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DJ YUNA를 만나다
글 입력 2022.02.2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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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제목은 코나의 노래 제목에서 차용했습니다.

 

 

한 때 이태원을 마음의 고향으로 칭하던 때가 있었다. 새벽녘에 취기가 잔뜩 올라 불콰해진 얼굴로 휘청휘청 이태원거리를 배회하다 보면, 나처럼 갈지자걸음을 걷는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모여드는 공간이 있었다. 심장이 울릴 정도로 거센 비트의 음악 소리가 새어 나오는 그곳의 문을 열면 반짝이는 미지의 별나라가 펼쳐졌다.

 

그렇게 거의 일주일에 세 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어느 때보다도 성실하게 클럽에 출석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늘 유나(YUNA)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유나님.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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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YUNA (이하 모든 사진 동일)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언더그라운드 클럽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디제이 YUNA입니다. 주로 이태원과 홍대에서 활동했고, 일산에서도 활동한 경험이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로는 Three Commas Club 이라는 크루 활동으로 인더스트리얼 셋을 트위치라는 플랫폼을 통해 스트리밍 한 적이 있고, MIXMIX TV와 Seoul Community Radio라는 한국의 대표적인 디제이 채널에서도 셋을 플레잉한 적이 있어요. 최근에 Seoul Community Radio에서 진행했던 파티는 “Break Signal” 이라는 파티로, UK Based Music을 테마로 한 일회성 이벤트였는데 멤버들끼리 뜻이 맞아 연속된 시리즈로 계속 함께 하기로 했답니다. 앞으로 SNS 계정을 만들어 멤버들의 활동도 아카이브하고 여러 게스트를 초대하여 파티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계획 중에 있으니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주세요!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날카롭고 금속성 짙은 소리와 노이즈가 뒤섞인 인더스트리얼 사운드, 독특한 리듬감과 베이스 라인이 돋보이는 음악들을 좋아합니다. 다양한 장르의 조합으로 이루어 내는 신선함과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음악을 들을 때 장르의 구분을 지어서 듣지는 않고, 플레잉을 할 때도 최대한 다양한 음악을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디제이 셋으로 틀 때에는 앞서 말한 독특한 리듬감과 베이스라인이 풍부한 소리의 음악들을 많이 셀렉합니다. 최근에는 디제잉 셋을 위한 음악 디깅이 아니더라도 락, 대중 가요, 하이퍼 팝도 듣고 있어요. 특히 서태지의 8집 앨범 “Seotaiji 8th Atomos” 과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한 레이블 PC Music의 실험적인 사운드로 이루어진 곡들을 요즘 즐겨 듣고 있어요.

 

작업적 영감을 얻는 부분이 있다면요?

  

정말 다양한 부분에서 영감을 얻긴 해요. 평소에 문화 예술을 향유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 활동을 하면서도 영감을 얻고요. 사람들이랑 만나서 대화를 나누거나 음악 들으면서 길을 걷다가 갑자기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디제이로서의 작업에 대한 영감이라고 국한한다면, 특정한 영감을 얻어서 음악을 찾기보다는 음악을 들으면서 사운드 자체의 구조나 전개, 질감 같은 부분에서 영감을 받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비주얼 아트를 보면서 거기에 매칭되는 음악이 떠오르기도 하고. 한 방향이 아니라 여러 방향에서 들어오는 자극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저한테 디깅은 습관 같은 거여서, 최대한 새로운 음악을 들어보려고 늘 시도하는 편입니다.

 

현장에서 플레잉을 하실 때와 믹셋을 만들 때, 초점을 맞추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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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음악을 틀 때, 믹셋을 만들 때, 공통적으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다면 흐름입니다. 완급 조절을 잘 해내면서 음악의 기승전결을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현장에서는 관객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또 항상 기록이 되는 것도 아니다 보니까 과감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할 수 있어요. 준비한 것만 시도하기보다는, 상황에 맞춰서 이런 시도도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그런 걸 비교적 부담 없이 해볼 수 있어요.

 

반면 믹셋은 완성본을 올리는 거다 보니까 신경을 훨씬 많이 쓰게 되고, 새로운 사운드를 만드는 것에 대한 도전을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a 노래와 b가 있다고 치면, 그걸 섞었을 때 오히려 a랑 b를 따로따로 하나씩 듣는 것보다도 더 좋은 느낌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편이에요. 좋은 음악 체인지가 일어나기 위한 시도들이요.

