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왜 성욕은 죄가 되어야 하는가? 영화 '님포매니악'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5.3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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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포매니악'을 보았다고 말하면 주변에서는 대개 기묘한 반응을 보인다. 이상한 미소를 흘리는 사람부터, 변태라고 질색하는 사람까지. 하지만 대부분 "그거 '야한' 영화 아니야?" 하고 물어온다는 공통점이 있다. 찾아보니 홍보 자체도 포르노 영화 홍보하듯 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 영화는 외설을 가장 기반으로 두고 만들어졌다. '님포매니악'이라는 단어의 뜻 자체가 여성색정증, 즉 비정상적으로 높은 성욕을 가지고 있는 여성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나도 처음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바로 이 제목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샤를로뜨 갱스부르를 보기 위해서가 다였다.

 그러나 영화의 핵심은 외설이 아니라 철학이었다. 영화평 중에 '상상 이상으로 야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야하지 않다.' (네이버 영화 psb8*****) 라는 평이 있었는데, 정말 딱 들어맞는 말이었다. 수없이 많은 베드씬이 나오고 성기가 그대로 노출되지만, 이 장면들이 전혀 야하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오히려 깊은 허탈감이 밀려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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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포매니악은 사회적으로 또 종교적으로 죄로 취급된다. 선천적 성향은 그녀를 죄인으로 만들었다. 모든 이가 그녀를 싫어했다. 산꼭대기에서 바람과 싸워가며 홀로 버티던 나무처럼, 님포매니악을 앓고 있는 주인공 조의 인생도 철저하게 혼자였고 투쟁적이었다.

그녀는 한때 그런 자신을 사랑한다고 밝힌 적도 있으나, 결국엔 여생을 성적 욕구를 포기한 채로 살아가기로 마음먹는다. 자기자신을 부정해야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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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포매니악은 정말 죄일까? 만약 죄가 아니라면, 그녀의 성향으로 인한 많은 부수적 사건들도 죄가 아니었을까?

왜 사람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인 성욕은 여러 충돌들을 불러일으킬까? 왜 긴긴 인류사를 거쳐왔어도 여전히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있는 것일까? 

님포매니악이 일생에 걸쳐 억눌러야 하는 죄악이라면, 애초에 이런 성향이 왜 존재하는 것일까? 자신의 성향을 자연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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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는 섹스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기에 사랑마저 버렸다. 나는 내게는 사랑이 섹스보다 중요하다고 자신한다. 그런데 '사랑은 질투를 가미한 욕정에 불과하다' 라는 그녀의 말에 왠지 납득이 갈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섹스를 배제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나도 성욕이 충족되지 않으면 극중 조처럼 내 가족을 버리고 떠나게 될까? ​음... 그건 너무 극단적인가.
​그래, 조의 인생은 극단적이었다. 뭐든 과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옛말이 들어맞는 경우다. 하지만 선천적인 성향으로 인한 극단이 왜 죄로까지 여겨져야 할까?

정말 지금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그런 삶을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늘이 내린 성향을 어쩔 수 없이 등에 지고, 죄인의 이름으로.


[명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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