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은 범죄자와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 종이의 집 [TV/드라마]

종이의 집을 통해 보는 '스톡홀름 증후군'
글 입력 2020.07.2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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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전 세계 순위 2위를 차지한 바 있는,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 이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범죄 스릴러물로 시즌 5 제작이 확정되어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일명 ‘교수’라 불리는 세르히오의 주도하에 모인 범죄자들이 스페인 조폐국과 중앙은행의 금고를 차례로 털어가는 내용으로, 이 과정에서 건물에 가둔 인질들을 빌미로 정부와의 협상을 진행한다.

   

인질 중 하나인 모니카는 범죄자인 덴버를 사랑하게 되는 ‘스톡홀름 증후군’에 걸리는데, 필자는 ‘종이의 집’을 통해 이것이 과연 실제로 가능한 일인가에 관해 다뤄보려고 한다.

 

 

 

덴버와 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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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코드네임 모스크바의 아들인 덴버. (범죄자들은 각자 나라 명으로 된 코드네임을 부여받았다.) 그는 거리의 마약상으로 아버지와 함께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종종 거친 언행과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하지만, 속에는 착한 심성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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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는 조폐국의 비서로 국장인 아르투르 로만과 불륜관계에 있다. 심지어 유부남인 그의 아이를 임신 중이기까지 하다. 그녀는 권위적인 그에게 항상 휘둘리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후 그에게 자신의 가정을 지키고 싶다는 말까지 듣게 되며 실의에 빠진다.

 

 

 

둘의 사랑이 시작된 이유


 

이 둘이 만나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범죄자들을 곤란하게 만든 모니카에 열 받은 베를린은 덴버에 그녀를 처형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덴버는 알겠다며 총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가지만, 임신한 그녀의 모습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떠올라 망설인다.

 

결국, 덴버는 그녀의 심장이 아닌 다리에 총을 쏘게 된다. 팀원들에겐 그녀가 죽었다는 거짓 사실을 전한 뒤 그녀를 창고에 가두고 정성껏 보살 핀다. 그렇게 비밀스러운 만남을 이어가던 중 서로에게 마음이 생겨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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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는 덴버로 인해 범죄자들의 편에 서게 되며 조폐국으로 들어온 경찰들을 향해 총을 쏘기도 한다. 이곳에서의 일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자기 아들인 신시내티 그리고 연인 덴버와 해외로 도망쳐 행복한 일상을 즐긴다. 이후 그들의 팀이 되어 스톡홀름이라는 코드네임을 부여받고 함께 강도를 저지르게 된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란?


 


“자신보다 큰 힘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가해자에게 심리적으로 공감하거나 연민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현상”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스톡홀름 증후군

 

   

일반적으로는 유괴나 납치 같은 범죄 상황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이러한 현상의 증상으로는 가해자 옹호, 그에 대한 존경심, 구조 시도 거부 등이 있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1973년 8월 스웨덴 스톡홀름 노르말름스토리의 크레디트반켄에서 발생한 은행 강도 사건에서 유래되었다.

 

당시 은행을 습격한 강도 두 명은 엿새 동안 4명의 직원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했다. 직원들은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정서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심지어는 그들을 위해 경찰과 협상했고, 그들에게 풀려나면서 포옹을 하고 키스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강도들이 감옥으로 잡혀간 이후에도 그들의 안전을 걱정한 직원들은, 법정에서 이들에게 불리한 증언마저 거부했다. 이에 대해 스웨덴의 범죄 심리학자이자 정신의학자인 닐스 베예로트가 “스톡홀름 증후군”이라 부르면서 명칭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 사례는 ‘종이의 집’의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드라마의 모티브를 여기서 얻었나 싶을 정도로 비슷한 맥락이다. 그리고 이 외의 사례들 역시 마찬가지로 유괴 혹은 범죄 상황 속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인질들이 증후군에 걸리게 된 경우가 대다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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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증후군과 종이의 집


 

임상 심리학자 그레이엄은 스톡홀름 증후군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질들이 자신의 생존에 대한 위협을 받는 와중에 가해자의 친절을 받게 되면, 자신이 생존을 허락받았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그들에게 유일한 탈출 방안이기 때문에, 가해자와의 유대를 형성하려는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사실 인질로 잡힌 상태에서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취할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모든 걸 포기하고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그들의 편에 서는 방법 말이다. 물론 계획을 세워 도망치려는 소수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평화적으로 마무리되길 원할 것이다.

 

‘종이의 집’으로 와서 모니카의 경우를 살펴보자. 그녀는 임신한 상태였기에 남들보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그녀는 위로를 해주지는 못할망정 심부름꾼으로 자신을 이용하는 로만에 금방이라도 죽을 위기에 처한다. 덴버와의 대치 상황에서 눈앞으로 다가온 총구에 그녀는 아마도 모든 걸 포기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때 다가온 총구는 다른 곳을 향했고, 결국 그녀는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다. 모니카로서는 범죄자가 일종의 명령 불복종을 하여 인질인 자신을 살린 것이다.

 

만약 필자가 모니카였다면 어땠을까. 그를 향한 고마움과 함께 더욱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생겼겼을 것이다. 더욱이 이후 자신을 지속해서 돌봐주는 덴버에 어떻게 호감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러한 상황에서는 그가 범죄자이긴 하지만, 상당히 좋은 사람으로 비춰줬을 것이다.

 

덴버의 친절은 모니카에게는 한 줄기의 빛이었다.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손을 건넨 덴버의 편이 된 건, 사실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수도 있다. 이것이 절대 옹호해서는 안 될 범죄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말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형성하는 관계나 주변 환경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기도 한다.

 

 

덴버가 그녀를 보고 어머니가 떠올라 죽이지 못한 것, 모니카가 로만과 달리 자상한 덴버에 마음이 끌린 것과 같은 맥락이다. 모니카가 연인의 아이를 가진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게 윤리적으로 옳다고 보긴 힘들겠지만, 이 상황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기에 무작정 그녀를 비난할 수는 없다.

 

모니카는 같이 인질로 잡힌 연인과 헤어지고 새로 만난 연인이자 범죄자인 덴버의 편에 서게 된다.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강도라는 범죄 상황으로 인해 모든 것이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피해자였던 모니카는 스톡홀름 증후군으로 인해 자신이 직접 강도가 되며 가해자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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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범죄자와 사랑에 빠질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다. 이는 극한 상황 속에 만들어진 증후군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이다. 절대로 낭만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일반인들이 이를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직접 겪어본 사람들만 알 것이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시간이 지날수록 변해가는 인질들의 태도를 관찰하면서 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아직 ‘종이의 집’을 보지 않았다면, 이번 기회에 새로운 관점으로 접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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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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