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The Life Of Pablo] 칸예 웨스트, 자신을 돌아보다

글 입력 2016.02.2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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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14, 칸예 웨스트의 신보 [The Life Of Pablo]가 해외 스트리밍 사이트 “Tidal”에서 독점 릴리즈되었다. 칸예 웨스트는 SNS로 앨범 타이틀, 커버, 트랙리스트를 정신없이 바꾸는 통에 발매 시기가 많이 늦어지면서 구설수에 올랐었다. 논란은 논란대로, 기대치는 기대치대로 커진 상태에서 결국 발매가 되었고 또다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The Life Of Pablo]는 칸예 전집을 한 곳에 모아놓은 종합 선물세트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Late Registration]이나 [The College Dropout]에서 보여줬던 소울풀한 샘플링 사용, 하이피치의 보컬 등이 클래식 팬들의 귀를 사로잡고 오토튠과 강한 멜로디라인을 자랑하는 [808 & Heartbreak], 일렉트로니카 힙합의 신기원을 열었던 [Graduation]과 더불어 프로그레시브한 맛을 선사하는 [Yeezus], 앨범 하나에 스토리를 부여해 하나의 예술품을 오마쥬하는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까지. 이렇게 각양각색의 테마를 하나의 앨범에 전부 담으려 한 흔적이 보여 그의 노력이 가상하다.

 

또한 앨범을 듣다보면 이게 힙합 앨범인가 할 정도로 곡들이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기본적인 힙합 비트는 고사하고 컨셉이 ‘Gospel’인 만큼 성가대에서 불러도 될 법한 트랙이 있는가 하면, 팝 느낌이 물씬 나는 트랙이 있기도 하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전반적인 앨범의 느낌을 읊어보자면 난리법석이다. 지금껏 보여주었던 그만의 방식을 전부 섞어서 각기 다른 장르로 표현한 트랙들의 에너지는 파워풀하고 압도적이다. 하지만 새하얀 도화지에 자기 생각을 두서없이 써내려가는 광기에 사로잡힌 예술가의 면모가 보이는가 하면, 그냥 앨범 구성을 이렇게밖에 짜지 못했나 라는 생각이 들게도 하는 아주 기묘한 작품이다. 칸예 본인이 본인 입으로 대작이라고 표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듯 하다.

 

허나 칸예답게 프로듀싱 자체로는 상당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앞서 말했듯이 칸예의 모든 스타일이 한꺼번에 방출되기 때문에 듣는 이의 감정을 풍부하게 채워준다. 전반적으로 거칠고 둔탁한 드럼의 질감이 이상하게 몽환적인 기류를 조성하며 그 위에 얹어지는 멜로디와 화음은 부드럽고 매혹적이며 강렬하고 치명적이다. 더욱이 다양한 음색의 보컬은 각 트랙에 완벽한 마침표를 찍어준다. Ultralight Beam의 켈리 프라이스의 보컬, Wolves에서 마지막 프랭크 오션의 등장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반면에 가사는 썩 좋지 않은 수준이다. 특히 Father Stretch My Hands Pt.1Highlights의 특정 부분의 가사는 충격적이었고 Famous에서 테일러를 그런식으로 밖에 비하하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여전한 것은 그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칸예의 음악은 항상 새로웠고 도전적 이었다. 그는 첫번째 앨범에서 점차 외면받는 과거의 음악과 소통하는 법을 보여줬고 일렉 계열의 음반도 제작하면서 트렌드 세터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또한 듣다보면 고개를 갸우뚱 할 진보적인 사운드로 독창성의 입지를 다지고 코스가 잘 짜여진 하나의 미술관 같은 작품을 발매 하기도 하였다. 한 사람에게서 나왔다고 하기엔 너무나 입체적인 색감을 총망라한 앨범 이라니 그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결과물에 박수를 보낸다. 현재 이 앨범은 공식적으로 파이널 버젼을 위한 재 작업 중에 있다. 곧 돈을 지불하고 손에 쥘 수 있는 CD 한 장이 또 한번 음악계를 강타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형인 그의 이번 행보도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기 에는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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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예는 가끔 과하기도 하지만 자의식이 굉장히 강한 아티스트이다. 그는 자신이 무대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는 자신을 관람할 수 없다는 것을 가장 아쉬워하는 사람이다. 그만큼 자신의 퍼포먼스와 음악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을 음악으로 놀라게 하는 재주를 가졌다. 물론 가끔 도가 지나쳐 심각한 나르시스트로 비춰질 때도 적지 않다. 최근엔 SNL 뒷무대에서 상의없이 무대 조명을 바꾼 스태프에게 화가 나 난 인류에게 스탠리 큐브릭, 파블로 피카소보다 훨씬 영향력있으니 나랑 대적할 생각 마라며 분노를 터뜨린 바 있다. 그의 모습이 어느정도 상상이 되는 멘트이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그의 음악적 파급력은 생각 이상으로 어마어마 하다는 것이다.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세간의 화제를 몰고 오는 것은 물론이요, 파격적인 모습으로 음악계를 쥐락펴락하는 모습을 보면 왜 그가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생기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새로움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칸예 웨스트. 이번 앨범은 새롭다기보다는 오히려 안정적이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의 뒤를 돌아보는 Feedback에 더욱 가깝지 않나 싶다. 정신없는 앨범 구성은 그의 삶을 대변해주듯이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추억의 잔재에 사로잡혀 있지만 그는 그가 걷는 길에서 벗어난 것이 아닌, 지난 날들을 회상하며 이리저리 널부러진 기억의 조각들을 줍기 위해 잠시 멈춰선 것 뿐이다. [The Life Of Pablo]는 고뇌의 흔적이 역력한, 굉장한 수작이지만 사실 더욱 기다려지는 것은 다음 앨범이다. 숨을 가다듬은 칸예는 소리를 정제하고 다듬어 자신의 삶에 방향성을 부여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끝으로 앨범 타이틀의 ‘Pablo’는 해석의 자유가 있다. 크게 초현실주의 화가 파블로 피카소, 혹은 콜롬비아 출신의 마약왕 이었던 파블로 에스코바 두 명으로 압축된다. 그들이 세계에 미친 영향력은 거대했고 칸예는 그 영향력을 동경하며 타이틀을 정했을지도 모른다. 흩어진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 완성된 그림은 칸예 자신일까 동경의 대상인 파블로일까. 그것은 칸예의 선택에 달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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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 in life is promised except death.

죽음을 제외하고 인생에서 결정된 것은 없다.”

- Kanye West

[김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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