 

믹셋을 위해 곡을 셀렉할 때는 믹셋의 흐름을 신경쓰면서, 이 곡이 믹스의 어디쯤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들어요. 기승전결을 생각하면서요. 예를 들자면, 이 곡은 맨 처음 오프닝으로 무게감 있게 등장할 때 쓰면 좋겠다. 서정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면서 여운을 남기는 곡이라면, 믹스 후반에 마무리하는 느낌의 엔딩곡으로 쓰면 좋겠다. 독특하거나 강렬한 사운드라면 메인에 배치하는 게 좋겠다. 이런 식으로요. 곡 하나하나마다 각자의 색깔이 있긴 하지만 그 곡들을 모아서 하나의 믹셋으로 만들 때는 그 믹셋의 전체적인 느낌과 색깔을 결정해야 하니까. 만들고자 하는 믹셋의 전체적인 무드나 색깔을 떠올리며 음악을 듣는 편이에요.

 

펜데믹 이후로 공연 예술계가 휘청거리면서 여러 클럽들이 휴업을 하거나 문을 닫게 되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유나님은 믹스믹스 출연이나 트위치 등 여러 스트리밍 프로그램으로 활동들을 전개하셨는데요. 위드 코로나 시대가 개막함에 따라 전자 음악 공연 포맷도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의 전자 음악 공연의 형태는 어떠할 것으로 추측하시나요? 덧붙여, 전염병의 시대에 디제이들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보신 부분이 있을까요?


    

출처: 유튜브 채널 MIXMIX TV

 

 

펜데믹 이후로 공연의 형태는 라이브 스트리밍이나 영상 촬영 등 온라인화가 되며 변화하고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온라인 활동을 신경 쓸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자면 요즘에는 인터넷에 식당을 검색했을 때도 그 식당이 인터넷상에 검색되지 않으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지잖아요. 그런 것처럼 온라인으로 자신의 활동을 알리는 것이 이전보다도 필요하다고 느껴요.

 

또, 디제잉이 사운드를 다루는 것이기는 하지만 비주얼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 것 같아요. 앨범 발매시에도 음악 외에 앨범 커버아트나 뮤직 비디오에 엄청난 공을 들여 만드는 것처럼, 디제잉도 백그라운드 아트 등 비주얼적인 요소를 같이 신경 쓰면서 시너지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더그라운드 음악 장르의 경우 사운드 클라우드라는 플랫폼이 활성화가 되어있긴 하지만, 요즘 유튜브가 강세다보니 그에 맞춰 믹스도 동영상 형태로 출현하는 일이 잦아졌죠. 그 영상의 비주얼적인 면을 어떻게 만들어낼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요즘에는 유튜브에서 믹스보다도 플레이리스트를 찾아 듣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단순히 믹스만을 만드는 것보다는 일반 대중의 습관이나 행동 같은 것들을 잘 분석해서 전자 음악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렵죠. (웃음) 저도 잘 알아요.

 

최근 몇 년 동안 일부 클럽에서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했어요. 이전에도 클럽은 거의 소수의 음지 문화로 분류되었지만, 그 시점을 계기로 클럽의 대외적인 이미지가 더욱 하락했죠. 클럽 문화가 음지 문화, 퇴폐향락적인 문화로만 소비되는 것에 대해 유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어요.

 

사실 이 부분은 굉장히 안타까워요. 그런데 워낙 해당 사건이 범죄랑 연루된 심각한 사건이다 보니, 저도 일반적인 대중이었으면 당연히 부정적인 시선으로 봤을 것 같아요. 그래서 슬프지만 이해가 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그런데 클럽을 가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대형 클럽 내부의 분위기랑 언더그라운드 클럽의 분위기는 매우 달라요. 대형 클럽의 경우 방문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유흥인 경우가 많지만 언더그라운드 클럽에는 음악을 즐기려고 온 사람들의 비율이 압도적입니다. 미디어에서도 그런 대형 클럽만을 클럽의 전부인 것처럼 다루다 보니까 대다수 사람들의 인식은 거기서 그치게 되는 것 같아요. 클럽이 유흥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음악을 듣고 즐기는 것이 취미이자 문화 생활이 될 수 있다는 생각, 그런 서브 컬쳐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라는 생각을 사람들이 가졌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단번에 인식이 전환되기란 쉽지 않죠.

 

요즘에는 온라인으로 여러 디제이들의 믹셋을 쉽게 찾아 들을 수 있으니까, 본인의 의지로 조금만 검색해본다면 이렇게 음악을 즐기는 취미도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을까요? Boiler Room 이라든지, HÖR BERLIN이라든지, 여러 채널과 플랫폼에서 디제이들의 플레잉 영상과 믹스들을 직접 보고 들어본다면, 디제이들이 정말 진심으로 음악을 대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유나님은 디제잉을 하면서도 전시에 아티스트로 참여하기도 했고, 프로듀싱을 배우기도 하셨어요. 그동안 유나님의 행보를 지켜봐온 사람으로서, 저는 유나님을 디제이라는 직함보다는 예술가이자 창작자라는 언어로 표현하고 싶다고 자주 생각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창작자들에게 어떤 환경이 갖춰졌으면 하시는지 유나님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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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음악적 취향에 대해 다양성을 존중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한국에서는 덜 만들어진 것 같다고 느껴요. 전자 음악이 발달한 유럽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특정 부분에만 인기가 쏠리는 느낌이 없지 않아요. 한국에서는 K-pop이나 힙합 같은 장르들이 대세이자 주류고, 나머지 음악들은 사실 일반 대중들의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차트에 있는 음악만 듣거나 세부적인 음악 장르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고요. 반면에 유럽 같은 경우는 인디 음악 시장도 크고, 대중들도 다양한 음악 장르를 소비하고, 그에 맞춰 여러 스트리밍 사이트도 취향에 맞는 장르를 찾을 수 있도록 구성이 잘 되어 있잖아요.

