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셀프 인터뷰 – 저를 소개합니다

글 입력 2020.09.3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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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집단에 들어가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자기소개를 하죠. 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쓴 지도 거의 1년이 되어가는데 제 소개를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요즘 ‘자기소개’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아파져요. 취준생이라 지난주 내내 자기소개서에 시달리다 겨우 숨을 돌리는 중이거든요. 자기소개서를 쓰는 동안 매번 기업에 맞춰, 직무에 맞춰 나를 꾸며내고 있는 것 같아서 우울했어요.


그런데도 이곳에 또 자기소개라는 주제로 글을 쓰는 이유는 진짜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예요. ‘인터뷰어’가 되어 다른 사람을 인터뷰해본 적은 있지만, ‘인터뷰이’였던 적은 없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저 스스로를 인터뷰해보려 해요. 셀프 인터뷰는 처음이라 어색하지만, 시작해볼까요?

 

*

 

Q. 안녕하세요. 누구신가요?

 

A. 저는 채호연입니다. 수료 후 막 취업 준비를 시작한 취준생이고, 지난 11월부터 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쓰고 있어요.

 


Q. 요즘 무얼 하고 지내시나요?

 

A. 취업 준비를 하고 있어요. ‘취업 준비’는 자기소개서 쓰기, 자신감이 넘쳤다가 우울했다가를 반복하기, 인생 첫 백수 생활 즐기기 등등을 포함하죠. 아, 일주일에 두 번 필라테스도 하고 있어요.

 

운동이라면 질색하던 제가 엄마랑 같이 필라테스를 다니게 되었네요. 가장 큰 변화는 ‘바른 자세로 앉아야 함’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방금까지도 다리를 꼬고 글을 쓰다가 바로 자세를 고쳐 앉았어요.

 

 

꽃다발용량.jpg

 

 

Q, 최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A. 이틀 뒤 엄마 생신이라 오늘 꽃을 드렸는데,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행복했어요. 엄마보다 제가 더 좋아했어요. (웃음) 꽃과 선물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를요.

 


Q. 요즘 가장 큰 고민은?

 

A. 미래에 대한 막막함인 것 같아요. 취업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선택한 진로가 나에게 맞는 길일까, 취업을 하면 행복할까. 제 또래의 청년들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Q. 대학생활을 마친 소감은?

 

A. 시원섭섭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별 느낌이 없네요. (웃음) 졸업이 아닌 수료를 택해서 아직 실감이 안 나는 걸 수도 있고요. 코로나19 때문에 기대와는 너무 달랐던 막학기를 보냈어요.

 

많이 아쉽죠. 마지막으로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고 싶었는데 학교에 간 날이 다섯 번도 안 될 거예요. 아무것도 모르던 새내기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그래도 어찌어찌 수료를 했네요. 스스로한테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Q. 다시 새내기 시절로 돌아간다면?

 

A.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싶어요. 새내기 땐 최대한 많은 사람과 친해져야 하는 줄 알았고, 그러기 위해 애쓰느라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리고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대학생활 내내 이것저것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새로운 시도나 도전적인 경험은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쉬워요.

 


Q. 가장 좋아했던 수업은?

 

A. 이지훈 교수님의 ‘문화사회학’, ‘영상사회학’, ‘대중문화론’이에요. 같은 교수님의 수업을 세 개나 듣게 될 줄은 몰랐어요. 사실 다른 수업이 또 있었다면 그것도 무조건 들었을 거예요.

 

록 음악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사회 변화에 대해 배우는 수업이었어요. 음악을 많이 틀어주시는데 그때마다 흥을 참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싱어롱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웃음) 금요일 1교시 수업이었는데도 학교 가는 게 기다려질 정도로 좋아했던 수업이에요.

 


Q.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수업은?

 

A. 박지훈 교수님의 ‘다문화사회와 미디어’예요. 저는 ‘지훈’ 교수님들과 잘 맞나봐요. (웃음)

 

과제가 정말 많은 수업이었어요. 2주에 한 번씩 에세이를 내야 되고 영어 연극 발표까지 해야 했죠. 하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많고, 성적 지향, 인종 등 다양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아, 수업 마지막 날 유일하게 단체 사진을 찍은 수업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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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학생활 중 가장 잘한 선택은?

 

A. 교환학생이죠. 교환학생을 가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결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망설여졌어요. 6개월 동안 다른 나라에서 산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많이 무서웠고,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됐어요.

 

하지만 좋은 경험이 될 거라 믿었고 네덜란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죠. ‘만약 교환학생을 가지 않았다면‘이라고 생각해보는 것조차 싫을 정도로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Q. 교환학생 시절이 좋았던 이유는?

 

A. 정신없던 한국 생활을 떠나 여유를 찾을 수 있었어요. 매일 뭐 먹을지 고민하고, 마트에서 장 봐와서 요리하고, 해지는 풍경 바라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런 여유. ’행복하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던 나날들이었어요.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도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이 있음을 배웠어요. 돌발 상황이 생기면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던 사람이었는데, 비행기 지연, 열차 취소 등 수많은 일을 겪고 또 해결하면서 덜 당황하는 법을 깨달았죠. 교환학생 경험을 통해 ’어른‘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이 글을 읽어보세요.

 


Q. 인생의 최종 목표는?

 

A.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행복하게 사는 거예요. 예전에는 직업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당장은 취업 준비에 충실해야겠지만, 더 먼 미래에 대한 생각도 놓지 않으려 애쓰고 있어요.

 

물론 직업은 정말 중요하고, 또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면 행복하겠지만, 다른 곳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소소한 행복부터 커다란 행복까지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Q. 셀프 인터뷰를 해본 소감은?

 

A. 생각보다 재미있네요. 위로도 되고, 복잡했던 마음이 정리되는 기분이에요.

 

취업 준비 때문에 정신없이 지내느라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부족했는데, 셀프 인터뷰 덕분에 저와의 대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5년 뒤, 또 10년 뒤의 저는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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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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