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었던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

글 입력 2016.06.25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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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호호.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가 무대에 오른 6월 23일 밤,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은 극이 진행되는 내내 남녀노소 모두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나 역시 모든 공연이 끝나고 난 뒤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재밌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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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 있는 인물들:)

  100분의 공연 시간 중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은 까탈리나 부인, 순이, 재판관 아치 등 등장인물들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은 총독 부인 까탈리나와 재판관 아치였다. 

 반란군으로 인해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된 상황. 까탈리나 부인이 가장 먼저 챙겼던 것은 아들인 미헬이 아닌 그녀의 값비싼 드레스였다. 부인이 미헬을 위해 했던 말은 단 한 마디뿐이었다. “유모, 미헬 챙겨!” 미헬은 분명 유모의 아들이 아닌데 말이다. 뿐만 아니라 미헬을 두고 열린 재판에서 까탈리나 부인은 미헬을 버린 건 자신이 아닌 정신없는 유모라는 말을 내뱉음으로써 오랜 시간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을 강렬히 보여주었다. 생모이긴 하지만 진정한 엄마로서는 자격미달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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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중에서 미헬을 두고 벌어진 하녀 순이와 까탈리나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재판관 아치는 공연을 보러 오기 전부터 기대를 했던 인물이었다. 재판관을 술주정뱅이로 한 설정이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아치는 시작부터 한 손엔 술병을 들고 우스꽝스러운 음악과 함께 등장했다. 재판관 자리가 낮다며 법전을 깔고 앉는 모습은 그가 얼마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인물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런 망나니 수준의 자유분방함때문에 오히려 모든 것은 필요한 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정의를 유쾌하게 실현시키는 그의 모습이 정말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이러한 개성 있는 인물들과 그러한 개성을 보여주는 극의 구성은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를 보는 내내 흥미를 자극하는 포인트가 되었다. 



퓨전음악, 서양과 동양이 만나다:)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를 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퓨전음악과 함께한다는 타이틀 때문이었다. 뮤지컬은 본 적이 있었지만 음악극은 처음이었고, 오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연극과 퓨전음악이 어떻게 버무려질지가 궁금했다. 

 연극이 주이기 때문에 음악이 뮤지컬처럼 내내 등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순이가 버려진 미헬을 돌보기 위해 산전수전을 겪을 때엔 순이의 심정을 대변하는 처연한 노래로, 아치가 등장할 때엔 그의 자유분방함을 보여주는 노래로 공연 내내 지루할 틈이 없게 해주었다. 또한 건반, 드럼 등과 더불어 대금(정확하진 않지만)과 같은 동양 악기가 만들어내는 선율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조화로웠고 덕분에 귀가 즐거울 수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 퓨전 음악, 해설자, 그리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까지. 개인적으로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는 짧은 시간 안에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던 것이 정말 많았던, 욕심쟁이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100분이라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흘러갔지만, 어떤 면에선 조금 산만하기도 했다. 해설자는 순경 역할까지 하느냐 분주했고, 아치의 현명함을 보여주는 장면이 네 번씩이나 등장해 불필요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는 개성 있는 인물들과 독특한 퓨전 음악을 통해 정의에 관한 깊이 있는 메시지를 유쾌하게 담아낸 연극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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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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