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단편소설집’

글 입력 2016.08.18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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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103번째 문화초대
:연극 ‘단편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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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출어람, 과연 푸르른 쪽빛만 나올까?


인간은 사회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다양한 관계에 얽혀 사는 동물이다. 이때 한 개인은 사회 속에서 때에 따라서 다양한 명칭을 가지며 살아간다. 필요에 의해서 어쩔 때는 부모로, 어쩔 때는 스승 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로 살아가는 것이 인간인 셈이다. 사회적 관계망을 맺지 않고서는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은 때때로 이러한 관계들 속에서 갈등을 겪는다. 어떠한 관계로 이뤄져 있느냐에 따라서 드러나는 갈등의 양상 또한 다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서로 다른 관계에서 등장하는 갈등의 양상은 모두 한 맥락으로 해석 가능하다. 바로 ‘마땅함’으로 해석가능하다.

누군가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부모는 부모에게 필요한 자질과 면모가, 스승은 스승이 마땅히 갖춰야하는 이상적인 모습이 있다. 스승은 이러이러 해야 한다는 불가피한 사회적 고정관념은 모든 관계에서 갈등의 씨앗이 되고 만다. 연극 ‘단편소설집’ 또한 사회적 관계로 만나는 이들의 갈등을 다룬다. 이때의 사회적 관계는 스승과 제자가 되겠다. 연극에 등장하는 리사 모리슨은 존경받는 단편소설 작가인 루스 스타이너를 흠모하는 대학원생이다. 루스 교수는 리사 모리슨을 지도하게 되었는데, 자신 앞에서 그녀를 종교라고 말하는 학생 리사를 보면서 애정어린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시작된 스승과 제자라는 이들의 관계는 6년간 이어져 온다. 리사는 루스의 지도를 받으며 인정받는 작가로 성장한다. 6년이란 시간 동안 이들은 스승과 제자 사이를 넘어 때로는 친구 같은, 때로는 모녀 같은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리사가 루스의 과거를 자신의 단편소설의 주제로 삼으면서 틀어지게 된다. 서로의 신뢰가 두터웠다고 믿었던 루스는 리사가 그녀에게 있어 치부와도 같았던 과거의 이야기를 한낱 소설의 주제로 삼았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 그렇게 이들의 관계는 깊은 갈등의 늪으로 빠지게 된다.
 
물론 리사가 루스 교수의 이야기를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서 써 내려 간 것은 분명 아니다. 그녀는 진심으로 루스 교수를 존경했고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녀에게 있어 루스 교수는 이상적인 작가이자 스승이었기에 자신이 어떠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도 당연히 칭찬하고 너그러이 받아줄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스승은 언제나 제자가 이뤄낸 것을 칭찬해 마땅해 해야 한다는 어떠한 고정된 관념이 리사가 루스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야함에 보다 확신을 보탰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루스 교수는 스승이란 타이틀을 달기 이전에 하나의 개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스승은 제자의 행동을 너그러이 이해해야해 라고 외치더라도 한 개인으로서 그녀의 인생 이야기는 보장되었어야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 있어서 스승은 제자의 앞날을 한없이 응원하고 자신보다 나은 인물이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물론 이것은 언제까지나 이런 관계가 유지 될 경우 가장 이상적이기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연극 ‘단편소설집’은 이러한 사회적 관계에 보다 고차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스승과 제자는 어떤 관계로 존재해야 하는지, 한 개인의 창작물에 대한 윤리적, 도덕적 문제로도 나아간다. 사회적 관계 유지로서 관계적 인간이 우선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관계 이전에 개인으로서 존재해야하는지 다각도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연극이다. 물론 나는 사회적 관계 이전에 내 개인적 존재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여하튼 스승과 제자 관계에서 청출어람만을 바라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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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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