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록을 기록하다, 출판저널 2020 신년호 515호

글 입력 2020.03.0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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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향적이고 목표지향적인 독서의 시작


 

이 책을 접어든 건 다분한 이유가 있었다. 사적인 관심이 우선이었지만, 목적지향적이고, 목표지향적인 동기도 무시할 수 없었다. 바로 내가 출판사를 차리고, 책방을 차렸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출판사 등록을 하고 책방 오픈을 준비 중이다. 작년 5월부터 준비한 창업이 이제서야 조금씩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사계절 가까이 책방의 터를 잡고, 직원을 채용하고, 이름을 정하고, 가구를 제작하고, 책과 소품을 주문하고, 다음주부터는 출판사 미팅을 시작한다.

 

다소 불투명했던 창업 준비가 비로소 현실적인 감각으로 익히고 다가오자, 독자 입장에서만 바라보던 것들이 이제 다른 시점과 관점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출판저널이 그랬다. ‘책문화생태계 모색과 대안’을 특별좌담으로 내세운 515호, 2020년 신년호의 주제는 쉽사리 지나칠 수 있는 주제가 아니었다. 더불어 서점의 미래와 2020년 출판산업 전망, 나아가 출판평론과 이슈들까지, 하나라도 놓치기 아쉬운 실무적인 내용들을 다루고 있었기에 바쁜 틈을 내서 읽기 시작했다.

 

 

 

출판의 미래가 곧 나와 우리의 미래


 

창간 33주년을 맞이해 준비한 출판저널의 연중특별기획은 <출판, 서점, 도서관의 책문화>다. 책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삼각관계 혹은 실타래처럼 엮인 관계인 세 관점에서 바라본 각각의 미래들은 문장 하나 놓치지 않고 공감하며 읽었다. 큰 매출을 일으키는 사업이라 볼 수 없는 출판업의 매력은 바로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출판업을 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하여 귀 기울이고 밑줄 그으며 읽은 인생담론, 가보지 못했지만 늘 궁금했던 동네서점인 번역가의 서재, 훗날 꼭 이루고 싶은 해외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 조성을 묵묵히 실천해 온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의 이야기까지. 출판이 이루어 낼 무한한 가치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글귀와 문단들이었다. (부끄럽게도 명성만 들었지 아직 읽지 못했던) 김진명 작가의 멋진 도전인 직지심경 연구 인터뷰는 민족의 얼과 혼을 잊고서는 우리의 미래가 없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장이었다.




2020년 출판 트랜드: 테크콘텐츠, 액티브 시니어, 오디오북과 셀프퍼블리싱


 

매년 초, 트렌드 서적을 읽으며 앞으로의 일년을 예측해 보는 건 이제 필수가 되어버린 세상이다. 다양한 사업분야의 트렌드 중 출판 트렌드를 비춰볼 전문 칼럼이나 기사가 다소 부족한 가운데, 출판저널 515호에서 소개한 <2020년 출판산업 전망> 칼럼은 여러 모로 실용적이고 유용적이었다.

 

특히 도서 구매의 핵심 고객층이 3040대에서 4050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액티브 시니어들을 위한 접근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는 시각이 인상적이었다. 이 점은 책방 도서 입고 작업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요인임을 체크해 두었다. 이 외에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운영 투명성, EBS의 상업출판, 제1차 문화체육관광형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등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고 풀어나가야 할 출판계의 과제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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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화생태계 모색과 대안: 출판학의 부재와 각 주체들의 능동성과 유연성이 필요


 

출판저널 515호에서 가장 많은 페이지와 내용을 다룬 부분은 바로 특별좌담 <책문화생태계 모색과 대안>이다. 이 좌담은 출판계와 더불어 독자와 관계자들도 두루 읽으면 서로의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방안을 모색하기 좋은 내용들이라 추천하는 바다.

 

이번 좌담에서 새로 알게 된 사실은 바로 현 대학교육에서 출판학의 전문화가 부재하다는 점이었다. 문헌정보학 혹은 신문방송학 등 관련된 학문들의 전문화는 있었지만, 출판학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건 실로 의아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출판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 중에 제대로 출판을 전공하거나 혹은 연구한 이들이 부족하다는 결론으로도 도달할 수 있다. (실제 책방을 여는 나 또한 지금껏 출판과 관련된 경력이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다)


물론, 전공이나 경력의 전문화가 모든 걸 뒷받침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충분하고도 풍부한 경험과 이론의 조화는 현장에서 빛을 발한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는 법이다. 그렇기에 출판의 위상은 바로 출판학, 출판계 인력들의 양성과 전문화일지도 모른다.

