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수많은 이야기, 다양한 모양새 - 제19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글 입력 2019.08.3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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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주제로 다양한 사회 문제를 재조명한 제19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다소 가벼운 주제부터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까지, 2019 네마프의 작품 스펙트럼은 프리즘 속 무지개와 같았다. 그만큼 작품이 다양했으며 같은 문제에 대해 말한다 해도 디테일한 부분에서 사람들의 생각이 달랐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들에 대해 나열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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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도 위의 여성들>



‘남자는 절대 뱃사람이 될 수 없다.’

‘배는 그동안 자유의 상징이자 남성들만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완벽하게 다른 말을 하는 듯한 위의 문장은 사실 같은 맥락을 담고 있다.

 

‘남자는 절대 뱃사람이 될 수 없다.’ 전통적인 가부장제를 미러링한 소설인 <이갈리아의 딸들>의 첫 줄이다. 가모장제의 사회, 주인공 페트로니우스는 뱃사람이 되고 싶어하지만 엄격한 어머니의 반대가 무척 심하다. 배는 남성의 것이 아닌, 여성의 것이기 때문이다.

 

‘배는 그동안 자유의 상징이자 남성들만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제 19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의 상영작 중 하나였던 다큐멘터리 영화 <파도 위의 여성들>. 위의 문장은 바로 이곳에서 비롯되었다. 이 작품은 영화와 동명의 단체인 ‘파도 위의 여성들(Women on Waves)’이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자기 몸 결정권에 대해 어떻게 싸워왔는지를 보여준다. 국제 수역에서 네덜란드 배는 네덜란드의 법을 따른다.


‘파도 위의 여성들’은 바로 이것을 이용하여 배 안에서 낙태 시술을 하고자 했다. 일련의 사건들과 고난을 거치면서 ‘파도 위의 여성들’은 수많은 나라의 여성들에게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과 자유, 권리에 대해 일깨웠다. 그동안 배는 오직 남성들에게 국한된 자유였지만, 이제는 여성들의 자유를 위해 크게 기여했다. 배는 이제 여성들의 자유를 상징이 되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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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Your_Korean_Name_Finder.exe>


우리는 이름뿐만 아니라 다양한 호칭으로 호명된다. 누군가의 언니로서, 누군가의 딸로서, 누군가의 신부(!), 누군가의 제수씨(!), 누군가의 엄마 등 나를 지칭하는 단어들이 많다. 이 호칭에 가려져 나의 이름은 점점 사람들에게서 사라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처음 전시장에 들어왔을 때 계속해서 삐-소리가 나고 기분 나쁜 소음이 들려왔다. 나쁜 소음에 이끌려 헤드폰을 끼고 작품에 집중했다. 작품에 집중하자 삐-소리는 더이상 소음이 아니었다. 일종의 사이다가 되었다.

 

이시마 작가의 <Your_Korean_Name_Finder.exe>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여성들을 지칭하는 여러 단어와 관계성에 대해 초점을 든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고리즘으로 풀어냈다. 이 알고리즘을 따라가다 보면 일명 “웃픈” 현실에 공감하고 씁쓸해지게 된다.


예를 들어 보자. “당신에게 남자 형제가 있습니다.”의 알고리즘을 따르다 보면 “에러”가 뜬다. 왜냐하면 남자 형제가 있다면 당신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이것은 남아선호 사상에 대해 꼬집는 질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자 형제가 앞에 있다면 더 안 낳기도 하며, 낳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알고리즘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들이 헤드폰을 통해 흘러나온다. 그러나 스테레오타입의 호칭을 말할 때마다 전시장을 채웠던 기분 나쁜 삐-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규칙성을 찾으니 통쾌한 작품이 되었다. “넌 정말 훌륭한 아내가 될 거야” 등 흔히 가정적인 이미지의 단어들이 헛소리라는 듯 우렁차게 소음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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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작품 <A Teleportation Through Two Chairs, I Don’t Have a Problem with Berlin Because I’m not late also I am inv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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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작품 <난민> 의 파노라마 전경


제19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은 페미니즘 뿐만 아니라 국가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는 작품들이 많다. 난민, 장애인 등 국가에서 ‘약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A Teleportation Through Two Chairs, I Don’t Have a Problem with Berlin Because I’m not late also I am invited>는 의자 두 개를 이용해 베를린 시내를 돌아다니는 사람을 보여주면서 베를린에서 걷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떠한 불편함에 마주하는지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VR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현실을 표현했다.

 

다양한 매체로 주제를 만나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던 제19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이었던만큼 다음 페스티벌 또한 어떠할지 기대가 되는 바다.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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