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 여기 있어, 비타민 ABC! [음악]

4세대 응원돌, 부석순이 컴백했다.
글 입력 2023.02.1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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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순을 아십니까.

 

부석순은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승관, 도겸, 호시로 이루어진 3인조 유닛 그룹이다.

 

이들의 유구한 역사의 시작은 2018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년 진행하던 세븐틴 팬미팅에서 이벤트성으로 진행했던 첫 무대 '거침없이'가 부석순의 데뷔 무대가 되었다. 물론, 그룹 내에서 승관, 도겸, 호시 셋을 무리 지어 부석순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 시초라면 부석순의 시초는 2013년 이전까지 넘어간다. 왜 이 셋을 무리 지어 불렀느냐... 자세한 내용은 부석순의 나무위키를 참고 바란다.

 

2018년을 팬미팅 무대를 마지막으로 유닛 활동은 끝이 나는 줄 알았으나 데뷔 5년 만인 2023년, 드디어 부석순이 컴백했다. 원래도 세븐틴을 좋아하던 내가, 이들의 컴백이 유난히 더 신나고 설렜던데는 다 이유가 있다. 물론, 그룹 내 최애 '승관'이 속해있어 서기도 하지만 이들의 행보는 다른 아이돌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게 되면 주로 덕질을 하는 내가 응원하는 쪽이 되기 마련이다. 아이돌은 까리한 컨셉과 미친 미모를 준비하면 덕후는 그렇게 만들어진 앨범을 사고 굿즈를 사고 콘서트를 가고 음악방송 투표도 하고 음원 사이트 스트리밍도 한다. 물론 이 모든 '덕질'이라 불리는 행위를 억지로 하는 팬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다 좋아해서 하는 일이긴 하지만, 부석순은 좀 다르다.

 

이들은 활동을 시작할 때, 멋있는 컨셉이나 미친 미모를 필수로 준비하진 않는다.(팬들 눈에는 준비하지 않아도 언제나 멋있지만) 대신, 전 국민을 힘나게 할 신나는 노래와 무대에서 지치지 않을 체력과 열정을 준비한다. 그러니 내가 이들을 응원하면서도 오히려 더 힘을 받는다. 아이돌 그룹이 아니라, 유명한 응원단을 응원하는 치어리더가 된 기분이랄까.

 

이 말의 뜻은 이들의 행보와 노래를 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먼저, 데뷔곡인 '거침없이'의 가사를 보자.

 

 

근심 걱정 가득 찬

세상살이 걷어차 걷어차

걷어차 차 차 차

 

내 스타일로

날 Follow

거기 두 줄로 갈러

너희 마음 다 알아

손을 뻗어서 Hello

하기 힘든 건 내일 해

그냥 해 달라 해

다음에 하면 돼 ho

한번 사는 인생 멋지게 살자 응 응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 속에

너를 숨기지마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눈 똑바로 뜨고 우릴 지켜보면 돼

 

한다면 하는 놈 그게 나

싫은 건 싫다고 말할 줄도

알아야지 네 맘대로

하고 싶은 건 거침없이 다 해

 


1절 가사만 가져왔을 뿐인데도 느껴지는 거침없는 열정이 보이는가. 이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바로 여기다.

 

'싫은 건 싫다고 말할 줄도 알아야지 네 맘대로 하고 싶은 건 거침없이 다 해'

 

별거 아닌 가사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알게 된다. 싫은 걸 싫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싫은 건 싫다고 말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걸 거침없이 하라는 응원 그 자체라, 현실에 내 자아가 억눌려있다고 생각될 때마다 자주 찾아 듣곤 한다. 거침없이에 이어서 5년 만에 낸 앨범의 수록곡을 살펴보자. 곡명부터 응원단장의 면모가 보인다.

 

1. 파이팅 해야지 (Feat. 이영지)

2. Lunch

3. 7시에 들어줘 (Feat. Peder Elias)

 

아침, 점심, 저녁에 들으라는 듯 명확한 곡명에서부터 K-직장인부터 학생까지 전 국민을 응원하겠다는 포부가 담겨있다. 하루 중 가장 피곤한 아침, 출근길에 듣기 딱 좋은 타이틀곡 '파이팅 해야지 (Feat. 이영지)'의 가사를 좀 더 살펴보자.

 

 

올라갔다 내려가는 주식같이

알다가도 모르겠는 인생 뭣 같지

한 템포 쉬고 물 한 모금 마시기

자 여기 있어 비타민 A B C

 

반복되는 하루에

시작이 되는 이 노래

네 옆에서 불러주겠어

힘내야지 뭐 어쩌겠어

 

파이팅 해야지 파이팅 파이팅 해야지

Don’t give it up Never give it up yeah

파이팅 해야지 파이팅 해야지

우린 부석순

Ah 파이팅 해야지

 


인생이 뭣 같아서 지쳐 보이는 이들에게, 한 템포 쉬고 물 한 모금에 놓치지 않고 비타민까지 챙겨주는 응원단의 모습을 보고 어찌 힘을 내지 않을 수 있을까. 후렴구마다 반복되는 '네 옆에서 불러주겠어. 힘내야지 뭐 어쩌겠어' 이 문장도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매일 아침 출근길에 정말 정말 큰 힘이 된다. 이제는 싫은 걸 싫다고 다 말할 수 없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 땐, 힘내야지 뭐 어쩌겠어라고 생각하게 돼버렸다. 부석순 덕분에.


가끔은 감성 가득 담긴 공감의 말보다 '견뎌, 이겨내, 힘내, 뭐 어쩌겠어'라는 무심한 말들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 내가 맞닥뜨린 현실은 너무 진지하고 무거워서 그냥 대충 가볍게 생각하고 싶은데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세상 무거운 위로의 말이 되어 돌아올까 봐. 그래서 이 현실의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질까 봐. 누구에게도 고민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혹시 그렇게 살고 있는 k-직장인들이 있다면, 다음 월요일 출근길에는 k-응원돌 부석순의 신곡 트리오를 꼭 들어보길 권한다. 나의 고민 하나하나를 깊이 공감하고 해결해 주진 못하지만, 고민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음은 확신한다. 어쩌면, 퇴근길에는 당신도 떡튀순(부석순의 팬덤명)이 되어 있을지도.

 

 

[김요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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