  

여러 장르나 문화를 직접 경험해보고 느껴본 후에 자신의 취향을 깨닫고 향유하는 것보다는 시장이 제시하는 것, 대세나 유행에 맞춰 따라가는 점을 아쉽다고 느껴요. 이런 경우가 상당하다 보니 비주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지칠 때가 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유명세를 얻어도 주류와 비교가 안 될뿐더러, 유명해지지 않는 이상 내가 힘들게 이룩한 성과를 이해 받지 못할 것 같기도 해요. 별난 사람 취급을 받을 것 같기도 하고. (웃음)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고 상품화가 되는 것인데, 애초에 좋아하는 사람들 수 자체가 적으니 수익으로 연결되기가 힘들고, 그 양극화가 심화되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는 지속하는 것 자체가 정신적 ∙ 경제적으로 회의감을 불러일으키죠. 최근에는 그래도 예전보다는 문화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의 비율이 급증했지만, 불과 5년 전만 해도 지금의 분위기와는 좀 달랐던 것 같아요. 실제로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문화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면서 예전보다 지원사업이나 공모 수도 늘어나고, 그래서 작품 활동에 드는 경제적인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예술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도 하지만, 저는 그래도 소비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제이라는 직업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디제잉을 하면서 즐거웠던 점은 참 많아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보람되면서도 재미있는 활동이고, 하나하나의 곡으로는 만들어내지 못하는 소리를 믹스해서 만들어보는 과정도 즐겁습니다. 관객들이 신나게 춤추는 모습에도 기쁨을 느끼고요. 다른 디제이들이 트는 음악을 듣는 것도, 음악을 매개로 사교모임의 장이 만들어지는 것도 좋았어요.

 

슬픈 점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힘든 점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관객 앞에서 믹셋을 들려주고 싶은데, 들려주고 싶다고 들려줄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클럽 레지던트 (클럽 소속으로, 정기적으로 소속 클럽에서 플레잉하는 사람)같은 경우는 소속감도 있고, 정기적으로 음악을 틀 만한 기회가 마련되니까 괜찮을 수 있지만, 프리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혼자 기획해서 파티를 만들거나 섭외가 되거나, 두 방법 밖에는 없어요. 그런데 둘 다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다음 일이 있을까? 계속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늘 있는 것 같아요.

 

디제이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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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처음에 이런 음악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어요. 우연히 방문했던 클럽에서 생전 듣지 못했던 음악을 듣고 빠지게 되었고, 그 음악들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서 알아보기 시작했던 것이 바로 제가 디제이가 된 계기입니다. 과거의 저와 같은 사람이 어딘가에 분명 존재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런 음악을 들어보지 못하고 잘 알지 못해서 아직 관심이 생기지 않은 사람들이요. 세상에 정말 다양한 장르의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음악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향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저의 디제이로서의 목표입니다.

 

맞네요. 우리가 흔히 아는 EDM 말고도 전자 음악의 종류는 많으니까. 이런 음악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대중들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유나님은 한국에서 비주류로 통하는 테크노 음악에 힙합을 결합하기도 하셨잖아요.

 

어떻게 보면 의외성의 결합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해요. 요즘 마케팅 전략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긴 한데, 곰표 밀가루와 맥주도 전혀 연관이 없지만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어필하는 것에 성공을 했잖아요. 요즘에는 이 또한 너무 익숙해지고 또 만연해져서 더 이상은 신선한 조합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는 있지만요. 저는 전자 음악을 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음악에서의 이런 조합들이 되게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힙합과 테크노도 박자나 리듬감 등 음악의 성격과 특성이 다르잖아요. 힙합은 비트 위에 랩을 하는 음악 장르이고, 구성이 벌스와 훅으로 이루어져 있고, 비트의 리듬도 다양하다면, 테크노는 주로 정박에 묵직하고 반복적인 패턴의 소리로 이루어져 있고, 대중들이 힙합보다는 잘 모르는 분야이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전혀 비슷하지도 않고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인데 사람들이 의외성과 신선함을 느끼면서 빠져들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현장에서 틀어봤을 때에도 반응이 되게 좋았습니다.

