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자, 파랑새를 찾으러 - 산울림 고전극장, 붉은 파랑새

글 입력 2023.07.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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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가난한 오두막집에서 사는 틸틸과 마틸 남매는 요술 할머니의 부탁으로 파랑새를 찾아 나선다. 파랑새를 찾지 못하고 집에 돌아왔지만, 알고 보니 파랑새는 자신들의 집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마무리되는 이 동화는 어릴 때 한 번쯤은 읽어본 책의 내용이다.

 

이때 동화 속 파랑새가 의미하는 것은 ‘행복’으로 생각보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후 독자는 남매가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수용하고 행복하게 잘 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동화의 결말은 해피앤딩이며 그다음 내용은 전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른이 된 틸틸과 마틸 남매는 아직도 행복하게 아무 걱정 없이 살고 있는 걸까?

 

소극장 산울림에서 진행하는 연극 <붉은 파랑새>는 어른이 된 틸틸이 과거에 경험했던 환상 세계로 다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크기변환]포스터 파랑새.jpg

 

 

틸틸의 동생 마틸이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을 바탕으로 도시로 가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것에 반해 어른이 된 틸틸은 변변찮은 직업도 없고 재산도 없이 곧 서른을 바라보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때 틸틸의 앞에 나타난 한 새는 자신이 파랑새라고 주장하며 함께 모험을 떠날 것을 제안한다. 병들고 늙은 새가 파랑새란 걸 믿지 않는 틸틸에게 파랑새는 말한다.

 

“내가 파랑새란 걸 믿어줘.”

 

성공적인 모험을 위한 이 부탁은 틸틸이 진정한 의미의 행복을 찾기 위한 과정과도 연결된다.


틸틸은 환상의 나라에서 옛 추억을 환기하며 즐거워하지만 이내 자신의 어두운 감정과도 마주한다. 그곳에서 만난 밤의 여왕은 인간의 어두운 내면과 불안감을 통해 밤의 왕국을 다스리고 있었다. 즉 인간이 일어나지도 않을 두려움을 상상하면 할수록 밤의 왕국은 더욱 번창하므로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마음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90%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언제나 허구의 상황을 상상하며 나름의 불안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허구 속에서 일어나는 상황은 현실에서는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 오히려 인간은 허구의 걱정과 불안에 사로잡혀 눈앞에 놓인 현실을 잘 보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틸틸 역시 옆에 있는 진짜 파랑새가 아닌, 착각 속에서 파랑새를 발견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새장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진짜 파랑새는 이미 틸틸의 곁을 떠났다.

 

파랑새가 의미하는 것이 ‘행복’이 맞다면 우리는 바로 옆에 행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만족하지 못한다. 겉으로 보기에 늙고 꾀죄죄한 파랑새의 모습을 보며 진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틸틸의 모습은, 일상에서 존재하는 소소하고 평범한 즐거움을 놓치고 거창한 행복만을 찾아다니는 현대인의 모습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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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온 틸틸이 함께 도시에 가자는 마틸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은 허구에서나 존재하는 쓸데없는 불안과 걱정에서 벗어나 눈앞에 놓인 진정한 행복을 찾겠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다시 파랑새를 찾으러 여정을 떠나야 한다는 틸틸에게 마틸은 오빠에게 파랑새가 어떤 의미인지 알겠다고 말한다. 지금 도시로 함께 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독인다. 준비가 되면 그때 도시로 오라고 이야기한다.

 

이후 공연장이 어두워지며 배우들의 커튼콜로 극은 마무리되었지만, 파랑새를 찾으러 다시 모험을 떠나는 틸틸의 여정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컬쳐리스트.jpg

 

 

[이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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