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함께 걷는 밤 - 오즈의 의류수거함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웰메이드 뮤지컬
글 입력 2022.10.22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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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시험에 불합격하고 자살까지 생각했던 도로시는, 매일 밤마다 의류 수거함 속의 헌 옷을 빼내어 구제 의류숍을 하는 마녀에게 팔아넘긴다. 그렇게 밤의 세계를 살아가며 거리의 노숙자와 폐지 할머니 등 낮의 세계에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도로시.

 

그러던 어느 날, 도로시는 의류수거함에서 일기장을 발견한다.

 

그 안에는 누군가 자살을 암시한 글이 써있었는데... - <시놉시스>

 

*

 

소설이 원작인 뮤지컬 <오즈의 의류수거함>을 보고 왔다.

 

거두절미하고 핵심만 짚어보자면, 담고 있는 주제가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극의 분위기는 처지지 않았고 오히려 희망찬 미래와 티없이 밝은 사람들을 보여주어 소재가 주는 음울함을 잘 극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모두 '자살'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연결되어 있다. 뮤지컬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 요소인 자살은 가장 괴로운 죽음이다. 자살을 결정하는 것도 자신이고 자살을 실행하는 것도 자신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홀로 그 지난한 시간을 견뎠는지 우리로서는 쉬이 알 수 없다.

 

동시에 자살은 가장 외로운 죽음이기도 하다. 그 모든 과정을 홀로 해내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조심스레 그것을 꺼내놓기 전까지는 누구도 쉽게 자살에 개입할 수 없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죽음, 누구에게도 알릴 수 없는 죽음. 사회로부터 고립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자살은 지극히 외로운 죽음이다.

 

자살은 쉽게 방치되고 잊혀진다. 새로운 소식들이 분수처럼 뿜어져나오고 사물이든 현상이든 마음이든 모든 것이 쉽게 사라졌다가 빠르게 없어지는 지금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살에 관심을 가지기가 힘들다.

 

더군다나 그런 사람들이 작은 입자 단위로 파편화되어 있으니 안 그래도 어려운 상황은 더 악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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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목전에 둔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들은 일종의 사인을 남긴다. 자살을 암시하는 말과 행동을 하며 누구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란다.

 

극에 나온 195의 행동도 이와 유사하다. 자살을 앞두고 그는 일기장을 의류수거함에 버린다. 자신을 쉽게 찾아주길 바란 것은 아닐 테다. 어딘가의 단 한 명이라도 내 글을 봐주길 바라는 것에 더 가깝다.

 

그 일기장은 도로시의 손에 들어가며 본격적으로 극이 시작된다. 도로시 역시 자살을 결심했던 사람으로서 195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다. 195와 어떻게든 연결되기 위해 애쓴다. 연결은 그렇게 한 사람을 구원한다. 하나의 세상을 지탱한다.

 

사람들은 서로서로 연결되기 시작하며 삶을 바꿔나간다. 우울한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그리며 노래를 부른다. 외로움의 연대는 그 자체만으로 치유의 힘을 만들어낸다.

 

<오즈의 의류수거함>은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치있는 유머와 밝은 분위기로 웃음이 가득한 극을 만든다.

 

마냥 무겁게 다루는 것이 답이 아니라 이렇게 함께 연결되면 더 재미있는 일이 많아진다고, 우리는 서로서로 만나면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아서 편하게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었다.

 

누구나 미소를 짓고 나올 수 있는 뮤지컬인 <오즈의 의류수거함>의 밝음이 어두운 밤 사람들에게 빛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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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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