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책 읽어주는 여자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9.2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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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여자(1988)

영화는 액자식 구성을 취한다.
외부 이야기 속의 여성은 남편에게 “책 읽어주는 여자”라는 소설을 읽어주고,
내부 이야기 속에선 주인공 마리 콩스탕트가 등장하는 소설의 내용이 전개된다.




● 등장인물


마리 콩스탕트
영화의 주인공인 “책 읽어주는 여자 (The reader)” 이다. 
대학에서 문학과 연극을 공부하다 중퇴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름답다는 친구 프랑스와즈의 말을 듣고 
신문에 광고를 내서 책 읽어주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


에릭(첫 번째 의뢰인)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어 휠체어에 앉아 생활하는 10대 소년이다.


미셸 도트랑(두번째 의뢰인)
회사일로 바뻐 독서를 전혀 하지 못해 ’독서를 한 것 처럼’ 보이길 원해 마리에게 의뢰한 인물.


장군 부인 
자신이 100세라 주장하며 마르크스와 레닌,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인물.


코라리
바쁜 엄마로 인하여 혼자 집을 지키는 어린아이.


노판사
마리에게 노골적이고 변태적인 성 묘사가 되있는 책을 읽어달라 요구하는 인물.
그외 에릭의 어머니, 장군부인의 하녀, 마리의 남편 등이 등장한다.

 

● 책의 효용성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은 결핍된 면과 해소되지 못한 욕구들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그 결핍된 면을 마리와의 독서를 통해 치유하고 고쳐나간다. 마리 또한 어떤 직업(?)의식을 가지고 그들의 독서를 열심히 도우려 노력한다.
 
 
▶ 의뢰인① 에릭 :모파상 「머리카락」 ,「보들레르 시집」

   첫 번째 의뢰인인 에릭의 어머니에게로부터 연락을 받고 마리는 남편에게 첫 책을 고르는데 도움을 구한다. 마리의 남편은 쉽게 시작할 수 있으면서, 재밌고, 모든 연령에 다 맞는 모파상을 추천해준다. 먼저 마리는 에릭에게 모파상의 「머리카락」을 읽어준다. (사실 마리의 남편이 이 소설을 추천해줄 때, “왜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남자가 우연히 발견한 골동품 머리카락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로, 머리카락에 대한 에로틱한 묘사가 과연 모든 연령에 맞는 것일까.) 어쨌든, 머리카락에 대한 에로틱한 묘사가 진행되는 부분을 마리가 읽어줄 때, 에릭은 마리의 다리를 쳐다보며 야릇한 감정에 휩싸이고, 결국 정신을 잃고 만다. 의사의 말로는 ”밤새 환상에 시달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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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릭은 교통사고로 인한 하반신 불수로 처음 마리를 만났을 때의 표정에도 드러나듯이 삶의 의욕을 잃었었다. 하지만 마리와의 독서로 인하여 성적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마리와 독서하는 날이 지날수록 그의 표정은 점점 밝아지고, 말 수도 많아지는 등 독서가 꽤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걸로 보인다.
    


▶ 의뢰인② 장군의 미망인 :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장군 미망인의 의뢰를 받고 마리는 옛 문학 교수에게 책 선정에 조언을 구한다. 노교수는 자연주의 작가인 에밀 졸라의 「걸작(The Masterpiece)」를 추천해 주지만 자신이 100살이라 주장하는 장군의 미망인은 마르크스의 책 페이지 수까지 외울 만큼 마르크스 사상에 빠져 있는 인물이다. 「레닌과 러시아 농부들」, 「마르크스」, 「10월 그룹」등... 미망인이 가지고 있는 책들의 제목과 레닌 서거 기념일을 챙기는 모습으로 그녀의 사상을 짐작할 수 있다. 고민 끝에 마리가 고른 책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미망인은 마리가 그녀의 마르크스 사상에 동조해 주기를 바란다. 마리는 미망인과 노동절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서에 가기도 한다. 마리에게 마르크스를 읽게 하는 노부인에게 책이란, 자신의 사상을 전파하는 수단이다. 그녀는 마리가 다른 책들을 골라 와서 읽어주려고 해도 듣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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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군 미망인의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장면은 이 영화의 원작 작가인 레몽 장의 「벨라 B의 환상」이라는 소설의 내용이 미망인의 하녀의 이야기로 삽입되었다는 것이다. 「벨라 B의 환상」은 자신의 몸 속에 거미가 살고 있다고 믿는 여성의 이야기인데, 상당히 재미있는 소설이니 한 번쯤 읽어 봐도 좋을 소설이다.
 
 

▶ 의뢰인③ 미셸 도트랑 : 마르그리트 뒤라스 「연인」

   아내와 별거중이며 일 때문에 바쁘다는 세 번재 의뢰인, 미셸은 책을 읽지 않는다. 그는 고상해 보이고 싶을 뿐이다. 그는 자신이 고상해 보이도록, 문학에 대해 ‘아는 척’ 이야기 할 수 있기 위해 마리가 책을 읽어주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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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는 그에게 뒤라스의 「연인」을 읽어주지만, 책을 읽으면 코를 골며 자는 그에게 독서에 대한 열정은 조금도 없어 보인다. 그는 또한 성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남자인데, 마리는 그의 그런 문제를 육체적으로 도움을 주며 해결하는 것을 도와주는 동시에 책 읽어주는 일도 놓치지 않는다. 말 그대로 그가 어떻게든 책을 스스로 읽게 만들어준다.
 


▶ 의뢰인④ 코랄리 : 루이즈 캐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바쁜 엄마를 둔 어린 아이로 마리는 소녀에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주며 꿈과 환상을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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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를 읽다가 소녀의 나가자는 제의로 놀이공원에 가서 아이와 놀아주지만 아이가 갑자기 없어진 엄마의 신고로 마리는 아이를 유괴했다는 의심까지 받게 된다.


 
▶ 의뢰인⑤ 노판사 : 사드, 「소돔의 120일」

이 늙은 판사는 마리가 집에 오자 자신의 책장에서 오래된 책, 「소돔의 120일」을 읽어달라 한다. 이 판사에게 책은 자신의 음란한 판타지와 욕망을 이루워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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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노판사 뿐만이 아니라 판사의 친구들 앞에서 읽어달라는 요구를 받은 마리는 책 읽어주는 직업을 포기하고 문을 꽝 닫고 나와 버린다.
 

   그 후, 현실 속(외부 이야기)의 책 읽어주는 여자가 남편에게, 자신도 목소리가 아름답다며 책 읽어주는 일을 한다는 광고를 내 보겠다는 대사로 영화는 끝난다. 나는 이 영화를 절반은 이해하고 절반은 이해하지 못하면서 본 듯하다. 개연성 없는 에로티시즘적인 요소는 솔직히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여러 의뢰인들을 통해 ‘독서’의 역할에 대해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점은 정말 재치있는 묘사이다.  

   마지막으로, 영화 속에 등장한 많은 책들 중,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을 추천하면서 글을 마치고 싶다. 감정 묘사가 너무나 뛰어난 소설로, 책 뒷부분에서 주인공이 (연인은 아니지만 연인 이상이었던)중국인 남자와 헤어지는 장면의 묘사는 몇 번을 읽어도 아름다운 장면이다. 


[이슬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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