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This is New York - 나의 뉴욕 수업 [도서]

글 입력 2023.05.1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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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가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매 순간마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까지도 내가 하는 생각이다.

 

저자는 책 속에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많이 담아냈다. 미국에서의 1년이라는 시간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가도, 매 경험에 충실하고 솔직하게 적어내는 그녀의 마음은 그 1년의 시간을 잠시나마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더욱 뉴욕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가 한 경험을 하고 싶다’보다는 ‘저자가 느낀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 ‘나라면 그곳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와 같은 인식과 감정의 차원이 나를 자극했다.

 

 

 

뉴욕에서 '나'를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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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괴테처럼 살겠다 결심하고 뉴욕으로 떠나 호퍼처럼 산 이야기’다. 나는 우리 나이로 서른여덟의 여름 끄트머리와 가을, 겨울, 그리고 서른아홉의 봄과 여름 초입을 뉴욕에서 보냈다.”


p. 8

 

 

저자 곽아람은 직장 생활 중에 주어진 1년간의 해외연수 기회로 뉴욕에 머물게 된다. 그녀는 뉴욕이라는 새로운 공간 속에서 새로운 경험들로 자신을 채운다. 다양한 학생들과 함께 했던 미술 수업, 관심 밖의 영역이었던 문화 예술의 향유, 발길이 잘 닿지 않을 것 같던 지역 탐방과 일단 시작하고 보는 여행까지.

 

이렇게 열심히 노는 사람은 처음 봤다는 룸메이트의 말처럼 저자는 뉴욕에서의 1년을 빽빽하게 보냈다. 하지만 뉴욕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보고, 자신의 세상을 넓히겠다는 다짐으로 시작된 그녀의 뉴욕 생활은 결국 나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가라는 본연적인 질문으로 회귀하게 된다.


이렇듯 새로운 공간은 우리에게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킨다.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나를 알지 못한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의 모습에서 벗어나는 데에 용기를 더해준다. 이런 용기에서 비롯된 행동들은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새롭게 채워진다. 그러나 저자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행동들이 나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새로운 공간에 가면 무의식중에 우리는 익숙한 것들을 찾게 된다. 먹어봤던 음식, 느껴봤던 감정, 과거의 경험들은 우리에게 일종의 안정감을 부여한다. 하지만 새로운 공간에서 익숙한 흔적들을 계속 찾아다닐 수 없는 우리는 나 자신의 모습에서라도 익숙함을 발견하고자 한다. 모든 게 낯선 땅에서 ‘나’마저 낯설어진다면 우리는 어디에 마음을 둘 수 있을까, 우리는 새로운 공간에서 ‘나’와 더 가까워지는 법이다.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앳원스>에서는 차원을 넘어서도 ‘나’를 찾던데, 뉴욕에서의 내가 ‘나’를 찾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림에서 '나'를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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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그림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던 저자의 모습이 좋았다. 뉴욕의 생활에 점차 뿌리를 내려가는 저자의 모습과 그 시간을 함께 하는 어쩔 수 없는 이방인으로서의 감정들을 그림을 통해 느끼며 어떠한 응원과 위로를 받는 듯해 마음이 따뜻해졌다.

 

 
“에드워드 호퍼의 ⌜아침해⌟는 뉴욕에서의 공동생활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나는 그림이다. 침대에 앉아 아침 햇살을 받으며 창밖에 시선을 고정한 채 생각에 잠긴 여자. (・・・) 여러 명이 함께 살았지만 잠들 때와 눈뜰 때는 항상 혼자였다. 식사시간에 한집에 있으면서도 자기만의 식탁을 차리던 그 기묘하게 쓸쓸한 풍경과 호퍼의 그림이 자꾸만 겹쳐 보였다.”

 

p. 48, 50

 

 
“파란 스카프를 맨 그의 눈은 자연이 아니라 무릎에 얹은 책을 향해 있었다. ‘꼭 나 같은 사람이구나’ 생각하며 나는 웃었다. 자연의 아름다움보다 책 속 세계에 더 매료되는 사람. 남들이 흥겨워할 때 고요히 자신만의 세계에 몰두하는 사람.”

 

p. 52

 

 

저자와 비슷한 방식으로 작품을 보는 입장에서는 그런 모습이 더 반가웠다. 나에게 오래 기억되는 그림은 작품적으로 뛰어나거나 기술적으로 뛰어난 작품들이 아니다.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에 마음이 가고 시간이 지나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작품에 나타나는 감정과 생각, 경험들을 나와 연관시킨다. 스쳐 지나갔던 것들을 작품이라는 고정된 형태로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우연과 운명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며 특별하게 기억된다. 저자가 뉴욕에서 만난 그림들을 온전하게 기억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지 않을까.

 

더불어, 감상의 시선과 함께 그림과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부분은 <나의 뉴욕 수업>에서 매력적인 측면으로 작용한다. 결국 <나의 뉴욕 수업>은 나를 서울시립미술관 앞으로 이끌었고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 <길 위에서>를 가득 찬 기대감 속에서 기다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에드워드 호퍼의 시선과 삶을 담아내는 그의 그림을 너무나도 사랑하게 되었다.

 

 

 

애정 하는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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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자의 뉴욕 생활이 순탄하지 않았을 것을 안다. 타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책에서 언급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차별의 시선들을 느꼈을 것이고 보통의 사람들보다 배가 되는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뉴욕에 가고 싶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 목적지로 뉴욕을 택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뉴욕에 가지고 있는 애정을 느꼈다. 온갖 어려움들이 난무한 공간에서 찾아낸 뉴욕의 작은 행복들을 그녀가 얼마나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지, 저자가 적은 문장들을 보면 충분히 깨달을 수 있다. 또, 그 시간을 살아낸 저자 자신의 모습도 매우 애정 하는 것 같아 보였다.

 

뉴욕이 어떤 도시기에 애정의 시선을 빼놓을 수 없는 건지,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다. 소통이 어려워 힘들어하다가도 미술관의 작품 앞에 한참을 서있고 작은 서점에 오래 머물며 마음을 달래고, 서울이 그리워 우울해지다가도 해지는 뉴욕을 바라보며 다시 또 내일의 기대감에 부풀어 오르는 경험을 하고 싶다.

 

어쩌면 <나의 뉴욕 수업>을 읽고 느낀 막연한 환상감에 기반한 마음일 수도 있겠지만, “This is New York”이라고 온몸으로 외치고 있는 뉴욕의 한 가운데에 가보고 싶다. 그러고는 뉴욕이라는 도시는 위험하고 복잡하고 더럽고 비싸지만 그래도 애정 한다라는 말을 남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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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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