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잊지 않기 위해 떠나는 여행 -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

글 입력 2023.07.15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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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지역 사회의 축제를 기획해 보는 수업을 들었다. 해당 수업의 골자는 팀을 꾸려 각자 특정 지역을 선정하고 그 지역의 관광 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시설이나 행사, 축제 등을 기획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었다.

 

한 학기 내내 팀원들과 머리를 싸맨 결과, 우리는 박물관을 설립하는 방향으로 기획을 했었는데 여려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교수님께서 상당한 피드백을 해 주셨고 결국 아쉬운 학점으로 마무리한, 나에겐 아픈 손가락과 같은 수업이다.

 

그럼에도 해당 수업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선물했다.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용어를 만난 것이다. 이름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 다크 투어리즘 역시 관광의 일종이다.

 

하지만 처음 이 용어를 들었을 때, 내가 혹시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생각했었다. 설렘이 가득한 관광 앞에 '다크'라는 단어와의 조합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비로소 전 세계 곳곳에 남아 있는 상흔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있다는 것을, 그들의 역사와 아픔을 공유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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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책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의 저자는 나보다 더 다크투어라는 여행 방식에서 깊은 울림을 받았던 모양이다. 실제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는 다크한 지역들을 방문한 후기를 고르게 정리해 책으로 엮어 내었으니, 그 울림은 생각보다 훨씬 깊었는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방문했던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박물관을 시작으로, 다크투어의 의미를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는 저자. 단순히 느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련 역사와 정보를 공부하였고 이후 꾸준하게 제노사이드의 현장을 방문하며 순간을 기록했다. 그렇게 6년간 틈틈이 써 내려간 책이 바로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라고 한다. 정말 대단하기도 하지.

 

그래서 그런지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얼굴을 찌푸렸다. 역시 다크투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처음에는 언젠가 여건이 되면 꼭 방문해 보고 싶은 장소들을 사전 답사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책의 분위기 및 무게감과 상관없이 호기심에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저자기 실제 보고 느낀 현장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문장들은 실제 다크투어를 떠난 것만 같은 기분을 야기했다. 괴롭고 고통스러운 감정이 밀려왔다. '과연 내가 다크투어를 떠날 수 있을 것인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았을 정도였다.

 

독서를 멈출 수는 없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알아야 하는 것들이 있기에, 무지로부터 발생하는 결례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알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캄보디아의 제노사이드, 킬링필드 사례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앙코르 와트를 제외하곤 캄보디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터라,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으리라곤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의 과거, 어리석은 신념을 가진 리더가 한 사회를 처참히 무너트린 결과가 2023년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도 비참한 마음이 들었다. 캄보디아의 역사는 말한다. 사람을 파괴하는 행동이란 단지 물리적인 폭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정신적인 폭력이 더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책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은 결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에세이를 기대했다가 다큐멘터리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세계의 주요 제노사이드 현장을 직접 방문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는 글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저자가 관련해서 학습한 정보들 또한 배울 수 있으니, 이만큼 디크 투어에 진심인 책도 없을 것이다.

 

다소 힘들지도 모르지만 다크투어에 관심이 있거나 관련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혹은 한 번이라도 다크투어의 의미를 고민해 본 적이 있더라면 저자의 울림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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