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가 사랑한 이루마의 음악 - 이루마 데뷔 20주년 솔로SOLO 악보집

이루마를 만난 건 내 인생의 큰 축복
글 입력 2023.08.0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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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사랑하는 뉴에이지 작곡가 이루마가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두 번째 악보집을 발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루마의 이름을 본 순간, 그 이름을 본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한때 내가 내 이름보다도 더 자주 불렀던, 이루마.

 

이루마를 처음 알게 된 게 언제였을지 떠올려본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신세경이 River Flows in You를 연주하고 나서 였던 것 같다. 신세경이 연주하는 선율에 마음을 빼앗겨 노래를 들은 직후 곧바로 인터넷에 관련 내용을 검색해봤던 기억이 난다.

 

작곡가 겸 연주자 이름은 이루마. 참 독특한 이름이다, 싶었다. 순우리말 이름이라고 들었는데, 이때 이후로 순우리말 이름에 대한 동경이 생긴 것 같다. 우리말이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웠나. 나도 다음에 가명을 만들 일이 있으면 순우리말로 지어야지. 그래서 그 이름이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방영 직후 실시간 검색어까지 올랐던 이 곡은 한동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었다. 몇 번이고 돌려 듣는 동안 River Flows in You 악보를 뽑아 직접 치겠다는 작은 다짐도 하게 됐다. 그리 어려운 곡은 아니었다. 캐논 변주곡과 비슷하게 처음만 익혀놓고 뒷 부분은 디테일한 변화만 주면 완곡까지 금방이었으니까. 간단하면서 선율까지 좋은 이 노래를 어찌 안 칠 수 있으랴.

 

학교 마치고 매일 갔던 피아노 학원에서 그날 주어진 연습곡을 다 치고 나면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 악보를 꺼내 학원 선생님께 레슨 받기 전까지 주구장창 치곤 했다.

 

여담이지만, 나 뿐만 아니라 피아노 학원의 다른 아이들도 River Flows in You에 홀렸던 것 같다. 이전까지 피아노 학원에서 이 곡을 연주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 방영 이후 이 곡이 매일 한번씩 들렸던 걸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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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 종종 이루마의 음악을 즐겨 듣기 시작했다. 이루마의 음악도 항상 내 곁에 머물렀다. 내가 이루마 음악을 찾는 건지, 이루마 음악이 날 찾는 건지 모를 정도로 내 곁에 많이 나타났다.

 

시간이 지나고 중학생이 됐을 때, 우연찮게 인터넷을 서칭하다 아름다운 글과 그림을 발견했다. 이와 함께 글에는 이루마의 '별이 지기 전에'라는 곡이 삽입돼 있었다. 글과 그림, 음악이 너무나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한 폭의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았던 그때 또 한번 이루마에 빠졌다.

 

역시 악보를 출력했다. 그리고 이번엔 집에서 틈 날 때마다 쳤다. 초등학생 이후 피아노 학원을 그만둔 난 엄마의 지원으로 집에서도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됐는데 고등학생이 돼서도 집에 붙어있을 때마다 이곡을 틈틈이 쳤다. 아주아주 오랫동안.

 

덕분에 '별이 지기 전에'는 악보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칠 수 있는 유일한 곡이 됐다. 피아노를 한창 칠 당시에는 더 많은 곡들을 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억이 옅어져 이 곡만 남았다. 이루마는 그렇게 내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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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는 집에 돌아오면 자기 전에 불을 끄고 스탠드 등을 켠 채로 조용히 앉아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잔잔한 성격이던 나는 요란한 방송에 거부감을 느끼고 마음에 편안함을 주는 방송을 주로 선호했는데 어느날은 그런 내 성향을 잘 아시던 엄마가 '이루마의 골든디스크'라는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셨다.

 

시간대가 맞지 않아 생방송은 듣기 어려웠지만 다시보기로 종종 찾아들었다. 이전까지 이루마의 선율에 마음을 빼앗겼다면 이때는 이루마의 목소리에 정신을 홀리고 말았다.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이루마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라고 생각했다. 온화하고 차분하면서도 주변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소소한 유머를 겸비한 사람. 훗날 라디오 방송을 할 날이 온다면 꼭 이루마와 같이 방송해야지, 하는 생각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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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에 이루마 공연을 가려 했다. 전석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공연이었다. 크리스마스 날만을 기다리며 이루마를 직접 볼 생각에 마음이 들떴는데, 불시의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12월 말에 제주 여행을 갔다가 폭설로 제주도에 고립된 탓이다.

 

많은 일정을 취소했지만 가장 아쉬웠던 건 이루마 콘서트였다. 그토록 고대하던 만남이었는데 천재지변으로 불발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지금은 때가 아닌가 보구나'하면서 섭섭한 마음을 달래는 일.

 

내가 이루마의 완전한 팬이라고 자신하진 못하겠다. 여느 팬들처럼 모든 곡을 알지 못할 뿐더러 관련 소식을 접하는 것도 느린 편이다.

 

다만 내 삶 전반에 걸쳐 이루마가 흐르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를 접할 때마다 항상 기분 좋은 일이 내게 일어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의 음악으로부터 시작된 여정은 마침내 악보집의 형태로 내게 도달했으니.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온 궤적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길이 없었다. 그건 내 추억이기도 하고 소망이기도 하겠지. 그런 내 어린 시절을 함께 해준 이루마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아직은 이 여정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끝나길 바라지도 않고 영원히 길 위에서 헤매고 싶은 심정이다. 게다가 난 아직 그를 직접 보지도 못했다고.

 

다음에 열리는 콘서트는 꼭 가고 싶다. 좋은 건 미뤄두면서 천천히 즐겨야 한다고 믿는 나지만, 이렇게 미루다 영원히 못하겠어. 좋아하는 이루마 플레이리스트를 띄우며 언젠가 만날 그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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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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