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대종상 틱톡커 갑분싸? [문화 전반]

왜 우린 흥선대원군처럼 구는가
글 입력 2022.12.29 23:0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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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오늘로부터 20일 전, 제58회 대종상 영화제가 개최되었다. 해당 영화제엔 숏폼 플랫폼인 틱톡의 유명 인플루언서 또한 자리하였는데, 네티즌들 사이에선 그들의 참석이 마땅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엄연한 종합예술 중 하나인 영화산업을 위해 마련된 자리가 15초가량의 숏폼을 만드는 이들에게 과연 진정 자격이 있냐는 말이다.


과연 그들에겐 일말의 자격조차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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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틱톡은 영상 산업이라는 작은 공통분모를 공유할 뿐 그 외에 닮은 점이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이들은 긴 러닝타임과 기승전결을 갖춘 장편 영화 시청을 어려워한다는 점에서, 대척점에 있는 장르라 보아도 반박의 여지가 없다.


영화는 시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쓰이고, 틱톡은 비교적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 편의 영화를 끝까지 보기 위해 꽤 큰 결심을 경험한다. 장장 한 시간 반이 넘는 긴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기 위해 좋은 영화는 무엇인지 나름의 기준을 세우며, 그 기준을 충족하는 작품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모색한다. 한 작품에 대한 끊임없는 공론이 이뤄지기도 하며 훌륭한 감독과 배우에 대한 찬사와 사랑을 보이곤 한다.


틱톡은 이것의 대척지에 존재한다. 틱톡의 유저들은 잠이 들기 전이나, 대중교통 안과 같이 머릿속을 비우고 싶을 때 숏폼을 소비한다. 틱톡커들은 감독과 배우에 버금가는 존경과 사랑을 받지 못하며, 오히려 중국산 플랫폼의 유저라며 저렴한 이미지로 조롱받기도 한다. 어쩌면 두 장르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의 퀄리티가 다르기에 당연한 사실이지만, 숏폼이 물 밀듯 생산되고 소비되는 마당에 과연 영화라는 장르가 계속해서 대중적인 위상을 차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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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은 15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콘텐츠의 내용을 전달하기에 ‘자극성’을 필요로 한다. 내용을 압축하고 눈에 쉽게 들어오는 부분만 골라내기에 자극성은 숏폼에 있어서 상당히 효과적이다. 그 때문에 틱톡을 디지털 마약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문제는 이를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유저들이 어린 학생들이라는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숏폼에 중독되는 것은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도파민 중독으로 쉽게 이어지고, 이는 문해력 저하와 뇌 기능 저하로 쉽게 이어지곤 한다. 이러한 점에서 숏폼 제재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것이며,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지 않도록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시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틱톡은 대중의 것이 되었다.

 

따라서 틱톡커들의 영화제 참가는 잘못되지 않았다. 우선 그들의 존재가 영화제 진행에 아무런 문제를 주지 않을뿐더러, 영화제 관계자들이 같은 문화 산업 종사자로서 틱톡커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 부분이다. ‘경향 파악에 미숙한 관계자들의 무리수’가 아닌, 오히려 새롭게 부상하는 콘텐츠를 향한 기성들의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대종상과 같이 한국 문화예술계에서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갖춘 영화제에서, 이러한 움직임을 보인 것은 꽤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비록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하여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들을 향한 비난하는 자세가 아닌 새로운 것을 향한 열린 자세이다.

 

 

틱톡 광고.jpg

 

 

몇 년 전까지만 하여도 유튜버들이 사회로부터 받는 시선은 따가웠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2022년, 유튜버라는 직업은 초등학생이 희망하는 직업 중 손에 꼽히지 않는가? 어린아이들의 선망 대상이 되는 직업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은 꽤 큰 인사이트를 줄 것이다. 단지 ‘쉽게 일하고 쉽게 돈 버는 직업’으로 여기는 것에서 벗어나, 이 시대 소비되고 추구되는 상징성은 무엇인지 숙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우린 종종 단점이 부각되는 새로운 것에 반감을 갖지만, 그것이 새로운 것이기에 단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변화해가는 시대에 발맞춰 걷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되어줄 거라 장담한다.

 

 

[김윤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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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양배추
    • 와우~저는 이 글을읽고 충~격을받고감니다~
      유튜버 비유는 정말 그렇습니다~글을잘쓰십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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