마음,
누구도 그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는 꼭대기에서 살고 있는 상위 3%들이
우리에게 맹목적으로 우상화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

더러워 지고, 패배하고,
가끔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서 늘 성공의 길을 걸은 사람들이
깨끗함을 유지하기 위해 '밟아 왔던 것'은 무엇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또 그들만의 치열함을 욕할 수도 없는 것이죠.
반장 민영의 묘하게 설득력 있던 비열한 말들을 곱씹어 보면 볼 수록
이번 연극이 어렵고,
또 불편한 주제를 연극 속에 잘 담아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2015모범생들_상세페이지(기본).jpg
 

[손지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9.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