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국인의 스웨그 -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 [공연]

글 입력 2019.07.26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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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인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은 2019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 – 올해의 레퍼토리 뮤지컬부문에 선정되었다. 그리고 한국콘텐츠진흥원 2018 우수크리에이터 발굴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작년 11월 쇼케이스를 거쳐 이번 2019년 여름에 정식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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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시조’가 국가 이념인 상상 속의 ‘조선’. 삶의 고단함과 역경을 시조 속에 담아 훌훌 털어버렸던 백성들은 역모 사건으로 시조 활동이 금지되면서 자유도 행복도 잊은 채 살아간다. 그러던 중 15년 만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조선시조자랑이 열리게 되고, 탈 속에 정체를 감추고 양반들을 파헤쳐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자 조직된 비밀시조단 골빈당은 이것을 기회 삼아 조선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한편, 왕의 비선실세이자 시조대판서인 홍국은 자신에 대한 악덕한 소문을 퍼트리고 다닌다는 이유를 들어 골빈당을 잡으려는 음모를 꾸미는데…



시조



시조

고려 말기부터 발달하여 온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 ‘시조’라는 명칭의 원뜻은 시절가조(時節歌調), 즉 당시에 유행하던 노래라는 뜻이었으므로, 엄격히 말하면 시조는 문학 갈래 명칭이라기보다는 음악곡조의 명칭이다. 문학으로서의 시조는 14세기경인 고려 말기에서 조선 초기에 걸쳐 정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창작되고 있는 우리 고유의 정형시이다.

- 한국 민족문화대백과


이 뮤지컬의 배경은 시조가 국가 이념인 상상 속 조선이다. 시조는 당시에 유행하던 노래로 이 뮤지컬에서도 백성들이 고된 현실을 잊고 즐길 수 있는 국봉관에서 시조를 함께 읊으며 흥을 풀어내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12개의 전통 국악기, 22개의 클래식 오케스트라 악기, 7개의 밴드 악기가 어우러져 음악이 탄생했다. 전통 장단이 현대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약간씩 변형되고 랩이 접목되어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흥이 돋아나고 리듬에 중독된다.

시조를 고등학교 때 배울 때는 정말 어려웠고 양반들이 썼다는 평시조, 해학과 풍자를 담았다는 사설시조 등에 대해 외우기만 급급했는데 이렇게 새로운 시선으로 시조를 바라보니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뮤지컬을 보니 예전에 시조를 배울 때 형식이나 구조에 대해서만 밋밋하게 배운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다른 문학 분야보다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 극을 보며 시조를 이렇게 바라볼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시조를 더 공부하고 싶다고 느꼈다.



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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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빈당 멤버 호로쇠, 기선, 순수와 골빈당 리더 십주, 6명의 앙상블까지 그들의 춤은 정겹고 화려하고 멋있다. 전통 장단에 맞는 익숙한 한국무용과 신세대다운 힙합이 어우러진 그들의 군무를 보다 보면 몸이 리듬을 타는 것을 막으면서 보게 되고,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커튼콜이 기다려진다. 정말 무슨 뮤지컬보다 안무를 조화롭게 잘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좋았다.



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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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의상도 눈에 띈다. 전통적인 한복의상과 스니커즈와 장신구 등의 현대적인 의상이 합쳐졌다. 그래서 좀 더 편의성을 높아졌고 트렌디하며 아름다웠다. 이런 넘버, 안무, 의상 삼박자가 딱 잘 맞아 정말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큰 무대 변화가 없어도, 현란한 조명이 없어도 재밌고 웃을 수 있는 정말 좋은 공연이 탄생할 수 있음을 느꼈다.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


이 뮤지컬을 만든 창작진들이 정말 대단했다고 느꼈다. 단순히 ‘문학, 노래로서 시조’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런 배경, 내용, 넘버, 무대까지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이 공연은 서울예술대학교 학생들의 졸업 공연 작품에서 시작되었다는 점도 놀라웠다. 학생들은 이 소재를 발굴해 한국의 가슴 뜨거운 외침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냈다. 나와 같은 대학생인데 이런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너무나 놀랍고 대단했다.

무엇보다 한국 공연예술시장에서는 외국 라이선스 작품과 유럽의 예술가,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대부분이고 한국 역사에 대해 다루거나 한국 전통 소재의 극이 한정적인데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창작 뮤지컬을 탄생시켰다는 점이 굉장히 고무적으로 다가왔다. 한국 전쟁 남과 북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이후로 정말 우리 한국을 담으면서도 마음 찡하게 만든 극이었다.


왜 운명은 스스로 만들 수 없는가.
그저 남들이 살라는 대로 살아야 하나.
날개를 펼쳐라
세상을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를 외쳐라


단이 임금님 앞에서 외치는 노래 중 한 구절이다. 저잣거리를 떠돌며 후레자식으로 불리며 어릴 때부터 방황하며 살아온 단이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알게 되며 흔들리는 정체성과 분노로 가득한 마음을 담은 장면이다.

