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1931년 변흥례를 대하는 연극의 태도, "그때, 변홍례"

글 입력 2019.07.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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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변홍례>는 1931년 부산 초량동의 일본인 집에서 일하던 조선인 하녀 변흥례가 희생된 사건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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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때는 1931년 7월 31일 오전 세시 경 부산 초량철도대교 집 하녀 침실. 변홍례가 잠든 방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무엇을 하려고 처녀가 잠든 방의 문을 열었는가? 그것은 마리아의 방문을 연 자만 알 것이다.

경찰은 증거 하나 없는 이 사건을 '괴이하다.' 생각했다. 직접적 사망 사인은 질식사. 질식사 외에도 가슴과 입술에 물린 자국이 선명했고 복부에 석 차례 뾰족한 무언가에 찔린 자상이.. 근데 도대체 과연 누가 죽였을꼬?


기획노트

"‘사과’와 ‘그림 속 사과’ 사이를 걷는 연극"
"자기 목소리를 남에게 준 자들의 비극이자 욕망으로 기어 올라간 자들의 수직 낙하쇼!"

귀족층의 대교사장과 부인 그리고 내연남 정상, 조선인 청년 구일. 그들이 빚어내는 지옥도가 연극과 영화적 기법을 혼합한 새로운 방식으로 펼쳐진다. 1930년대의 영화적 연기법과 무성영화, 흑백영화기법은 과거와 현실을 넘나들며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의 관점을 쫓아간다. 연극 속의 영화, 영화 속의 연극, 그 층을 넘나드는 <그 때, 변홍례>는 기법의 자유로움, 그리고 흥미로움과 더불어 관객으로 하여금 현대의 지옥도를 목격하고 그 과정을 파헤치는 주체자가 되도록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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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와 기획노트를 보면 <그때, 변홍례>는 괴이한 살인사건에 얽힌 '욕망의 지옥도'를 그린 연극인 듯하다. 그런데 이 사건을 통해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욕망보다 욕망을 대하는 연극의 태도가 아닐까 싶다.

"'사과'와 '그림 속 사과' 사이를 걷는 연극"이라는 말을 좀 더 살펴보자. 연출자는 '사과'를 있는 그대로 놔두지 않고 '그림'으로 그리는 우리의 본능에 주목한다. 우리는 왜 '그림 속 사과'를 만들어내는지, '사과'와 '그림 속 사과'의 차이는 뭔지 묻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현실을 왜, 어떻게 재현하냐는 것이다.


"실제 사람 20살의 변흥례에 대하여 우리는 얼마나 진실하게 접근할 수 있단 말인가? 그때, 그 순간의 변흥례의 상황을 이해 할 수 있는가? 또는 위로를 제공 할 수 있단 말인가? 실재 사건에서 만들어진 대본과 연출과 공연방식은 얼마의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가? 우리의 방식으로 변흥례를 불러들여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 연출의 글 中



단순하지만, 지극히 본질적이기에 어려운 질문이다. 연극의 의미, 아니 더 나아가 예술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때, 변홍례>는 '1931년의 변흥례'를 재해석함으로써 이에 응답한다.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다룰지 자연스레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예술의 '현실 재현'에 대한 문제제기는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가까운 예로 영화가 역사를 소재로 할 때, 한 장면 한 장면이 100% 현실과 같을 수는 없다. 사건은 어느정도 왜곡되기 마련이고, 때문에 종종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혹은 폭력을 다룰 때 적나라한 사실성이 오히려 당사자에게 2차 가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영화를 통해 당시 사건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도 있다. '극'의 한계와 가능성이 공존하는 것이다.

<그때, 변홍례>는 과감하게도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나름의 해석을 제시한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택했다는 '1930년대의 영화적 기법'이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신선한 형식을 시도한 이유가 있을 터다. 왜 이런 형식을 이용했는지 생각해보면 앞선 질문에 대한 <그때, 변홍례>만의 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욕망의 지옥도'가 과연 어떤 것일지, 연극이 이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하다. 심지어 극단 하땅세의 작품이자 ARKO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라 더 기대된다. 연극다운 연극을 볼 수 있을지, 공연날이 기다려진다.





그때, 변홍례
- 2019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 -


일자 : 2019.07.13 ~ 07.21

시간
평일 20시
토 15시, 19시
일 15시
월 쉼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하땅세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연령
만 15세이상

공연시간
80분





극단 하땅세


하늘부터 땅끝까지 세게 간다.

극단 하땅세는 <그때, 변홍례> ,<위대한 놀이>, <파우스트l+ll>, <파리대왕> 과 같은 개성 있는 작품을 창작하며, 다양한 계층의 관객들로부터 호평뿐만 아니라 국내외 유수의 연극제에서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등을 수상한 극단이다. 처음에 간직한 '하늘부터 땅끝까지 세게 간다.'는 강한 정신과 '하늘을 우러러보고, 땅을 굽어보고, 세상을 살핀다.'는 공동체 작업을 통해 터득한 사유의 정신으로 창작하는 극단이다.


[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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