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만의 순서로 정하는 시작점 -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

글 입력 2022.04.0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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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외식할 때면 항상 긴장된다. 과연 가족들의 미식 기준을 충족할지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밥에 진심인 한국인답게 우리 가족도 꽤나 음식에 진심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맛있는' 음식에 진심이며, 맛없는 음식에 돈을 쓰는 걸 돈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아까워할 정도다. 그러니 가족 중 맛에 대한 기준이 가장 낮은 필자로서는 항상 긴장될 수 밖에.

 

가족 중 가장 미식가는 어머니로,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원재료에 대한 기준도 높고 맛의 스펙트럼도 넓으신 편이다. 덕분에 필자 또한 어려서부터 좋은 재료의 음식을 섭취하고, 다양한 맛을 경험해보았다. 어머니는 유명하지 않아도 맛있는 집을 많이 알고 계시고, 친구분들과 여행을 가실 때면 당연스레 어머니가 선택한 음식점으로 향한다. 주변인들에게도 인증된 어머니의 높은 미식 기준으로 인해 기념일이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한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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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는 이런 고민에 대한 조금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가족들과 함께 새로운 음식을 알아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읽어 나갔다.

 

책의 저자 알렉상드르 스테른은 기업가이자 미식가로, 요리와 여행에 대한 열정이 높아 세계를 돌며 희귀한 맛을 찾아 대중에게 알려왔다고 한다. 이번 책에서는 "먹어보기 전에 죽지 마라"는 슬로건에 맞게 일생에 한 번은 맛보아야 할 음식과 재료 700가지를 총망라하고 있다.

 

작가가 선별한 음식의 기준은 '감정'이다. 그가 어떤 음식을 맛봤을 때 더 많은 독자와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을 경우에만 뽑아 미식 라이브러리에 저장해 두었다. 이 미식 라이브러리는 달걀 반숙, 블루베리 등 평소 접하기 쉬운 음식부터 홍어, 번데기, 여주 등 진입 난이도가 높아 맛에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음식까지 다양하고도 넓은 음식 폭을 담고 있다.

 

또한, '라이브러리'라는 제목답게 서문에 책의 기본원칙이 잘 정리되어있다. 음식 항목 선별, 분류, 음식 소개순서, 음식에 대한 설명, 원산지, 음식 이름까지 어떠한 기준으로 작성되었는지를 미리 밝혀 라이브러리에 들어가기 전 책에 대한 정리를 먼저 진행할 수 있으며, 음식명 옆에 위치한 체크박스를 표기하여 지금까지 먹어본 음식을 기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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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순서로 정하는 시작점


 

책의 시작은 프랑스에서 시작하지만, 필자는 한국부터 읽기 시작했다. 저자가 어떤 한식을 라이브러리에 담았을지 궁금하기도 했고, 선택된 한식을 통해 저자의 입맛을 파악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는 중국, 일본 파트를 읽었고, 이후엔 지금까지 필자가 여행하고 머물렀던 나라들의 음식을 찾아 체크박스를 표시하며 읽어나갔다. 저자가 소개한 순서대로 읽는 것도 좋겠지만, 나만의 순서를 세워 읽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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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음식문화의 나라


 

책은 다소 비슷한 요리 유산을 공유하는 지역을 묶어서 소개하는데, 매우 뚜렷한 음식 문화를 지니고 있는 다섯 개 나라는 개별적으로 분류했다. 한국은 이 다섯 개 나라 중 하나로,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일본이 함께 속해있다. 수많은 나라 중에 한국이 매우 뚜렷한 음식문화를 가진 다섯 나라 중 하나로 꼽혀 쓰인 것이 신기하면서도 중국과 일본이 함께 있는 것을 보며 세 나라가 비슷한 듯 정말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소개된 음식들만 봐도 세 나라가 가진 식문화의 차이가 큰 것을 느낄 수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식문화가 반영된 전통음식이 많이 소개된 반면 일본은 음식 본연의 재료가 많이 소개된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아쉬웠던 점은 '김'이 일본파트에서 소개가 되었다는 점이다. 서문의 기본원칙에서 '반드시 그 음식을 가장 많이 구할 수 있는 나라나 실제 원산지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으며, 해당 음식을 가장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는 국가에 배치했다'고 적혀있고 일본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해조류로 소개하기에 그렇구나 싶으면서도 한국 김이 아시아 표준으로 인정되고, 일본보다 오랜 시간 김을 섭취해온 우리나라의 음식이 일본파트에 소개된 점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왜 제목에 '용감한'이 들어있는지 알 것 같다. 라이브러리에는 우리나라의 홍어, 번데기와 같은 음식부터 필리핀의 발롯이나 여주, 또 개구리 뒷다리 등과 같은 꽤나 모험적이고 용기가 필요한 음식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책에 소개된 700개의 음식을 다 도전하고 나면 말 그대로 용감한 미식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수백여 가지의 음식들을 접하며 어머니와 함께 시도해 볼 음식으로 무엇이 좋을까를 생각해보았다. 물론 방문하는 음식점에 따라 음식의 맛이 달라지겠지만, 함께 시도해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경험 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평소에는 그저 지나갔던 동네의 다양한 국가의 음식점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큰 관심을 주지 않았던 음식점들이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새로운 기대감이 자리 잡은 것이다.

 

동시에 작가의 라이브러리와 별개로 독자들의 개별적 미식 라이브러리를 완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먹어온 음식들을 아카이빙하거나, 음식점들을 아카이빙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삶을 지속하는 동안 음식을 뗄 수 없는 존재다. 그렇기에 음식 또한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추천의 말처럼 아는 만큼 앎의 기쁨이 커지고 재미가 생긴다. 음식에 대한 정보가 추가된다면 음식을 먹는 것을 넘은 더 큰 기쁨이 생길 것이다. 이 기쁨의 시작을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가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김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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