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사랑의 기승전결

글 입력 2023.02.1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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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한마디로 정답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해 보면 나조차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사랑에 대한 관념이 시시때때로 달라졌던 것 같다. 10대 때는 사랑을 로맨스라고 생각했고, 20대 때는 쟁취라고 생각했고, 드라마와 부모님을 보면서 희생과 헌신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30대인 지금의 나는 '사랑이란, 착각에 착각을 거듭하면서 알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책장을 넘길수록 사랑의 장막을 하나하나 열어젖히며 우리를 새로운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한다. 하지만 그 세계는 내가 착각했던 것만큼 설레거나 달콤하지만은 않았고, 오히려 실존적이면서 논리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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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과 운명 - 도통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

 

우리는 사랑을 시작할 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대에게 깊이 빨려 들어간다. 왠지 모를 강한 끌림과 온몸의 감각에서 엔드로핀이 도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 어떤 논리성도 갖추어져있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며 우리는 사랑에 빠진 상대에게 터무니없는 낭만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설명할 수 없는 환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안절부절못하며 고민을 거듭한 끝에 우리는 언제나 연인과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결론짓는다. 

 

연애가 시작되면 모든 마음과 시선은 연인에게로 향한다. 마음의 중심에 파동이 일렁이면서 내면 깊숙이 잠재되어 있는 모순적이고 양면적인 감정이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온다. 그것은 자기사랑과 자기혐오. "어쩌면 어떤 사랑은 아름답거나 고귀한 존재와 사랑의 동맹을 맺음으로써 우리 자신과 우리의 약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충동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p.67)" 그래서 연인을 향한 진솔한 감정의 이면에는 언제나 비겁한 해명이 동반된다.

 

 

 

나의 로맨스 - 두 세계의 만남 퍼레이드

 

우리는 연애를 할 때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못난 모습은 저 밑에 묻어두고, 오직 이해받고 수용 받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사랑에 과감하게 뛰어든다. 연인과 생활의 박자와 마음의 온도를 맞추면서 감미로운 기분에 빠져들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의 다름을 친밀한 유머로 승화시키는 잔재주도 부린다. 그렇게 연인관계는 둘만의 언어를 재창조하고 공동의 경험을 확장시키는 '달콤한 사랑 퍼레이드'다.

 

한편, 마음이 커질수록 연인이 나의 진심을 온전히 받아주길 희망하고, 마음이 깊어질수록 연인의 마음 속에 내가 굳건히 존재하길 바라며, 시간이 갈수록 상대와 나의 감정이 동기화되는 게 무척 중요해진다. 그렇게 사랑을 하면서 나의 모든 희망과 감정을 상대방에게 과감하게 내던지지만, 어느 순간에는 상대방이 내 모든걸 받아줄 수 없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녀는 그녀고 나는 나일 그 모든 시간, 우리의 세계관이 양립할 수 없는 시간을 생각하며 두려움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p.85)"

 

 

 

충돌과 불안 - 사랑의 또 다른 이면

 

평온한 일상을 보내다가도 언젠가 사랑을 잃어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이 꿈틀거린다. 마음 속 밑에 묻혀있었던 숱한 의심과 변덕의 감정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이미 진전된 관계 속에서 상대방에게 굳이 꺼내기 애매하고 은밀한 고민이 생기기 시작한다. 내적 감정을 외면하기도 하고, 괜한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버린 질투심을 거짓말로 둘러대며, 안전한 행복을 지키려 애를 쓴다. 정말이지 사랑의 반동값은 괴롭기 그지 없다.

 

그러다가 아무것도 아닌 일에 연인에게 무차별적으로 감정의 테러를 가하면서 의사소통 체계를 붕괴시키기도 한다. 변덕스러운 나를 나조차도 도통 이해할 수 없기에, 상대방에게 나를 말없이 이해해달라고 떼를 쓰게 된다. 끝내 모든 유아적 욕구를 채워도 아무 소용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고, 그때 상대방은 나에게 넌지시 교훈을 던져준다. "성숙이란 자신에게 속하고 또 거기서 끝내야 할 감정과, 감정을 촉발시킨 사람에게 즉시 표현해야 할 감정을 구분하는 능력이다.(p.169)" 사랑이란 이토록 천둥벌거숭이 같은 나의 내면을 마주하는 과정이다.

 

 

 

이별과 지혜 - 헤어진 후 감정까지... 사랑

 

상대방과 나의 마음에 있는 감정이 몽땅 소진되고 난 후, 남은 것은 이별이라는 불길한 예감 뿐. 헤어짐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싫어서 이리저리 발버둥을 치다가 결국 감정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다. 겉으로 보이는 이별은 상식적으로 진행되지만, 속마음은 온통 비상식적인 감정들 뿐이다. 나에게 이별을 통보한 상대방을 죄악으로 몰아버리고 싶은 복수심, 배반을 당한 자신을 의로운 존재로 여기고 싶은 도덕적 우월감, 죽음을 통해서라도 내 감정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싶은 소유욕과 자학성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왜 이별했는가? "두 사람 다 모순들을 부둥켜안고 애를 쓰기보다는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시켰기 때문이다.(p.272)" 두 사람이 '사랑'이라는 화학작용을 할 때에는 각자의 마음에 있는 온갖 복잡한 감정(자기사랑부터 자기혐오까지)들을 부둥켜안고 애를 써야만 한다. 나의 모든 면을 감당할 수 있는 정도에 다다를 때서야 욕망이 아닌, 절제로 가득하며, 자유롭고, 유쾌하고, 평화롭고, 상호적인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게 된다. 

 


 

느낀점

 

과거의 연애 흑역사를 통찰하기 좋은 책이다. 사랑을 하면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이 섬세하고 논리적으로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한 사람과 연애를 통해 정치, 사회, 역사까지 아우르는 철학적인 통찰력을 보여준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늘 사랑의 역사를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줄 마무리 : 사랑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남이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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