 

요즘에는 음악 자체도 워낙 많은 소리들이 다양하게 혼합 되어있고 장르의 구분도 점점 모호해지고 있어요. 전자 음악적인 요소가 많이 섞여 있는 힙합도 있고, 락적인 요소가 섞여 있는 테크노도 있고, 인더스트리얼, 락, 팝 등 여러 장르의 느낌이 다같이 섞인 하이퍼 팝도 있고. 저는 이런 것들이 의외의 조합이지만 신선하고 좋은 충격으로 리스너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유나님께서는 전업 디제이를 생각 중이신가요? 혹은 그렇지 않다면 어떤 분야에 진출하고 싶으신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네요.


 

구조적, 환경적으로 전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은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꼭 해보고 싶은 것은 라이브 퍼포먼스라든지, 디제이 공연이 아닌 음악 관련된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음원을 내보고도 싶고 뮤직 비디오도 찍어보고 싶고. (웃음) 뮤직비디오에 제가 출연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예전에는 디제잉에 조금 매몰되어 있었는데 요즘 들어서는 범위를 확장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해보고 싶은 것 같아요. 뭐, 제 목소리를 직접 녹음해서 보컬 샘플로 만들 수도 있고요. “나는 진짜 딱 이거만 할거야!” 그런 마음은 딱히 들지 않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게 많으신가 봐요.

 

저는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열어두는 것이 좋아요. 개인적으로 한 가지만 파는 것보다는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보는 게 멋진 자세라고 생각해요. 뭐 사실하나만을 열정적으로 파는 성격이 못 되기도 하고. (웃음) 그런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시도하는 것을 좋게 보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여러 가지를 하니까 전문적이지 않고 깊이가 없는 것 같다며 안 좋게 보는 시선도 존재해요. 그런데 저는 그건 성향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들어서 잘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저처럼 다양한 시도를 하는 사람들도 필요한 거죠. 그 중에 뭐 하나가 잘못 되었다거나 배척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리스너들의 입장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선택의 폭을 넓히는 일이니까 좋지 않을까요? 근데 요즘엔 그냥 심플하게 이런 생각도 해요. 뭐 아무리 욕을 먹든 험난한 여정이 되든 결국 잘 되면 장땡이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 편협했다는 것도 인지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웃음)

 

유나님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네요. 추후 활동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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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비주얼적인 부분이 항상 음악이랑 함께 조화로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래픽 디자인이라든지 음악에 맞춰 반응하는 ‘오디오 비주얼’ 등을 배우면서 조금씩 만들어보고 있어요.

 

그리고 디제잉도 앞으로 꾸준히 해야 하지만 프로듀싱을 배워서 시도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공연을 하다 보면 제가 틀었던 곡들이 좋다면서 혹시 본인이 만들었냐고 물어보시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제가 직접 곡을 연구하고 만들어봐야 사운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 같고, 그게 디제잉에도 긍정적인 시너지로 작용할 것 같아요. 잘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건 해봐야 아는 거고. (웃음)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어요. 프로듀싱을 집중적으로 배워보고 디제잉이나 비주얼적인 요소에 대해서도 도전을 꾸준히 해야 나중에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사실 제가 하는 장르가 일반 대중들 입장에서는 생경한 부분이 크긴 해요. 그래서 요즘에는 그들도 처음 들었을 때 너무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접근하기 좋은 음악들도 함께 시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과 고민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

 

그녀와 나는 우스갯소리로 클럽 앞에 괄호를 치고 (헬스)클럽이란 말을 자주 했다. 데낄라 한 잔을 입 안에 털어 넣고 반복되는 테크노 리듬에 몸을 맡기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스마트폰에 기록된 걸음 수는 3만보가 훌쩍 넘어 있었으니, 사실 그 말은 과언이 아니었던 셈이다. 대담을 정리하며 음악에 한껏 젖어 무아지경으로 몸을 흔들었던 그 시절 밤의 열기가 떠올라 잠시 그리움에 젖어들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회 곳곳으로 침투했고, 특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연예술계는 더욱 큰 타격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장기적인 침체기를 겪고 있는 것은 클럽 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26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했던 홍대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산실, 클럽 M.W.G 조차도 문을 닫게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디제이들은 독창적인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여러 언더그라운드 클럽들 또한 다양한 로컬 창작자들과 함께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하는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치열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클럽 문화는 음지 문화나 퇴폐향락적인 문화로만 소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YUNA의 말처럼 클럽에서 음악을 듣고 즐기는 것이 취미이자 문화 생활로 인식되고,그런 서브 컬쳐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날이 찾아오기를 희망한다. 다양한 문화가 존중될 때 우리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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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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