 

더불어 이번 좌담에서는 책을 공공재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오고 간다. 책은 사유재인가? 공공재인가? 나의 의견은 이렇다. 어느 하나로 정의 내리고, 한 측면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둘 사이의 조화,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유연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책은 다분히 사적인 취향을 담기도 하며, 목적과 목표를 지닌 공적인 요인을 담고도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내가 관심 있게 본 주제는 바로 ‘출판업계의 사회공헌’이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나의 대학 전공은 사회복지학이고, 졸업 당시 장래희망은 사회공헌 담당자였다. 다행히 그 꿈을 외국계 기업 사회공헌팀에 근무하며 이뤘는데, 전공과 경력 때문일까? 이 대담이 다소 짧았던 건 아쉬웠다.

 

특별좌담은 열린 토론으로 진행되어 생각할 거리를 깊게 짚어주었다. ‘책문화생태계’의 생태계란 단어를 놓치지 말고 주목해야 함을, 사전적 의미인 ‘어느 환경 안에서 사는 생물군과 그 생물들을 제어하는 제반 요인을 포함한 복합 체계’처럼 각 주체들의 오픈 마인드, 능동성과 유연성이 힘을 발휘하고 협업한다면, 앞으로의 미래는 밝게 전망할 수 있지 않을까?




독자들의 이야기: 너의 목소리를 보여줘


 

잡지나 사보를 즐겨 읽는 내 입장에서는 얼마나 독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는가?에 따라 편집인의 수용성을 가늠할 수 있다. 출판저널 515호에서는 독자에디터 외에도 아트인사이트 전문 필진 등 두루두루 독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특히 <책의 미래,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 글에서 ‘도서관처럼 편안하게 쉬며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곳으로 그 공간 속에서 연결, 참여, 추억, 가치를 제공하는 형태의 전환으로 국내에서도 서점이 고객의 접근과 문화적 가치를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문장이 인상 깊었다.

 

‘서로 다르지만 함께 하기 위해 모인 아파트먼트. 간결함과 정성을 담은 빵과 커피, 정원 그리고 책방이 있는 따듯함을 담은 이웃으로 만나요’라는 소개를 담은 도화아파트먼트를 미리보기한 셈이라 할까?


 

 

독서경영: 재독하는 삶, 경영하는 삶



재독. 다시 책을 읽는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오픈 준비에 최근 아기까지 낳아 초보 육아로 전쟁같은 하루를 보내는 내게는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마음이 와 닿는 무언가, 특히 아련함이 전해지는 글귀가 그리울 때 펼쳐보게 되는 책이 있다.

 

최근 류시화 작가의 책이 그랬고,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예쁜약국’의 주인장이 다시 읽었다는 정여울 작가의 <공부할 권리>가 그렇다. 인터뷰를 읽으며 나 또한 책장 깊숙이 세워 둔 정 작가의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오랜만에 펼쳐 보니 책의 끝자락에 밑줄을 그어 둔 글귀들이 눈에 띄었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상처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일이었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스스로 마취약도 없이 내 상처를 꿰매는 멋진(그러나 조금은 엽기적인)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내 상처를 꼭 끌어안은 채 공부 삼매경에 빠져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이런 기쁨을 더 많은 사람과 은밀하게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 346 페이지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첫 이유는 더 이상의 목적지향적인 공부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며 쳇바퀴 굴러가는 삶에서 무언가 다시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차오를 때 꺼내든 책이고, 이 책을 읽고서 나는 수제맥주에 빠졌고, 공부를 하고 여행을 하고 글을 쓰고, 책을 출간했다. 그 때의 열정은 이제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바다 속 물방울, 혹은 구름 속 빗방울처럼 다시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바라 건데, 진심으로 바라는 건 후자다.

 

<왜 아이들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가> 지윤주 독서전문가가 소개한 칼럼은 왜 아이들에게 독서가 중요한 지에 대해 다시 새겨볼 수 있는 장이었고, 구어체보다 문어체 중심의 표현의 새로운 접근법을 알게 되어 의미 있었다. 어른과 어린이를 위한 책방을 준비하는 내게 살뜰한 조언, 독서만큼 경영의 팁을 톡톡히 얻었다.




Have a Nice Day. Have a Book Day.


 

출판저널 515호 서평을 마무리하는 지금 시간은 밤 11시 42분, 자정 무렵이다. 아가와 남편은 모두 곤히 잠든 이 시간, 오랜 시간 일자목으로 고생하던 내가 수유로 드디어 탈이 난 팔과 목을 붙잡고 책을 읽고 자판을 치며 이렇게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단 하나다. 치열하게 산 삶의 기록이자, 책이 주는 강력하고도 위대한 힘을 믿기 때문이다. 33년 넘게 제자리를 지켜온 출판저널처럼, 내 일생이자 일상이란 곁에도 책이 늘 제자리를 지켰으면 한다. 지금처럼 변치 않고 영원히 말이다.

 

 

[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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