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짧게, 빠르게, 편리하게! [문화 전반]

우리를 망칠지 모르는 그 이름
글 입력 2023.03.20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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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가성비를 따진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이것은 말 그대로 사람들이 시간을 쓰는 것에 있어서도 가성비를 따지고, 효율을 따진다는 뜻이다. 가령 두 시간 짜리 영화 한 편을 보는 것보다 십 분 짜리 유튜브 영상 열두 개를 보는 게 낫고, 드라마 하나를 제대로 보는 것보다 유튜브에 뜨는 짧은 클립 영상을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시간에 가성비를 따지면서 우리는 짧은 것, 빠른 것, 편리한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짧은 것, 빠른 것, 편리한 것을 좋아하면서 시간에 가성비를 따지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뭐가 먼저인지는 중요하지 않게 서로 상호작용한 지는 꽤나 오래다. 어쨌든 그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자.

 

 

 

짧은 게 좋아요


 

짧은.jpg

 

 

앞서 이야기한 예시와같이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긴 시간을 쓰는 것을 언젠가부터 꺼려 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을 쓰더라도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 일을 하여 효율을 챙기려 한다. 더 나아가서는 내가 필요한 부분, 궁금한 부분만 챙겨 보고, 그 이상을 위해서는 시간을 쓰지 않는다.

 

 

 

빠른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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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것의 추구는 짧은 것의 추구와 귀결되는 맥락이다. 빠른 것을 좋아하기에 짧은 것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빨리빨리의 민족’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빠른 것에 최적화된 인물이다. 이 빨리빨리는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편리한 게 좋아요


 

편리한.jpg
Unsplash의 Alison Pang

 

 

짧은 것, 편리한 것의 저변에는 편리함의 추구가 깔려 있지 않을 수 없다. 결국은 편리함을 위해서 빠르게, 짧게, 간단하게 하려는 것이 아닌가. 과거의 우리는 친구에게 생일 선물을 주고자 한다면 제과점에서 케이크를 골라야 했고, 상점에 가서 선물을 사야 했고, 직접 만나서든, 택배를 보내든 제법 긴 시간을 소요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택배 선물이든, 케이크 기프티콘이든 너무나도 간단하게 선물을 보낼 수 있다. 멀리 사는 친구와 직접 만나지 않아도 축하 메시지와 선물을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청첩장 전송이나 추모 등도 카카오톡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발전은 우리의 편리함 추구에 있다는 것 말고는 다른 말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짧은 것, 빠른 것, 편리한 것의 추구는 그에 어울리게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쇼츠, 온라인 카드뉴스, 최근에는 Chat GPT까지 등장하는 등의 형태로 그에 걸맞는 또 다른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보고 싶은 드라마가 있는데, 그걸 다 볼 집중력과 시간이 마련되지 않을 때 우리는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유튜브를 튼다.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할 때는 인스타그램을 본다. 누군가가 친절하게 내 궁금증을 해결해주거나 내 과제를 도와주었으면 할 때는 Chat GPT를 실행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만 접하고, 그 이상의 시간을 쓰거나 정보가 들어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하물며 필요한 정보를 구하는 것에도 시간을 쓰기 싫어하고, 누군가 그 정보를 간단하게 정리해서 떠먹여 주기를 바라기까지 한다. 전보다 밈으로 쓰여 온 ‘핑프(핑거 프린세스)’나 ‘세 줄 요약 좀’ 등도 이러한 현상으로부터 나오게 된 말이 아닌가 짐작해 본다.


새롭게 형성되고 우리에게 자리 잡는 문화의 가치를 폄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의 문화는 지금의 문화대로 우리의 삶을 새롭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나는 이러한 현상이 조금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뉴스를 볼 때도 짧게 정리된 것만을 보려고 하는데, 짧게 줄였다는 것은 그만큼 정보가 짧고 간단하게 들어갔고, 상세하지 않다는 뜻이다. 다시 상세하지 않다는 것은 정보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해질 수 있음을 포함하고 있다. ‘간단하게 줄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더 있다.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자 할 때 그에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예를 들어 내가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면 피아노학원에 가서 계이름을 배우고, 건반 위에서 손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익혀야 한다. 이 당연한 논리가 지금은 통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제 막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배워 놓고, 모차르트나 하이든, 슈베르트의 음악이 제 손에서 연주되기를 사람들은 바란다. 그리고 그 음악이 연주되는 방법을 누군가 알려 줘야 한다. 악보 익는 방법이나 연주‘하는’ 방법 알려 주길 바라는 게 아니다. 오직 ‘연주되는 방법’을 원하고 있다.


나 또한 쉽고 간단하게 일이 처리되고, 편리함만이 내 인생에 펼쳐진다면 아주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지금도 간혹 그렇다.) 그러나 조금 더 나아가서 생각해보면 ‘그렇게 편리해져서 나에게 남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두려움을 지울 수가 없다. ‘내가 해야 할 일을 AI가 대신해주고, 노력을 하지 않아도 일이 팍팍 진행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면 나는 어디서 나다움을 찾아야 할까?’하는 것이다.


최근에 겪은 일이 하나 있다. 2023년이 되어,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일이 있는데, 이 일을 하다 보면 카드뉴스를 만들 일이 정말 많다. 사람들이 카드뉴스를 만들 때 가장 많이 쓰는 플랫폼이 하나 있는데, 이 플랫폼에서는 무료로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템플릿을 여러 가지 올려두었다. 나도 그것을 이용한 적이 있는데, 그렇게 써보고 나니 보이는 게 하나 있었다. ‘내가 만든 이 카드 뉴스를 이미 어딘가에서 많이 보았고, 앞으로도 많이 보게 될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과거에는 이런 것이 없어 직접 만들거나 그리거나 본인의 사진을 담아 다채로웠을 것이 이렇게 단일화되고 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그 플랫폼을 이용하되, 되도록 적어도 템플릿은 아용하지 않고 혼자 만들어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것은 우리 각각의 인간들이 지닌 개성을 죽이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자유로워지고 색다를 수 있는 세상이 획일화되는 것이 그렇게 두려울 수 없다.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들은 이미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었고, 인간이 그것에 상대하려고 하는 것 혹은 그들을 이기려고 하는 것은 사실상 바보 같은 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었을 때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계와 다른,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을 계속 지켜야 하지 않을까?


친구의 생일 선물을 고를 때 온라인으로 가볍게 고르기보다 조금 시간을 써서 그 사람을 생각하며 선물을 골라 보자. 평소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새로운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을 배워보자. 이렇게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이는 것이 우리의 가치를 올리는, 우리를 더 인간답게 해 주는 것이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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