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를 담아 만드는 요리

'킨포크 테이블' 리뷰
글 입력 2018.01.2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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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난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인간은 무언가를 먹는다. 너무 일상적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먹는 행위를 <킨포크 테이블>과 같은 요리에세이를 읽을 때면 곰곰이 생각해 본다.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본능적이고 필수적인 행위이다. 단지 그 뿐이라면 동물의 먹는 행위와 인간이 먹는 행위는 다를 게 없겠지만 인간은 식재료를 요리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그것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만큼 먹으며 '식사'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게다가 오래 전부터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친분을 쌓고 유대를 강화했다.

 같이 밥을 먹는 사람에게 남다른 애정을 가지는 것은 모든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 역시 '식구(食口)'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인간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함께 먹는 이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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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킨포크 테이블>은 어떤 요리 에세이집보다도 요리를 하는 사람과 그 음식을 함께 먹는 사람에 높은 비중을 둔 책이었다. 매거진 [KINFOLK]의 창시자이자 이 책의 작가인 네이선 윌리엄스는 미국의 브루클린, 덴마크의 코펜하겐 등 몇몇 지역을 돌아다니며 만난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함께 그들의 레시피를 소개한다. 한 페이지에는 사람의 이름과 그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다음 페이지에는 그 사람이 소개하는 레시피가 나오는 식이다. 사는 도시도, 직업도, 가족의 형태도 다르지만 이들이 내놓는 소박한 한 끼 식사에는 공통적으로 그들 각자의 삶이 깊이 스며 있다. 몇몇 레시피에는 레시피 주인의 코멘트가 덧붙여져 있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여러 가지 레시피도 물론 흥미로웠지만 책을 읽을수록 자연스럽게 사람이 더 눈에 들어왔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사는 은퇴한 비즈니스맨 에비 요얀슨, 미국 포틀랜드에 사는 플로리스트 라일리 메시나, 미국 브루클린의 요리사인 서스맨 형제 등 나와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어떠한지, 그들의 식탁에는 어떤 요리가 오르는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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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는 사람 없이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이 있기 때문에 요리가 있고 식사가 있다. 살아오면서 형성된 그 사람 특유의 분위기와 가치관은 간단한 요리에도 고스란히 녹아든다. 하다못해 계란 하나를 삶을 때도 삶는 시간, 불의 세기, 냄비 뚜껑을 열지 닫을지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취향, 습관, 가치관 등등 의도하지 않아도 내가 하는 요리에는 나 자신이 들어 있을 수밖에 없다. <킨포크 테이블>를 읽다보면 화려한 요리비법 대신 사람을 알게 되는 건 그 때문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선보인 다양한 음식은 단순히 한 끼를 때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스스로를 소개하고 보여주는 하나의 작은 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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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어딜 가나 소통을 강조한다. 또 '자기 PR'의 시대라고도 한다. 세상은 자꾸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라고 한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건 기술의 발달이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를 더 멀리 있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안 하는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든 SNS가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없이 공유되는 짧은 게시물 속에 진짜 나는 얼마만큼이나 들어 있을까. 나를 보여줄수록 어쩐지 더 고립되는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일까?

 공허한 현대인에게 <킨포크 테이블>은 직접 차린 식사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는 창이 될 수 있다고 말해준다. 나를 담아 만든 요리를 타인과 나누어 먹는다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의 일부를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렇게 식사를 함께하며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을 갖는다. 그런 시간 속에서 행복은 느리게 다가와 오래 지속된다. 뭐든지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행복은 그런 종류일 것이라는 생각이 <킨포크 테이블>을 덮으며 들었다.





THE KINFOLK TABLE

지은이: 네이선 윌리엄스
옮긴이: 박상미
분야: 가정·생활>음식 / 취미·실용>요리
에세이>요리 에세이/여행 에세이
면수: 368쪽
정가: 24,800원
발행일: 2017년 11월 30일
ISBN: 979-11-5581-135-1 (13590)
판형: 280*203 양장
펴낸 곳: 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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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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