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슬픔과 이별, 침묵 part. 2 [음악]

Jeff Buckley, 《Grace》
글 입력 2019.09.3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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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뒤틀린 틈으로 세어 나오는 요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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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감정 <Mojo Pin>, 그의 목소리는 개성적이다.


굳이 따지면 의 목소리에는 프레디 머큐리, 아트 가펑클, 밴 모리스, 아버지 팀 버클리, 그가 즐겨 들었고 죽기 전에도 부른 로버트 플랜트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슬퍼 보이지만 절제되어 더 처절하게 들리는 보컬과 기타 연주, 드럼 소리는 곡의 매력이다.


드럼이 추가되고 갈수록 확장되는 곡이 마지막에 이르면 점점 거칠어지고, 감정의 한계까지 내뿜는 강렬함은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레드 제플린 음악과 포크 음악이 적절하게 섞인 구성은 잔잔하면서도 강렬하게, 그리고 도달할 수 없는 깊이로써 서막을 장식한다. 이렇게 감정적으로 독특한 시작 곡은 흔치 않다.






이어지는 <Grace>는 기타 리프부터 유쾌해 보이지만, <Mojo-pin>과 유사한 구조를 사용하고 있다. 이 곡은 공동 작업을 했던 게리 루카스가 작곡한 곡으로 <Rise Up to Be>라는 곡에 많은 기반을 두고 있다. 가사는 제프 버클 리가 비 오는 날 공항에서 여자 친구와 작별인사를 하면서 썼다고 하니 그 상황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다. 그는 <진정한 사랑을 가질 때 당장 자신의 죽음에 대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감정에서 쓰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코러스에서 “Wait in the fire, wait in the fire”라고 읊조리는 모습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서정과 불안함의 증폭은 가사와 곡의 구성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물론 해결은 없다. <모조 핀>에서 그랬듯이 늘 혼자 남아 (지난날의) 추억들을 기억한다. 그건 고통이고, 보컬은 더 거칠어진다. 마치 불 속에서 소리를 지르는 사람처럼, 불은 꺼진다고 생각하지만, 꺼지지 않는다. 그 비명은 고통인지 쾌락인지 기쁨인지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들리다. 오묘하다.

분위기적인 면에서 <Last Goodbye(원래는 <Unforgiven>이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합니다)라는 곡도 무시할 수 없다. 거칠고 격렬한 공허와 관계에 대한 위의 두 곡과는 달리 조금은 부드러워진 보컬과 사운드는 오후라는 시간을 닮았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되려는 오후는 아니라는 점이다. 멀어짐의 정서는 오후의 끝자락을 닮았다. 역시 후반부로 갈수록 거칠어집니다. 드럼은 더욱 강하게 연주된다. 하지만 다른 점은 끝을 위의 곡들과 다르게 침묵으로 일관한다. 끝나가는 것들의 찬가로 들린다.
  
앨범에서 처음 등장하는 리메이크 곡 <Lilac Wine>는 제임스 알란 쉘튼이라는 기타 연주자의 블루그래스 곡이다. 원곡의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왔고 본인만의 느낌으로 불렀다. 라일락 와인을 마시며 지난 사랑을 생각한다는 곡인데, 그 절절함이 원곡보다 직접적으로, 적극적으로 와 닿는다. 본인 만의 목소리를 그 어떤 곡이든 만들어 부를 수 있었다는 점은 이후에 나올 할렐루야의 서곡으로도 들린다.

이어지는 <So Real>은 다시 본인이 만든 음악 색으로 돌아온다. 다른 곡들도 마찬가지이지만, 'Oh... that was so real'라고 울부짖는 코러스가 인상적이다.' 사랑해, 하지만 널 사랑하는 게 두려워(I love you, but I'm afraid to love you')라는 가사 이전에 등장하는 간주 역시 인상적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감정과 거칠게 진행되는 기타의 코드들은 이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마지막 코러스는 연주되는 음악과 함께, <Mojo Pin>, <Grace>처럼 목소리를 최대로 증폭시킨다. 그가 만든, 만들어나간 매력이 이제 익숙해지는 지점이다.





모두가 잘 알 듯, 이 앨범의 클라이맥스는 <Hallelujah>라는 곡이다.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곡은 2016년 세상을 떠난 래너드 코첸의 곡으로 담담한 코첸의 보컬과 포크 선율이 감미로웠던 노래이기도 했다. 포크 사운드에 관심이 많았던 제프 버클리가 이 곡을 모를 리도 없었고 부르고 싶었을 것이다. 영향이라는 부분은 굉장히 무서워서 본인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의 영향이 이 곡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윗 곡들이 대체로 얼터네이티브, 그런지 노선이라고 할 수 있지만, 포크 송 리메이크 넘버들은 완벽한 포크 가수의 사운드를 내고 있다는 것은 증명된다. 편곡과 보컬. 그의 장점만 극대화시켰다. 그 서정적인 가사는 버클리의 모습과 닮아 더욱 와 닿는다.

<Lover, You Should've Come Over>는 포크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작곡이다. 하지만 얼터네이티브라는 감성을 무시하지 않는다. 세련되고 감정을 놓치지 않는 시도는 모든 곡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이 곡에서 포크의 비중이 작을 뿐. 그의 슬픔은 가사에서도 시적으로 묘사되며 강한 마무리는 역시 빠지지 않는다. 하르모늄(풍금)의 사용은 그러한 멜랑콜리 정서의 한 묶음으로 소화된다. 젊을 때 공부한 음악이 그의 목소리와 결합될 때 <Corpus Christi Carol>와 같은 곡이 완성된다. 영국의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의 곡을 따와 곡을 만들었는데, 챔버 팝과 같은 느낌을 내면서 새로운 느낌을 자극시킨다. 자신의 한계를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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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터 킹, 2차 세계 대전, 가이아나 사건(1978년에 일어난 인민사원 집단자살사건), 맨슨의 살인사건에 대한 분노로 만들어진 곡 <Eternal Life>는 시작부터 화를 내는 것 같다. 본인도 화난 노래라고 이야기했는데, 그는 숨어서 서로를 해치는 사람들과 가면을 쓰고 다른 사람을 죽이는 사람에 대한 분노과 무력에 대한 곡이라는 추가적 설명을 붙였다. 작곡기법은 전통적인 곡이다. 다른 수록곡들에 비해 코러스는 그렇게 강렬하지 못한다. 기억에는 남지 않았다는 의미도 된다.

몽환적이며 침묵적인 마지막 노래 <Dream Brother>는 제프 버클리 본인의 친구에 대한 노래다. 친구라는 화자의 모습을 경고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기존의 곡들보다 명확한 보컬을 보여주지 않는다. 숨겨져 말하는 듯, 묵시적으로 말하는 듯, 바뀌지 않는 세상에 대해 잠을 요구하는 무기력함은 앨범의 마지막이라서가 아닌 전체에 흐르는 감정이라 더욱 깊숙이 다가온다.

<Forget Her>는 버클리가 가사와 곡의 구조가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하여 앨범에서 제외시켜달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일반반에는 이 노래를 찾을 수 없다. 노래는 여자 친구가 떠나 간 후 느끼는 고통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노래는 버클리 말 그대로 단순하고 짧다. 하지만 본인의 색은 뚜렷하다.


[노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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