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8 산울림 고전극장 < 5필리어 >

글 입력 2018.03.05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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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산울림 고전극장 <5필리어>


  바닥 모를 깊은 수렁에 빠졌습니다.
심연에 빠진 나를 큰 물결이 집어삼킵니다.

나는 외쳐 부르고
부르다 지쳐 떨어졌고,
내 목은 바싹 말랐습니다.

나의 눈은 하나님을 기다리느라 짓물렀습니다.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하는 자들은
내 머리에 난 머리카락보다 많습니다.


 「시편」 69장의 일부분이자 <5필리어>의 대사이고 이 극의 끝 무렵 배우들이 관객에게 전해준 편지의 내용이다. ‘MeToo운동’을 통해 곪고 곪아버린 사회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이 시점에 등장하게 된 연극이다. 우리 시대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고통에 대한 인식과 사유에서 출발한 공연이었기 때문에 좋은 시도라 여겨졌고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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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여성들은 또다시 사랑받기만을 간절히 원하는 연약한 인간으로 그려지고 말았다. 오필리어들은 ‘권력’을 가진 ‘남성’에게 폭력을 당했고 그 장면은 거침없이 묘사되었다.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도 불편하고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그 고통은 극이 끝날 때까지, 아니 끝나고 나서도 이어졌다.

 결국에는 보여주기 식에 그치고 말았을 뿐만 아니라 또다시 여성을 그 프레임에 가두었다. 누군가는 이에 분노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 극을 보기를 바랐다. 여러 사람들이 이렇게 목소리를 내고 글을 쏟아내지만 어떤 이들은 이를 쉽게 부정하고 만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이 극이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부족하고 안일했던 내 모습을 다시 보았고, 아직 멀고도 먼 우리 사회가 보였다.

“웃어주지 말았어야지.”
“아름답지 말았어야지.”
“선을 그었어야지.”
“조심했어야지.”

 무고한 피해자에게 할 말이라기에는 너무 가혹하다. 너무 흔하게 하는 말들이고 듣는 말들이어서 더 답답하고 먹먹하다. 아니다.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다. 다섯 명의 오필리어를 포함하여 용기 내어 목소리를 내주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며 위로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 헤이 난 나니 나니 헤이 난 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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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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