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화려하지만 우울한 '영화 블루재스민'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2.08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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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람이 언니 거짓말 한 거 알고 다 밝혀낸 거 아니야?"

"내가 거짓말했다고 그만 좀 말해줄래?
그래 내가 살을 좀 붙였을 수는 있어.
그리고 불쾌한 이야기는 좀 뺐을 수도 있고.
그치만 중요한 건 내 느낌, 내 생각, 내 유머감각... 그러니까 그게 나 아냐?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새롭게 꾸미기도 하잖아, 안그래? 
내가 그런 거에 허락까지 받아야 하니?"

"언니 약이나 좀 더 먹어, 총 맞은 것 같아."


영화 블루재스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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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민은 뉴욕 상류층의 모두가 우러러보는 삶을 살았던 여자이다. 원하는 것은 뭐든지 가질 수 있었고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었던 삶을 살았던 그녀다. 그런 그녀의 삶이 한 순간에 180도 변해버린다. 알고보니 남편은 사기꾼이었고 그로 인해 순식간에 빚더미에 올라 앉으면서 그녀는 늘 자신보다 부족하다 여기는 이복동생의 집에 얹혀살게 된다. 한마디로 집도 없는 빈털터리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재스민은 외출할 때 결코 그녀의 버킨백을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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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뉴욕에서의 호화롭던 삶에서 정 반대인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의 삶을 살게 된 재스민은 도저히 이 현실을 용납할 수가 없다. 이 현실에 절대 적응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재스민의 모습은 한 마디로 '웃프다'. 인정할 수 없는 현실에 그녀의 신경쇠약과 혼잣말은 점점 심해져가고, 여전히 과거에 발 묶인 채 허영을 부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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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와중 그녀에게도 한 줄기 희망이 생겼으니, 바로 부와 명예를 가진 외교관 드와이트라는 남자다. 이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녀는 다시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재스민에게 드와이트는 한마디로 그녀의 생존이 걸린 동아줄이었다. 악몽과도 같은 현실에서 자신을 구원해 줄 존재가 바로 그였다. 그렇게 그녀는 그의 앞에서 스스로를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이상적이고 완벽한 재스민으로 포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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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중요한 것은 다 거짓말 했잖아!"

"다 지난 일이고, 지금은 서로 사랑하잖아요. 
난 당신을 속인게 아니에요, 사랑한거지!"


사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을 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고 남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특히나 호감을 얻고 싶은 상대 앞이라면 더더욱 못난 모습은 최대한 보여주지 않으려 애를 쓴다. 그렇기에 이러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재스민을 보면서 마냥 미워하기가 어렵다. 그녀는 현실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그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인 것이다.

마지막까지 재스민은 자신의 거짓말에 당당하다. 그녀는 자신의 '거짓말'을 거짓말이 아닌 '본능'이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본능에 따라 기회를 붙잡으려고 노력(?)한 자신의 모습은 지극히 당연하고 현실적이다. 그리고 마지막 희망까지 날려버린 상황에서도 재스민은 이복동생 앞에서 '허세'를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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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민을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이런 외침이 들리는 것만 같다. '남들도 다 하는 거짓말인데, 뭐가 그리 잘못된거야? 너라고 뭐가 다를 것 같아?' 만약 재스민의 상황에 놓인다면 우린 과연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정말 모든 걸 솔직하게 다 내보일수 있을까. 홀로 벤치에 앉아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재스민의 마지막 모습이 더욱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 그녀로부터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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