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억의 주관성, 연극 《기억의 체온》

글 입력 2015.07.2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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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체온(201507꼴통) 포스터.jpg
 

7월 20일, 예술공간 서울에서 연극 《기억의 체온》을 감상하고 왔다. 
기억의 체온를 보면서 짚어보고 싶은 부분을 몇 가지 정리해보았다.



1. 미스터리적 요소
   
   《기억의 체온》에서 가장 눈에 띄는 극적 장치는 ‘도플갱어’라는 초현실적 요소이다. ‘또 다른 나’를 뜻하는 도플갱어는 극중 인물들이 자신이 누군가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이다. 가나메는 자신의 남편 ‘시게루’의 도플갱어를 만나게 되며 자신이 모르고 있던 시게루의 모습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2. 믿음
   
   나에게 《기억의 체온》의 키워드를 딱 한 가지만 말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믿음’을 꼽을 것 같다. 극의 시작 장면에서 가나메와 가나메의 오빠 데루오는 (쓰레기장이 아닌 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 그들은 그 장소를 마치 성황당인 것처럼 (금줄을 두르는 등) 꾸민다. 데루오는 “여기에 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꾸며 놓으면 사람들이 신이 있다고 믿게 되고, 그 장소에 신이 깃들게 된다. 그리고 (신이 깃든 장소니까) 아무도 쓰레기를 버리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쓰레기를 버려서 쓰레기장이 되는 것이고, 성황당처럼 보여서 신이 깃들게 된다는 이들의 말은 작품의 주요 플롯인 도플갱어 생성의 과정과도 연결된다. 시게루가 있어야 할 곳인 도쿄가 아닌, 가나메가 사는 동네의 한 가게에서 시게루의 도플갱어가 생긴 이유는 가나메가 그 가게 안으로 시게루가 들어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가게 주인 시마의 동업자인 교코의 도플갱어가 생긴 이유 역시 시마가 불이 켜진 가게를 보고 그 안에 교코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믿음의 힘은 불가능한 것도 가능한 것으로 만들 만큼 강하다고 관객들에게 얘기하는 것이다. 

   이 믿음에 관한 개념은 다시 기억에 대한 믿음으로 연결된다. 내가 아는 그 누군가를 만드는 것은 그 사람을 규정하는 내 기억이다. 즉, 사람은 자신이 기억하는 데로 그 사람을 규정하지만 그 기억은 자신의 믿음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극의 제목이 기억의 ‘체온’인 이유의 근거가 여기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억은 객관적인 사실일 것 같지만, ‘체온’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처럼 굉장히 인간적이며, 주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가나메가 아는 (혹은 알았다고 생각했던) 시게루와, 도쿄에서 온 시게루2는 그녀에게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 가나메는 시게루2에게 이질감을 느낀다. 하지만 시게루2 역시 가나메가 모르는 시게루의 본질들 중 하나인 것이다. 시게루의 직장 동료인 여자 과장이 가나메에 대한 기억이 없는 시게루2에게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못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시게루의 도플갱어를 만나게 된 것은 결국 고민하던 가나메가 이혼을 결심하는 계기가 된다. 시게루는 가나메의 존재가 없어도 잘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3. 마치며

   프리뷰를 쓰며 자료에서 봤던 문구들 중,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 사람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이 아닐까?라는 카피를 다시 생각해본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끼리 얘기하던 자리에서 한 친구가 자기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자기 캐릭터가 다 달라진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나 역시 서로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 사람들을 대하는 나의 모습이 다른 것을 느낀다. 결국 어떤 사람을 많이 안다는 말은, 그 사람이 나에게 보여준 모습들 중 많은 부분을 안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많이 안다는 말을 쓸 때 조금은 조심스러워 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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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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