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야 - 기울어진 미술관

글 입력 2022.10.19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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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_미술관_표1(귀도리).jpg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마음의 눈을 키워야 한다는 감상적인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몇 년 전이었다. 학교에서 우연히 강연 하나를 듣게 되었는데, '차별'을 주제로 진행되는 강연이었다. 강연자께서는 우리가 살아가며 알게 모르게 빈번한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고 피력하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말씀을 하셨다.

 

생각해 보면 정말 그렇다. 장애인, 성소수자, 외국인 노동자 등등. 물론 그들의 존재가 아예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뉴스와 보고서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율로 만나고 있다는 사실엔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막상 이 사회 속에서 만나게 되는 그들의 비중이 너무 적어서, 가끔은 잊어버리게 될 때도 있다. 그들에게도 삶이 있다는 사실을 나도 모르게 간과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한편 그 존재가 눈에는 보이지만, 많이 왜곡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여성에 대한 인식이 특히 그렇다. 여성은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이며 여성의 능력은 남성에 비해 부족하다는 생각. 물론 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끝난 게임은 아니다.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내뱉는 말들 속 여성성을 강조하는 표현들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책 <기울어진 미술관>의 저자는 그림에서 그 단서들을 찾아내었다. 현실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는 그림 속에도 없었으며 현실에서 사용하는 표현은 그림에도 표현되었다. 따라서 그림을 통해, 사회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그 점이 책 <기울어진 미술관>의 특이점이자 내가 꽂힌 포인트이다.

 

그간 그림을 다루는 책을 꽤 많이 읽었다. 그리고 그림과 연계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했다. 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그림이었다. 그림을 다루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겠지.

 

왜인지 나는 그게 좀 심심했다. 이제 우리 이걸 가지고 다른 이야기를 해볼 순 없을까? 그 찰나에 책 <기울어진 미술관>을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분류가 미술이 아닌 인문학인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는 작가의 말만 읽어도 대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주제는 그림 속 '흑인'의 비중과 역할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그림의 주인공이 언제나 백인이었다는 사실에 한 번도 의아해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그런 줄로 생각했던 것이다. 따라서 책을 통해 그제야 생각해 보게 되었다. 흑인이 주인공인 그림을 본 적이 있었던가? 예시로 들어 준 그림에서 처음으로 본 것 같기도 했다.

 

문제는 막상 이렇게 어렵게 만났는데, 하나도 반갑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책의 설명을 빌리면, 그림의 역사 속에서 흑인의 존재는 백인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부품에 불과했다고 한다. 피부색의 대비와 신분의 차이를 교묘하게 이용해 백인을 더 아름답고 우월한 존재로 보이도록 만드는 그림 속 도구였던 것이다. 이에 바스키아가 한 말이 무척 와닿았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흑인이 미술관에 들어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야.'

 

책 <기울어진 미술관>을 읽으며 그저 아름다운 감상의 대상에서 나아가 당대의 시선을 담고 있는 사료로서, 이런 방식으로도 그림이라는 매체를 뜯어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의미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 같아 기쁜 마음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책 <기울어진 미술관>을 읽고 또 소개할 수 있어 행운이라는 생각을 한다. 책을 읽으며, 책을 통해 다시금 잊지 말아야 할 사회의 담론을 떠올릴 수 있었다. 또다시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을 명심하게 되었다.

 

아직도 해결이 필요한 많은 문제들이 남아 있기에, 보이지 않는 것에 속지 말 것!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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