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토슈즈로 한국의 ‘효’를 나타내다, 발레 ‘심청’

유니버설 발레단 <심청> (2023)
글 입력 2023.05.19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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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본 -심청 포스터 수정.jpg

 

 

심청,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효녀이다. 눈먼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의 이야기는 부모에 대한 자식의 효심을 자극하여 많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인상 깊게 다가오는 이야기이다.


저번 유니버설 발레단의 공연 <코리아 이모션>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정서인 ‘정’을 주제로 다루었는데, <심청>에서는 또 다른 정서인 ‘효’를 다루었다. <코리아 이모션>에서의 ‘정’과 <심청>에서의 ‘효’를 비교해 보자면, ‘정’은 부모와 자식 모두가 느낄 수 있는 정서지만 ‘효’는 다르다. ‘효’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자식이 부모에 대해서 느끼는 정서다. 물론 부모도 누군가의 자식이 되고, 자식도 누군가의 부모가 될 수 있기에 대부분의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마음이기도 하다.


이렇듯 많은 사람이 한 번쯤은 느껴본 정서이기에, 이번 유니버설 발레단의 <심청>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모였다. 관객 중 5~60대 연령층의 관객이 특히 많았는데, 아무래도 가정의 달인 만큼 자녀들과 함께 관람하려는 관객이 많은 것 같았다.


시즌에 맞게 나오는 발레 공연은 특정 연령층의 쏠림을 유도하는데, 예를 들면 <호두까기인형>같은 경우에는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많은 발레단에서 공연하기에 어린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관람하러 온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발레 관람 시 시즌에 따라 다른 관객의 연령층을 파악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유니버설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관람했었는데, 당시 강미선 발레리나의 공연으로 관람하지 못한 것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심청>에서 강미선 발레리나의 무용과 감정 표현을 볼 수 있었고, 특히 강미선 발레리나만의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인해 극의 몰입도가 높았다.


심청은 다양한 상황으로 인해 겪는 감정 또한 다양한데, 예를 들면 심청이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바치기로 결심하는 장면, 인당수에 빠지기 전의 두려워하는 장면, 육지로 올라와 왕과 사랑에 빠지는 장면, 그리고 왕비가 되고 아버지와 재회하는 장면에서 강미선 발레리나는 각 상황에 따른 감정 표현을 섬세하게 보여주었다.

 

 

사본 -2019심청(강미선)-Photo by Kyoungjin Kim ⓒUniversal Balllet 90.jpg

 

 

<심청> 공연은 다양한 무대 장치가 나타나고, 무대에서 발레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안무만으로 부족한 부분은 영상으로도 보여주었기에 그동안 관람한 발레 공연 중 시각적으로 가장 화려했다.


예를 들면,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바치는 장면에서, 뱃머리로 만들어진 세트 위에서 심청 역할을 맡은 강미선 발레리나가 무대 뒤쪽으로 뛰어내려 정말로 심청이 바다로 빠지는 듯한 연출을 보여주었다.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고 난 후 바닷속에서의 모습은 영상으로 대체하여 바닷속 생물들과 교감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나타냈다. 또한, 심청이 용궁에서 육지로 갈 때 연꽃 모양의 무대 세트에 올라타고, 왕궁으로 옮겨질 때도 연꽃에서 내리기에 시각적으로 다양한 재미를 보여주었다.

 

 

 

<심청> 주요 장면



<심청>의 첫 번째 주요 장면은 인당수 선상 위에서 선원들의 군무가 등장하는 장면이다. <심청>은 아무래도 여성인 발레리나가 주가 되는 이야기이기에 물 흐르듯 우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주는 안무가 많은데, 이와 반대로 에너지가 넘치고 역동적인 선원들의 군무는 전체적인 <심청> 공연이 단조롭게 진행되지 않도록 하였다.


선원 역할을 맡은 발레리노들의 역동적인 점프와 턴은 관객들에게도 그 에너지가 전달될 정도였다. 발레리노들의 에너지를 마음껏 볼 수 있는 군무와 선원 개개인의 독무로 구성되었기에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안무뿐만 아니라 의상, 배경, 오케스트라 연주 모두 에너지가 넘치지만, 그 속에서 조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오케스트라 연주는 극의 초반부에서 힘 있고 웅장한 연주가 계속되었기에 관객들이 극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사본 -2019심청(강미선)-Photo by Kyoungjin Kim ⓒUniversal Balllet 131.jpg

 

 

<심청>의 두 번째 주요 장면은 심청과 왕의 ‘문라이트 파드되’가 등장하는 장면이다. 심청이 달을 보며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왕이 나타나 심청을 애처롭게 쳐다보고 위로하며 시작되는데, 문라이트 파드되에서 서로를 향한 애틋함으로 나타나는 안무는 관객들에게 우아함을 선사한다.

 

그렇기에 <심청> 공연에서 가장 로맨틱하고 섬세한 장면은 달빛 아래에서 진행되는 심청과 왕의 문라이트 파드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여성 무용수를 살짝 들어 올려 남성 무용수의 허리 뒤로 지탱하는 안무는 <심청>의 시그니처 안무이다. 이는 두 무용수의 안무가 하나의 안무가 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왕과 심청의 애정을 더 깊이 보여주기도 한다.


‘효’, 한자로 보면 아들이 노인을 업고 있는 형태로, 자식이 스스로 부모를 봉양하는 마음을 뜻한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다 보면 가끔 효에 대해 잊고 산다. 또한, ‘효’의 기준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의 의견이 분분하다. 부모에게 손 안 벌리고 살면 그것이 효도라고 말하는 이도 있고, 그래도 한 달에 몇 번은 얼굴 뵙고 식사하는 것이 효도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심청전이 ‘효’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국의 고전 소설인 만큼, 이번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은 많은 사람이 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 공연이다.

 

 

 

아트인사이트 태그 송유빈.jpg

 

 

[송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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