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순간이 가진 힘 - 2022 퓰리처상 사진전 [미술/전시]

글 입력 2022.02.0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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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는 목격자인 동시에 기록자다. 그들이 '슬픈 진실은 슬프게, 오직 진실만을' 담담히 기록한 사진에는 영화보다 더 극적인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 땅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인정하라고 외치듯 말이다. 이 사진들이 단지 아름다운 사진과 다른 이유다. '보편적 인류애와 정의'에 대한 이 고요한 기록들은 당신에게 끊임 없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 전시 소개 중

 

*

 

퓰리처상의 ‘퓰리처’를 맡고 있는 조셉 퓰리처는 현대 저널리즘의 창시자로 불린다. 그는 《뉴욕 월드》를 당시 미국에서 가장 많이 발행된 신문으로 만들었으며, ‘신문은 옳고 그른 것을 가르치는 도덕 교사’이자 ‘재미없는 신문은 죄악’이러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얼핏 들으면 그저 멋있는 신문왕처럼 보이기도 하나, 사실 퓰리처는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선정적이고 비도덕적인 기사를 과도하게 취재하는 경향을 뜻하는 ‘옐로 저널리즘’이라는 말을 탄생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어찌 됐든 퓰리처의 사후 유언에 따라 제정된 퓰리처상은 컬럼비아대학교 신문 대학원에서 운영하며,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도/문학/음악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퓰리처상 사진전은 그중에서도 보도 사진 부문의 수상작의 역사를 훑을 수 있는 전시이다. 이 전시에서는 퓰리처상에서 사진 부문이 시작된 1942년부터 2021년까지의 수상작을 연도별로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다.


 

 

로코 모라비토, 생명의 키스,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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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 모라비토, 생명의 키스, 1968

 

 

당시 미국 지역 신문 ‘잭슨빌 저널’의 기자였던 로코 모라비토는 1967년 7월, 미국 플로리다주의 철도 파업을 취재하러 가던 중 전신주에 매달려 있던 전기공이 감전 사고를 당한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다.

 

그때, 급히 구급차를 찾던 모라비토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거꾸로 매달려 기절한 동료를 구하기 위해 전신주로 올라가 인공호흡을 하는 J.D. 톰슨이었다. 모라비토는 이 모습을 놓치지 않기 위해 셔터를 눌렀고, 그 결과 생명의 키스라는 작품이 나오게 되었다.

 

 

 

스탠리 J. 포먼, 성조기의 불명예,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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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J. 포먼, 성조기의 불명예, 1977

 

 

〈성조기의 불명예〉는 보스턴 시위 현장에 참여한 흑인을 백인 남성이 성조기로 폭행하려는 사진이다. 스탠리 포먼은 1976년 4월 6일, 보스턴 시청 앞에서 학교 통합 프로그램 반대 시위를 벌이는 200여 명의 백인 학생들을 취재하기 위해 현장으로 향한다.

 

현장에 도착한 포먼은 백인 학생들이 테오도르 랜드마크라는 흑인 남성을 붙잡고 성조기로 그를 폭행하는 상황을 목격한다. 사진을 찍은 신문기자인 포먼은 이를 두고 "자유의 상징이 인종 혐오의 도구로 전락한 날이다"라고 감상을 남겼다.


*

 

사진들을 보면 전시상황이나 시위 현장, 재해 현장 등 위험한 순간을 포착한 장면이 굉장히 많다. 사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을 누군가의 렌즈를 거쳐 보게 된다. 조금 날카롭게 이야기하자면 멀리 떨어져서 방관하는 듯한 자세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위 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목격한 바를 수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자칫 그 자리에서 생을 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사실 사진이라는 매체는 우리와 무척 가깝다. 우리는 늘 수없이 쏟아지는 사진에 갇혀 살며, 사소한 것이든 대단한 것이든 우리 손으로 직접 찍기도 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전은 다른 전시에 비해 큰 흥미를 가지지 못했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한 컷의 사진 뒤에 담긴 무한한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어 좋았다. 사실 이전까지 사진은 무척이나 정적인 매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다 보고 난 후 멈춰있는 사진 속에서 당시의 급박한 상황, 감정, 분위기 등을 온전히 경험한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온전히 글로만 쓰인 소설이 오히려 독자의 상상력을 이끌어낼 수 있듯 사진 또한 그런 것이 아닐까?

 

수많은 시간 중 하필 그 순간이 어쩌다 역사 속에 영원히 남게 되었을지 곱씹어 보고 싶다면 이 전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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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아시아경제, 박충훈, 생명의 키스 “사진작가가 인공호흡 권하는 이유”, 2013.05.09.

TIME, Spike Lee: The Photo That Influenced Me Most, 2016. 11. 17.

네이버 블로그, 이로, 퓰리처상 사진전, 2020.11.14. 

심플스토리, 근대 들어 가장 상징적인 사진들과 역사 이야기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옐로 저널리즘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조셉 퓰리처

부산문화회관 공식 홈페이지

 

 

[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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