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연극 떠도는 땅

글 입력 2016.02.2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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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소속되지 못하고 떠도는 동시대인들의 삶 <떠도는 땅>

 - 2014 창작산실 연극 대본공모 우수상 수상작- 2015 연극 창작산실 중
   유일하게 극작/연출을 겸하는 동이향의 당찬 도전!
 - 독자적인 연극 언어를 구축해가며 동시대 연극 모색을 추구하는   ‘극단 두’ 창단공연



연극 '떠도는 땅'

떠도는땅Poster_370x520_8th.jpg


시적 언어와 작가주의적 관점으로 꾸준히 주목받아온 극작가이자 연출가 동이향이 ‘극단 두’를 창단하고, 창단공연 <떠도는 땅>을 지난  2월 13일(토)부터 28일(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2014 창작산실 연극 대본공모’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5 연극 창작산실 우수작품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이번 선정작 중 유일하게 극작과 연출을 겸하는 작품이다.
시놉시스는 아래와 같다.





<시놉시스>


미스타 노는 빚에 쫓기는 인물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땅을 팔아 빚을 갚기 위해 20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다. 하지만 장례의 마지막 밤, 고향 마을에선 온갖 불길하고 모호한 사건들이 벌어져 미스타 노를 궁지로 몰아간다. 빈소에서 마주친 후배는 돈을 빌려 주겠다는 제안만을 남긴 채 사라졌고, 야시장에는 연쇄살인범이 나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중학생 딸은 자정이 넘은 시간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버렸다. 동네 노인들은 기르던 닭들이 굶어죽자 닭의 목을 치기 시작했고, 20년 만에 다시 보게 된 첫사랑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초라한 중년이 되어 나타났다. 그런 가운데 귀신을 본다는 아내의 불륜 상대는 미스타 노를 아버지의 땅 앞에 불러 세운다. 이제 그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시놉시스만 읽어봐도 굉장히 아리쏭하고 불길한 느낌이 충만한 연극이다.
(자료사진만 봐도 무서운 느낌이 물씬 들지 않은가!)
시놉시스를 읽고 이 연극을 감상한 솔직한 평은 이 연극이 상징성이 강한 작품이였다는 것이다.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연출방식을 바탕으로 
미스테리하고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끊임없이 보여주며 관객에게 불편함 또는 공포감을 유발한다.
무대 장치나 조명 효과는 극의 분위기에 맞게 세심하게 준비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지금까지 봤던 연극 중에서는 가장 제대로, 셋팅된 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대표_떠도는 땅_미스타 노와 가면들2.jpg
 

이 연극을 보고 작품에 대해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작가가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과 작품의도에 대해 
조금 더 주목해 보았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동이향 작가가 극중 상황과 상당히 유사한 경험을 한 것에서 시작된다.
동료의 부친상에 참석하기 위해 시골에 내려갔던 늦은 밤, 문상하고 돌아오던 피곤한 새벽에서 부터다.
이상하게 그 날의 느낌이 오래 남았고, 그게 왜 오래 남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 때의 감각을 이야기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완성하는 과정이 그렇게 쉬이 진행되지는 않았던 듯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밤, 한 가족이 외딴 시골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으로 요약되는 한 문장의 이야기가 완성되기 까지 5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동이향 작가는 스스로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관객에게 이 이야기가 리얼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신화적으로도 써보고, 사건도 여러 방식으로 만들어봤어요. 톤을 조절하는데 굉장히 어려웠고, 몇 년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작품 하나만 쓰고 있는데, 완성이 안 되니까 좌절이 심했죠." 

-보도자료 중


이렇게 수많은 선택과 실패를 거치며 5년의 시간을 축적한 희곡 <떠도는 땅>이 비로소 움직임을 시작했다.


땅이란 본디 새로운 생명이 자라나는 근원이면서도 생을 유지할 수 있는 것들을 공급하는 원천이다. 땅은 사람들이 발붙이고 살아가는 곳이며 동시에 생을 마감하고 돌아가는 곳으로서 자연스럽게 과거의 시간을 퇴적하고 미래의 시간을 약속하는 삶의 터전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현대적 삶의 조건들은 터전으로서의 땅을 돈으로 환산해 버렸고 그리하여, 마치 돈이 그러하듯이 땅 또한 떠돌기 시작했다. 사람이 땅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땅이 사람에 속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에서 삶이 머물 곳은 없다. 연극 <떠도는 땅>의 머물 곳 없는 삶은, 정주하고 은신하지 못하는 몸들과 실체 없이 옮겨 다니는 말들을 중심으로 구체화된다.

-작가 의도 중


제목에도 나온 '땅'이라는 소재에 대해 깊이 파고들었는데,
작가가 5년간 고심하여 완성한 흔적이 느껴지기도 했다. 
"사람이 땅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땅이 사람에 속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에서 삶이 머물 곳은 없다. "라는 
이 연극의 주제의식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떠도는 땅_노인들.jpg
 

하지만 스토리 전개자체에 대해 앞서 말했듯 불친절하고 설명이 생략이 되어
스토리 진행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웠다. 
주인공들의 대사도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것들이 많았고 
아직도 내가 작품을 감상하는 통찰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떠도는 땅_김대리와 미쎄스노.jpg
 

설명과 공부없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도 많은 한편, 클래식 음악이나 이러한 창작 연극처럼 미리 배경지식을 습득하고 작품에 대한 예습을 해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부분도 상당히 많은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작품들이 절대 무의미하거나, 또 영원히 이해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 더 대중으로 하여금 통찰력을 길러주고
깊이 있는 관점을 형성하도록 도와주는 매우 좋은 작품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무섭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을 꺼리는 편이지만
공포/스릴러물을 선호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연극을 추천할 의향이 충분히 있다.
다만, 관람하기 전 시놉시스와 리뷰들을 잘 읽어보고 가길 바라는 바이다.
약간의 스포는 더욱 즐거운 관람을 도와준다.


[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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