자신의 마음대로 살아갈 수 없고 남들이 살라는 대로 살아야 하는 억압적인 상황에 분노하며 자신만의 삶을 살고 싶은 단, 그리고 그 당시의 백성 모두의 마음을 대변한다. 보는 관객의 마음도 뜨거워진다. 조선의 그들과 분명 다르지만, 정작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이기 때문에.


왜 우리 조선이 부끄러워야만 하나.
정녕 이것이 당연한 일인가.
후손들에게 당당히 물려줄 나라.
누구나 꿈꾸지 않겠는가.
간절한 소망은 이뤄지리.
꿈꾸던 내일이 찾아오네.
외쳐 조선


권력을 가진 자의 부정부패와 행패에 고통받는 조선 백성들은 후손들에게 당당히 물려줄 나라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한 이유에서 골빈당도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백성들이 시조에 그들의 소망을 담고 이것이 이루어지길 계속해서 빈다.

조선이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조선 백성들의 외침을 무대에서 만나며 한국이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던 우리들의 외침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해지고 벅찼다. 시대는 다르지만 꿈꾸던 내일이 찾아오는 한민족의 의식이 무대 위 배우와 관객들에게 모두 느껴졌다.

골빈당의 외침이 백성들에게도 전해지며 그들은 공통된 가치를 느끼며 외친다.  얼굴 빨개지도록 울며 진심 어린 소망을 염원하는 배우들을 보며 관객들도 자연스레 동조하게 된다. 결국 그들은 절대적인 권력자였던 시조대판서 홍국을 무너뜨린다.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개개인이 모여 만들어내는 에너지에 압도당하고 함께 염원하면서 결국 절대적인 권력을 이기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마음먹는 모습을 보며 극이 끝나면, 표현 못 할 벅참과 기쁨과 코끝 찡함이 올라온다.


이런 내 모습 너무 초라해 보여
고통의 길 끝에 마주한 갈림길
이대로 멈춰선 안 돼
나의 길을 포기하지 않아.
옳다고 믿는 일에 주저하면 안 돼.
더 이상 운명이란 거짓말에 속지 않아.
나의 길은 내가 선택해. 내 운명을 거부하겠어
간절했던 고민은 끝났어.
정해진 이 삶에서 벗어나길 다짐해.
지금 난 나의 길을 찾아 나아가




극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진의 넘버 <나의 길>이다. 한마디로 조선판 <speechless>다.

<알라딘>에서 자신의 운명을 벗어던지고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아갈 것이라는 내용의 넘버인 <speechless>처럼 진도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고 나의 길을 내가 선택하겠다며 다짐을 하는 넘버다. 진 역할을 맡은 배우 두 명 모두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공연장 전체를 휘어잡는다.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극의 서사에 빠져서는 안 될 인물로서, 단의 성장을 돕기도 하면서 나아가는 진의 캐릭터는 인상적이고 캐릭터만큼이나 이 곡도 극이 끝나고 내용을 곱씹을 때 계속해서 생각나는 매력적인 넘버이다.



훌륭한 마케팅


내가 이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된 처음 계기는 마로니에에서 진행한 미니콘서트였다. <스웨그 에이지 in 마로니에>라는 제목으로 주요 넘버들을 배우들이 실제 무대 의상을 입고 시연한 행사였다. 혜화 마로니에 공원에서 진행되어 누구나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에 영상들이 많이 올라오고 그들이 가진 제일의 강점인 흥겹고 중독성 있는 넘버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 공연이 진행되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은 혜화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공연의 메카로 불리고 제일 활성화된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에서 이 미니콘서트가 공개적으로 진행되어 저녁에 데이트를 온 일반인들과 공연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노출될 수 있어 성공적으로 홍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타 공연의 오픈 전 쇼케이스나 미니 콘서트는 대부분 티켓팅을 통해 자리를 얻을 수 있고 폐쇄적인 공연장에서 진행되기에 타켓층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미니콘서트의 경우, 공원에서 진행되어 그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들을 수 있었으며 영상도 계속 찍을 수 있어 다양한 클립이 인터넷상으로 올라왔다. 이런 매우 성공적인 마케팅이 한국 창작 뮤지컬 초연인 <스웨그 에이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창작 초연을 선택해 보는 데까지는 많은 의심과 고민을 하게 된다. 또 대극장 공연으로 가격이 높은 것도 작품을 결제하는 데 큰 고민이 된다. 하지만 먼저 작년 스타라이트뮤지컬 페스티벌에서부터 넘버들을 공개하고 계속해서 완성도 있는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한국인의 고유 흥을 돋웠고 보러 가면 재밌겠다는 확신을 들게 했다. 이런 선공개와 한국적인 소재로 관심을 끈 마케팅이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너무나 행복하고 마음 훈훈한 한국 창작 뮤지컬을 만나 기쁜 마음도 들고 이 극이 재연으로 돌아와 성공적으로 더 흥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작은 외침이 세상을 바꾼다.
목숨 사랑구, 목숨을 바쳐 사랑을 외치다.
조선 수애구는 지금도 계속된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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