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 , 삶에 애착을 가진 심청을 그려내다.

글 입력 2016.04.28 21:1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심청4절_2_50%.jpg



'선주'와 '간난'의 이야기로 다시태어난 '심청전'

    원전에서 착한 심청은 공양미 삼백석에 인당수에 빠진다. 어린시절에는 효심이 갸륵한 착한 소녀를 보고 감동받았다. 하지만 머리가 큰 지금은 다른 생각이 든다. 심청은 살고자하는 욕망이 없었을까? 효심이 갸륵한 것은 좋지만 살아서 아버지를 모시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원하는 삶의 그림을 조금이라도 그려보고. 삶의 애착이 심청에겐 없었을까?  연극 '심청'은 5대 판소리 중 하나인 '심청가'에서 그 모티프를 따왔다. 주인공의 이름은 '간난'. 이 극은 '간난'과 '선주'의 이야기다. 선주는 일생동안 9척의 상선으로 중국과 무역을하며 매 해마다 처녀를 출항길에 제물로 바쳐왔다. 이번에 재물로 바칠 처녀는 바로 간난. 간난은 겉모리 스무가마에 의해 팔려왔다. 이번 연극의 작가는 이강백이다. 그는 <동아연극상>, <대한민국 문학상>, <서울연극제 희곡상>,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등을 수상했으며 서울예술대학에서 극작과의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죽음을 설득당하는 '간난' 

  연극 심청에서 간난은 원한적 없는 죽음을 강요당한다. 상선이 중국으로 향하는 뱃길에서 제물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물인 간난은 지금까지와의 다른 제물들과는 다르다. 생에대한 애착이 강하며 재물이 되어 죽는 것을 격렬히 거부한다. 일평생동안 처녀를 제물로 바다에 바쳐온 선주는 간난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까지를 기다린다. 간난이 죽음을 택하도록 선주의 세 명의 아들도 간난을 설득한다. 처음에 아들들은 간난을 하나의 인격체 '간난'으로 보지 않는다. 그들에게 간난은 단지 바다에 빠져 죽어야하는 제물일뿐이다. 그렇기에 의지를 가져서도 안되고 생에대한 애착을 가져서도 안되며, 순순히 바다에 빠져 제물의 역할을해야한다. 


심청_간난.jpg


 
'간난'으로 태어난 삶에 대한 애착

  끊임없이 죽음을 종용당하는 간난. 하지만 아들들이 설득하면 설득할수록 '간난'의 생에 대한 애착은 더 드러난다. 첫째 아들이 '심청전'을 읽어주며 효녀는 죽어도 그 효심으로 보상받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간난은 자신에겐 효심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녀에게 아버지는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며 자신을 학대한 존재다. 그를 위하여 자신이 죽어야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한다. 둘째 아들에게 바다에 빠진 이후에 영생을 얻어 왕비가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도, 간난은 자신으로 살고싶어한다. 그는 왕비가 아니라 '간난'으로 태어났다. 아이러니한 것은 세 아들이 재물로 죽으면 좋은 이유로, 죽음을 설득할 때마다 간난의 삶에 대한 애착은 더 커진다는 것이다. 둘째 아들의 설득 이후에 간난은 한글을 배운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가, 갸, 거, 겨'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 '박간난'을 쓰는 것이다.


attachImage_4226440882.jpeg
 


선주가 기다리는 것은 '자신의 죽음' 

  아이러니함은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죽음을 설득해야하는 '선주'는 '간난'을 죽음으로부터 자유롭게하고자한다. 즉, 연극의 마지막 부분에서 "지금라도 이 곳을 떠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선주'에게 '간난'은 동병상련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선주'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있다. 그간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성찰하기도하며,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연극 내에서 그의 죽음은 곧 '간난'의 죽음과 동일시된다. 그러기에 '간난'이 강제로 죽음을 맞이하게하고 싶지 않다. 실상 그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간난'의 죽음이 아니다. 바로 '자신'의 죽음이다. 연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간난'을 '마마'라 칭하며 극진하게 모시는 선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선주가 마마를 모시듯 극진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은 바로 우리 인간이 죽음에 임하는 태도이다. 그리고 죽음은 실존적 문제다. 


attachImage_3299420644.jpeg
 

  이번 연극은 '간난'과 '선주'의 이야기와 '죽음'에 초점이 맞춰져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연극이 전체적으로 무겁지는 않다. '간난'에게 죽음을 설득하는 '세 아들'들은 마스크부터 행동, 대사까지 캐릭터가 또렷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진지함에 웃음이라는 코드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판소리 다섯 마당과 다른 색다른 '심청'을 만나고 싶다면 이번 연극을 추천한다. 



[최서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9.1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