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정한 경청과 공감으로 이겨내는 삶 [영화]

영화 <컴온 컴온>
글 입력 2023.07.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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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영화 ‘컴온 컴온’의

내용 및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경청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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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호아킨 피닉스 분)’는 어린이들에게 현재의 삶과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라디오 저널리스트다. 이민자 혹은 유색인종의 자녀들, 자연재해 피해 지역에 거주하는 아이들 등을 위주로 인터뷰하며 미국 도시 곳곳의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는다.


그는 ‘경청’을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주변의 작고 평범한 소리들에 귀 기울이며 일상의 이야기들을 오래도록 듣고 보관하고자 한다. 평소 어떤 일에 행복해하고 두려워하는지, 앞으로 자연과 도시는 어떻게 변화할 것 같은지, 미래의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게 될지 등 아이들에게 여러 생각을 묻는다.


그들의 답변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비친다. 동물 멸종, 환경 오염, 전쟁과 폭력에 대해 상상하며 두려워하거나,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소통의 부재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평화와는 거리가 먼 현실,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로 인해 느끼게 되는 공포의 감정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세상을 향한 긍정적인 시각을 잃지 않는다. 특유의 호기심과 관찰력으로 세상의 암흑면뿐 아니라 아름다운 모습도 포착할 줄 아는 존재들이다. 진솔하고 순수한 그들의 시선을 통해 세상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나누고자 한 조니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대처하며 현실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 다양한 곳에 귀 기울이는 경청이 필요함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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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의견을 묻고 경청하는 것에 익숙한 조니지만, 그에게도 아이와 깊은 관계를 맺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멀어진 여동생 ‘비브(가비 호프만 분)’의 간곡한 부탁으로 조카 ‘제시(우디 노먼 분)’를 돌보게 된다. 뜻하지 않게 함께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조니와 제시의 사이는 점점 삐거덕대기 시작한다.


9살 제시는 ‘질문’을 통해 세상을 탐구하는 소년이다. 마치 지구에 우연히 떨어진 외계의 아이가 처음 본 세상에 대해 이것저것 헤집어보는 것처럼 쉴 새 없이 궁금해하며 끊임없이 묻는다. 조니는 제시와 가까워지기 위해 어린이들을 인터뷰하듯 평소처럼 질문을 던지지만, 도리어 돌아오는 건 답변이 아닌 세상에 대한 무한한 궁금증일 뿐이다.


취미는 고아 역할극인 데다가, 정부가 개미 떼로 음모를 꾀하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이나 엉뚱한 상상을 늘어놓기도 한다. 제시는 자신의 삼촌이 이상한 역할극에 동참해 주기를 원하고 비브와의 관계와 갈등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답해주기를 바라지만, 조니는 그런 제시를 유별나다고 생각하며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조니는 조카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비브에게 조언을 구하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에 이른다. 두 사람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상처로 인해 어긋났지만, 제시를 위해 서로의 고민을 솔직히 말하고 그들에게 있었던 일을 함께 반추하는 과정을 통해 엉켰던 관계를 서서히 풀어나간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서로에게 속마음과 감정을 털어놓아야 하는 법이다. 인간관계에서는 상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실제 대화를 통해 진심을 주고받지 않으면 갈등과 오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이를 느낀 조니와 비브는 상대에게 솔직해지는 법, 서로의 감정과 방식을 헤아리는 법을 터득해 간다.


듣는 것에 익숙했던 조니가 제시의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질문에 솔직히 답해주기 시작했을 때, 제시의 마음은 열리기 시작한다. 조니는 비브 그리고 제시와의 관계를 통해 단순한 경청을 넘어, 상대의 입장과 방식을 헤아리고자 하는 진정한 ‘공감’의 과정을 배운다. 공감을 통해 진실한 대화를 시도하자, 비로소 제시는 내면의 불안과 외로움을 내뱉게 되고 조니는 그 감정을 소중히 보듬어주게 된다.


 

 

“그러니까 그냥 하면 돼요. 해요, 해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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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조니의 상처, 남편의 문제로 인한 비브의 고민, 그리고 가족을 향한 제시의 그리움과 외로움. 이처럼 우리 모두는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삶의 시간들은 예측할 수 없고, 생각도 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기에 불안과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불완전함과 공허를 여러 가지 것들로 채우기 위해 애쓴다. 특히 관계를 통해 삶의 충만함을 취하려 한다. 가족, 친구, 연인과 같이 가까운 존재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희로애락을 나누며 버티고자 한다. 그러나 그들도 나와 본질적으로 다른 타인이기 때문에, 관계 역시 많은 어려움과 갈등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컴온컴온’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세 사람의 모습을 통해, 관계는 다름과 충돌을 경험하고 이겨내는 과정의 반복임을 말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며 끊임없이 서로를 마주하고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삶을 견뎌내도록 도와주는 관계를 꾀할 수 있다.


조니가 제시에게 읽어준 책의 한 구절을 빌려 말하자면, 삶은 행복하고 충만한 순간들과 슬프고 공허한 순간들로 이뤄져 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행복할지 아니면 불행할지는 그 누구도 모르지만, 모르니까 그저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 아닐까. 질문하고, 답하고, 경청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과 관계를 또렷이 마주하며 한 걸음씩 내디디면 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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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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