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함축, 기호시 [문학]

글 입력 2016.02.2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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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축(含蓄) : [명사] 1. 겉으로 드러내지 아니하고 속에 간직함. 2. 말이나 글이 많은 뜻을 담고 있음.  (네이버 국어사전)

'함축하다', '함축적이다'라는 표현은 단어나 문장이 겉으로 보이는 것 외의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뜻으로,
문학, 특히 시문학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입니다.  다들 중학교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많이 접해보신 단어죠?

시인들은 상징이나 비유를 통해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을 시 안에 압축해내죠.
이 '함축', '압축'이라는 표현이 그 어느 시보다 더 잘 어울리는 시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여러분 혹시 '기호시'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아니면 이 기호시를 읽어보신 분 계신가요?
저는 이 '기호시'라는 장르를 2013년 겨울에 처음 접해봤습니다.
바로 아래의 책을 통해서요.

기호여러분.jpg
 
기호 여러분 / 정성수
2012.01. 월간문학출판사

이 책을 처음 받아서 읽었을 때, 마지막 페이지까지 딱! 30분이 걸렸습니다.
시집이 다른 시집보다 얇냐면 그건 아닙니다! 다른 작은 시집들과 마찬가지로 100여 페이지로 이루어진
평범한 두께의 책이랍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읽었냐구요?
사실 이 시집은 맘먹고 읽으면 5분 안에도 읽을 수 있는 시들로 가득차있답니다.
글자를 읽는 것이 너무너무 졸리고 지루하다! 하시는 분들께 선물하기 좋은 책!
농담입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5분 안에 읽을 수도 있고 5시간 동안 고민할 수도 있는 시집이죠.

도대체 기호시가 뭐길래!! 그렇게 단순하면서 심오한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기호 여러분'에 수록된 시 한 편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기-그대의 신.jpg
 짠!
하하 '기호시'라는 이름에서 이미 짐작하신 분들이 계시겠지만,
다시 한 번 설명해드리자면 이 시집은 한 줄의 제목 아래에 딱 하나의 '기호'로 이루어진 시들이 쓰여있는 시집이랍니다. 독특하죠?



'시'에는 참 여러가지 장르가 있죠.
사전 한 권 분량의, 1만 5천 행이 넘어가는 '일리아드'같은 서사시가 있는 반면,
5언, 7언이 한 행을 이루는 3, 4행짜리의 짧은 한시도 있습니다.
행간 구분 없이 산문처럼 쭉 써내려가는 산문시도 있고,
시어를 시의 내용과 어울리게 도형으로 배치하거나 기호로 나타내는 도형시, 구체시, 기호시 같은 시들도 있지요.

도형시나 구체시 같은 시들을 보면 기호시와 마찬가지로,
'어, 저게 시야?'하는 느낌이 듭니다.

 

 
다운로드.jpg
apollinaire-dessin-ilpleut.jpg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Calligramme 입니다.
시구를 도형을 이루도록 배치해 시의 내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형식의 시죠.
아래의 시 [Il pleut...]는 프랑스어로 [비가 내린다]는 뜻이에요.
정말 비가 내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죠?



정성수 시인의 '기호시'는 이런 도형시들보다 훨씬, 아주아주 많이 단순화된 모양새를 띠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 편 한 편 읽다보면, 시의 제목과 기호가 절묘하게 어울려서
'혹시 작가가 의도한 내용이 이런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마구마구 든답니다.
그대의 신 = !!
현대 사회에 만연한 물질만능주의를 꼬집어주는 것 같지 않나요?

글자 한 자도 없는 이 시들을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은 다양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찌보면 제목을 잘 지었다고 할 수도 있고, 어찌보면 기호를 잘 택했다고 볼 수도 있는 이 '기호시'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100마디의 미사여구보다 굵고 짧은 한 기호로 깊은 뜻을 담아내는 것 같았거든요.
기호 하나로 열 가지의 생각이 들게 만드는 정성수 시인의 시.
페이지마다 글자가 없는 자리만큼 보이는 하얀 여백.
그 안을 우리의 생각으로 가득 채워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시 세 편을 소개해드리고 저는 이만 물러갈까 해요.
평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기-과거에 대한 인사법.jpg

기-나는 너의, 너는 나의.jpg

기-누가 추락을 두려워하리.jpg
[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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