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언더스터디'

글 입력 2016.11.1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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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너를 좌절시키기 위해
태풍과 암초가 복병처럼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래도 너의 범선을 멈추지는 말아라.
미안하구나, 이번 항구에서 나 먼저 내리마"



극단풍등_언더스터디_포스터_최종.jpg 


연극 <언더스터디>는 자신의 일생 대부분을 무대에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노배우가, 16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한 ‘언더스터디’에게 배우로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그를 속이고 아름답게 퇴장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가족의 아픔과 눈물도 연기로 승화하며 평생을 연기에 바친 배우가, 마지막 공연에서 무대에 서지 않고, 무대가 아닌 자신의 분장실에서 연기를 하고 딸의 손을 잡고 떠나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배우1.jpg
 

셰익스피어의 작품 ‘베니스의 상인’을 연기하는 무대와, 그 연기를 하는 연기자의 현실 분장실.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서있다고 할 수 있는 배우들의 두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무대를 보며, 계단을 매개체로 하여 현실과 환상을 한 공간에서 꾸려나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연을 하는 배우들도, 보는 우리도 몰입도가 양분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와, 연극 안에 녹아있는 그들의 인생과 진심은 연극을 보는 나의 90분을 온전히 그들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집중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되게끔 했다. 


언더스터디홍보컷[12].jpg
 

마지막까지 연극 작품의 대사를 인용하며 퇴장한 노배우와,
그런 노배우를 끝까지 믿고 그의 결정을 존중하여 그의 뒤를 이은 언더스터디.
그들의 가족과 동료들.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화가는 그림을 남깁니다.
소설가는 책을 남기지요.
그러나 연극은 아무것도 남길 것이 없습니다.
제 배우인생은 언제나 그때 그 무대를 기억하는
여러분과 함께 지내온 세월이었습니다.

혹시라도 제 연기를 기억하는 분이 계신다면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유감스럽게도 저는 이번 항구에서 내립니다.

비록 오늘은 제가 샤일록을 연기하지 않지만
저보다 더 뛰어난 배우가
새로운 샤일록을 여러분께 선보일 것입니다.

끝으로 이렇게 어두컴컴한 객석에서 
저와 함께 감정의 교류를 하면서 
저로 하여금 배우로서의 자존심을 갖게 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극단풍등_언더스터디_웹페이지(임시).jpg
 

[조리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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