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마 미술관의 도슨트를 생생히 듣다 - 그림들 [도서]

글 입력 2022.08.13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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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술관에서 보통 도슨트를 듣지 않는데요. 작품 설명을 개인적으로 읽고 감상을 차분히 정리하는게 자유롭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도슨트의 매력이 무엇인지 잘 몰랐는데, 이 책을 보며 조금은 알게 된 것 같기도 해요. 설명글이나 오디오도슨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아 도슨트를 들어보고 싶기도 했고요.

 

작가는 미국 현지의 미술관 도슨트입니다. 그림을 매개로 관람객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이름도 편하게 부르고, 질문도 망설이지 않을 정도로 서로에게 익숙해진다고 해요. 유명한 미술관이라서 찾아갔는데,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에요.

 

“미술이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네요!” 도슨트의 작품 설명에 점점 빠져들다 보면 예술에 대한 부담감을 버리고 위안과 기쁨으로 가득찰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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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읽은 예술 서적 중에 이정도로 재밌어서 빠르게 책자를 넘긴 건 처음이에요. 마치 소설의 결말이 궁금한 것처럼 이 책도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그 이유가 무엇일지 고민해봤는데, ‘도슨트북’이라는 특징이 여실히 녹여져있기 때문이었어요.

 

사실 예술을 사랑하면서도, 한편으론 미술 정보를 전달해주는 글을 읽는 걸 지루해할 때도 있었습니다. 현학적으로 써져있는 경우에는 어려워서 튕겨나갈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은 매우 쉽게 글이 써져있습니다. 이보다 더할 수 없게요. 어려운 단어가 있거나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 브레이크가 걸린 적이 없어요. 작품의 핵심 감상 포인트만 딱딱 잡아두었죠.

 

한 작가 챕터 속에 7~10개의 짧은 글이 소제목을 달고 실어져 있는데요. 짧은 호흡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구성하다보니 지치지 않게 되요. 하나의 챕터를 모두 읽고 저는 다시 소제목만 쭈르륵 읽으며 흐름을 다시 잡고가기도 했어요. 모마 미술관 소장품 뿐만 아니라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른 작품도 함께 실어뒀어요. 딱딱한 작품 설명을 비롯해 쉽게 들을 수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포함하고 있죠.

 

실제로 미술관에서 도슨트를 듣는 듯한 현장감도 느낄 수 있어요. 도슨트를 직접 만나 작품 앞에서 이야기를 듣는 듯 해요. 이를 위해 그림과 사진을 큼직하게 삽입해 두었다고 해요.

 

그렇다면, 이제 인상깊게 읽었던 작가를 소개해볼게요. ‘손잡고 함께 춤추듯이’ 앙리 마티스입니다. 모마에서 만날 수 있는 <춤 1>에서는 벌거벗은 여인들이 마치 강강술래를 하듯 원을 그리며 춤을 추고 있어요. 원시 미술을 연상케 하는 이 작품은 본능에 따라 자유롭게 기쁜 감정을 공유하고 있죠.

 

모두 손을 꼭 맞잡고 있는 것 같지만, 앞쪽 두 사람의 손은 살짝 떨어져 있어 관람객에게 함께 춤을 추자고 말하고 있는 듯 해요. 2.5미터가 넘는 대형작품이지만 작가는 파랑색 하늘, 녹색의 땅, 사람들 외 빈 공간을 굳이 채우려고 하지 않았어요.

 

이에 대해 마티스는 “단순함이 메세지를 전달하는 데 가장 강력한 도구에요. 내가 전하려는 메세지는 기쁨입니다. 행복이죠.”라고 답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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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는 <모자를 쓴 여인>을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이는 사물 고유의 색을 존중하던 전통 회화 방식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작품인데요. 사랑하는 연인 아멜리에의 모습을 담았어요. 마티스는 “그녀가 어떤 색의 모자를 썼는지, 옷과 부채는 어떤 색이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고, 오직 흥분되고, 설레고, 사랑이 넘치는 ‘감정의 색’만 남아 있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사물이 본래 가진 색과 보는 이가 느끼는 감정의 색을 분리하며 ‘색을 해방시킨 화가’라고 불리게 되었죠. 해당 작품은 현재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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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마티스 전시를 했었죠. 사실 저는 그 전시를 봤을 때 조금 실망했어요. 유명한 원화는 없고, 컷아웃 기법을 활용한 작품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에요.

 

전시를 봤을 때는 마티스에 대한 이해도가 적었기 때문에 종이로 만든 작품들이 괜히 시시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이 책을 읽고 마티스의 의도를 이제서야 알게 되었어요.

 

1941년, 지병으로 더 이상 이젤 앞에 붓을 들고 작품을 만들기 어렵게 되었어요. 이 때 물감을 칠한 종이를 오리고 붙여 완성하는 컨아웃 기법을 시작하게 된 것인데요. “가위는 연필이나 목탄으로 선을 그리는 것보다 더 감각적이다.” 보통 드로잉으로 형태를 먼저 완성 후 책을 칠하죠. 그런데, 컷아웃 기법은 종이에 색을 먼저 칠한 후 가위질로 형태를 완성하는 역발상 기법이에요.

 

마티스가 평생 몰두해왔던 색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된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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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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