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팀 버튼 특별전 [전시]

팀 버튼 특별전
글 입력 2022.05.23 12:4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예술가라면 사물을 새롭게 그리고 이상하게 바라볼 것

 

 

poster 5종_01.jpg

 

 

잔뜩 풀이 죽은 찰리가 길에서 주운 돈으로 초콜릿을 사서 골든 티켓의 주인공이 되는 장면은 성인이 된 지금 봐도 짜릿하다. 바로 웅장한 음악과 기괴한 조형물, 그리고 아이들의 환상을 그대로 실현한 듯 다채로운 공간을 개척한 팀 버튼 감독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다. 초콜릿 호수를 마시고 배가 부푼 남자아이, 풍선껌을 씹고 인간 블루베리가 된 여자아이, 그리고 마지막에 우승자가 된 찰리가 차기 공장주를 거절하는 장면까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어쩌면 상상만 하던 일들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을 목격하는 관객들의 열광은 대단할 수밖에 없다. 또한 팀 버튼 감독은 영화 작품뿐만 아니라 일러스트, 회화, 사진, 글 등 다양한 작업물들을 통해 독특한 예술관을 구획했다.

 

<팀 버튼 특별전> 전시관 입구에는 큰 눈알의 외계인 같은 조형물 세 마리가 있다. 이 설치물은 팀 버튼 감독이 이번 서울 전시만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작품이라고 한다. 10년 전 한국에 처음 방문했던 팀 버튼은 스스로가 외계인처럼 이방인 같다는 기분이 많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이번에 외계인의 우주선을 닮은 신기하고도 아름다운 건축물, DDP에서 전시를 할 수 있게 되어 기뻤던 마음을 이렇게 조형물로 표현해 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다양한 아이디어가 실현된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매년 크리스마스만 되면 떠오르는 캐릭터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잭 스켈링턴이다. 모두들 이름은 생소해도 캐릭터를 보는 순간 ‘어디서 많이 봤는데!’라며 감탄을 표할 것이다.

 

 

전시전경3.jpg
전시장 전경
1369_NIGHT0133.jpg
크리스마스의 악몽 스토리보드(The Nightmare Before Christmas storyboard) 1993 ⓒTim Burton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은 팀 버튼이 직접 쓴 한 편의 시로부터 탄생했다. 이 영화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당시 디즈니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할로윈을 사랑하지만 색다른 경험을 갈망하는 해골 신사, 잭 스켈링턴은 공개되자마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뻥 뚫려 미묘하게 깜빡이는 검은 두 눈, 순수한 함박웃음, 귀여운 들창코와 마르고 기다란 팔다리로 잭 스켈링턴은 홀리데이를 대표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모두에게 기억되고 있다.

 

사실 이 시기의 팀 버튼은 디즈니 스튜디오의 견습생 애니메이터로 일하고 있었다. 수백 가지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였지만 디즈니사에서는 그의 아이디어를 전혀 채택하지 않았다고 한다. 팀 버튼은 실망과 좌절을 겪었지만 오히려 다른 방법으로 그의 창작력을 표현하기로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결과를 비로소 오늘날, 볼 수 있게 되었다.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별도로 마련된 특별 상영관에서 본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은 개인적으로 매우 충격적이었다.

 

 

전시전경5.jpg
전시장 전경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은 굴 소년의 비극적인 탄생을 시작으로 불완전한 인생을 살다가 끝내 아버지에게 먹혀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 같지만 사실 메시지는 어른들을 향하고 있다. 사회에서 고립된 주인공들은 독자들에게 어린 시절이나 청소년기의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팀 버튼은 이 작품에서 희극과 비극이 서로 뒤엉켜 있는 불행한 캐릭터들의 복잡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

 

굴 소년의 암울한 인생을 회색빛으로 표현한 배경이 아직도 눈에 선연하고, 마지막에 굴 소년이 아버지에게 먹히는 장면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기괴하다.

 

 

가위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 다음으로 본 팀 버튼의 영화가 바로 <가위손>이다. 철컥철컥 소리를 내며 등장한 조니 뎁의 기괴한 모습이 매우 기억에 남는다.

 

 

KakaoTalk_20220523_012518398.jpg
영화 <가위손>
KakaoTalk_20220523_012518398_01.jpg
영화 <가위손>

 

 

<가위손>은 팀 버튼이 고립과 단절이라는 주제에 대해 그림을 그리다가 나온 아이디어라고 한다. 가위로 된 손을 가진 주인공, 에드워드를 그린 스케치들을 보면 혼자 견뎌내야 하는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고독한 발걸음이 표현되어 있다.

 

에드워드가 사실적으로 재현이 가능했던 것은 아마 특수분장팀의 고도의 기술과 노력 덕분 아니었을까. 실제로 전시장에서 스케치와 영화를 비교해 보면 아름답고도 위험한 가위로 된 손이 크고 사실적으로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 않지만, 내면은 꽉 차있는 따듯한 캐릭터로 에드워드는 전 세계적으로 감동을 줬던 주인공이다.

 

 

유령 신부

전시장 조형물의 대부분은 유령 신부를 나타내었다. 큰 눈과 기괴하게 꺾인 목과 허리, 그리고 시린 피부색을 잘 표현했다.

 

 

전시전경11.jpg
전시장 전경

 

 

<유령 신부>는 19세기 동유럽의 전통문화를 배경으로 한다. 팀 버튼은 등장인물들을 드로잉 작업으로 먼저 구상하고, 후에 인형으로 제작하기까지 했다. 이 작품은 팀 버튼스러운 영화로도 유명하다. 기이하고, 환상적이며, 감정적으로는 달콤 씁쓸한 요소들이 모두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팀 버튼의 예술관을 논하려면 바느질이 빠질 수 없다. 그의 작품과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바느질 자국은 분열과 절단, 그리고 반전의 상징이다.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가위손>, <유령 신부> 모두 캐릭터들의 신체 부위가 임시로 붙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바느질 자국은 정신적 혹은 심리적 분열을 상징하는 동시에 사회적 고립을 표현하는 한편, 그 속에는 또 다른 모습이 숨어 있음을 암시한다.

 

 

KakaoTalk_20220523_143709704.jpg

 

 

마치 윌리 웡카의 공장 안에서 탐방하고 있는 듯했다.

 

팀 버튼의 캐릭터들은 모두 재미있고 신랄하며, 특이한 매력을 갖고 있었다. 이상하고 괴기스러운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오해받고 배척당하지만 오히려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과 순수한 인간성이 돋보인다. 전시를 보면서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고, 작품 속 반전을 알아냈을 땐 놀라기도 했다. 오랜 시간 동안 몰랐던 비밀을 몰래 알아낸 것 같았기 때문이다.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의 잭 스켈링턴은 길고 가는 팔다리와 연약한 외면과는 다르게 풍부한 감정과 상상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어린아이 같은 순진함과 사랑스러움이, 창백한 피부와 두려움을 자아내는 손에 가려져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가위손>의 에드워드와 비슷하다.

 

생각을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편했던 팀 버튼, 그에게 미술이란 전부였다. <팀 버튼 특별전> 마지막 섹션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작업실이 찬란하고 화려한 스크린 뒤에서 고군분투했을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잘 보여준다. 오늘날 그와, 그의 작품들이 있었던 것은 아마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유행과 선입견에 휩쓸리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컬쳐리스트 황희정.jpg

 

 

[황희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9.0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