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음식으로 떠나는 여행 [영화]

글 입력 2020.05.2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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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인가? 화려한 야경? 찬란한 바다? 수많은 사람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 그곳에서 먹었던 음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세계화가 된 오늘날 마음만 먹으면 각지, 각 세계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공간, 그 나라의 정취를 느끼며 먹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여행의 온도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현시점 여행을 꿈꾸는 것은 허황된 꿈이며 이뤄서는 아 된 꿈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친 듯이 떠나고 싶은 오늘날, 어떤 방식으로 여행의 음식을 향유해야 할까.


음식의 향취는 오직 실제로 경험해야 사유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먹는 모습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 그 즐거움을 대신할 수 있다. 유튜브 콘텐츠에서 먹방이 주된 콘텐츠가 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맛보지 못하더라도 그들의 말과 표정으로 나를 대신하여 음식의 향취를 공유한다. 이런 경험의 공유는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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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21일에 방송된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 사전’ (이하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는 과거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으로 열흘간 머물렀을 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외국인 심사위원과 함께하여 늘 한정식, 전주비빔밥 등만 먹다가 김영하 작가의 부탁으로 중국집에 갔다고 한다.


당시 외국인 심사위원이 당시 중국집에 가서 한 말은 ‘이런 음식을 먹고 싶었다.’였다. 홍상수 영화에서 많이 봤다고 하면서 말이다. 군만두가가 나왔을 때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에서 봤다면서 좋아했다고 한다. 이렇게 영화 속의 음식은 그 나라를 대표하기도 한다.

 



# 음식으로 표현한 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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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무엇일까.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대표하는’이 아닌 ‘현재’라는 단어다. 김치? 비빔밥? 요즘 무엇보다 ‘채끝살 짜파구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선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을 비롯하여 4관왕을 수상하면서 해외 커뮤니티에서 한 번쯤 따라 하고 싶은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1000번 저어 먹는 달고나 커피’가 유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채끝살 짜파구리’는 사회적으로 한 번쯤 따라 하고 싶은 음식으로 자리 잡으며, 현시점 한국 음식을 대표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속에서 이 음식은 신분을 명확하게 보여는 것이다. 어느 계급이나 소비하기 쉬운 ‘라면’을 비싸서 잘 소비하지 못하는 ‘한우 채끝살’을 이용함으로 일반적 계급과 부유한 계급을 ‘고기’로 층 나누기하는 것이다. 이런 계급적 격차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음식이 한 나라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 오늘 하루는 NO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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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각박한 도시 생활을 보내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자신이 직접 키운 농작물로 직접 자신의 한 끼를 만들어 먹으며 살아가게 된다. 그 공간에서 겨울, 봄, 여름, 가을을 보낸다. 고요한 시골 소리와 자극적이지 않음 음식들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도시의 시끄러운 일상을 보낸 이들에게 위로의 편지를 보내는 것 같은 분위기를 양성한다.


‘리틀 포레스트’는 임순례 감독의 작품이다. 편안한 음식과 혜원의 나날을 보여주는 이 작품 속의 음식을 유심히 살펴보면, 고기가 주메뉴가 되는 음식이 없다. 감독은 육류를 먹지 않고, 일부 생선과 해물 정도만 먹는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 영화상에서 음식이 나오며 관객들이 고기를 먹고 싶어질 것이고, 그만큼 고기소비가 늘어나는 것이 염려되어 선택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육류는 생활화되었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곳에서도 고기를 찾으며, TV 속의 어린아이들이 고기가 없으면 밥을 먹지 않는 모습도 종종 그려지곤 한다. 하지만 고기를 제외하고도 우리 일상 속에 즐길 수 있는 음식들이 많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 나온 콩국수, 배추전, 팥떡, 양배추 샌드위치 등을 직접 따라 해 먹으면서, 일상의 육류 소비를 줄여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영화가 우리의 식탁의 문화를 변화시키게 하였으면 하는 일망의 소망이 보이는 작품이다.


 


# 이탈리아의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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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해외로 떠나보자, 작년 이맘쯤에 대학교 동기와 해외여행 스케줄을 짰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대화를 할 수 없으니 영화로 그 해외의 분위기를 느껴보고자 했다. 그 나라의 풍경을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나라의 날씨를 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날씨를 잘 보여준 작품 ‘Call Me By Your Name’이다.


일명 ‘콜바넴’으로 불리는 이 작품에서는 ‘PEACH’가 상징이다. 싱그러운 복숭아는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 그 자체를 의미한다. 그 복숭아가 익어갈수록 그들의 사랑에 정취가 더해진다. 싱그러운 복숭아에 이탈리아의 따뜻한 햇볕이 더해지면서 아무 외압 없이 사랑하는 이들을 담아낸다.


영화 속 사랑의 주체가 되지 않더라도,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의 목격자로 존재하게 된다. 그러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이탈리아의 햇빛에 취한다. 이탈리아에 여행 간 것이 아님에도 영화를 보면 마치 이탈리아 해변가에서 따스한 햇살을 맞으면서 복숭아를 먹고 있는 것만 같은 분위기를 관객에게 선물해 준다.

 

*

 

다시 김영하 작가의 말을 인용하자면, 음식은 ‘맥락’이다. 영화의 음식은 계급을 상징하기도, 감독의 음식 성향이 보이기도, 이탈리아의 정취를 담아내기도 한다.


‘집콕’ 생활을 하면서 우리의 음식 스펙트럼을 넓혀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영화의 스토리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그 영화 속 음식을 기억하면서 영화를 보면 그 공간의 무드를 더하길 바란다.

 


[박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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