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술이라는 바다의 항해사 - 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

글 입력 2023.09.05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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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강렬하고 열정적인,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영원한 청색’. 나열한 모든 이미지 중, 아마도 파란색은 라울 뒤피와 거의 동의어일 것입니다.”

 

- jan. 랭커스터, 『라울 뒤피』, 1983, 5p

 

 

살아오면서 취향도 성격도 조금씩 변해왔지만, 나라는 사람 안에서 가장 오랜 시간 견고히 자리 잡은 것은 바로 ‘파란색’에 대한 선호이다.


파란색은 맑은 청량함과 짙고 깊은 어둠을 동시에 가진 유일한 색이며,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하늘과 드넓은 바다의 빛깔이기도 하다. 때때로 나는 푸른빛으로부터 단순히 예쁘고 아름답다는 감상을 넘어 세상의 근원과도 닮았다는 신비한 느낌을 받는다.


이런 내가 파란색과 바다를 사랑한 화가, ‘라울 뒤피’의 작품에 이끌리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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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뒤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마음에 고민 없이 선택하게 된 이 도서를 통해, 그의 남다른 바다 사랑에 영향을 미친 것이 그의 고향 르아브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태어나고 가족들이 살아가는 르아브르에 대해 열정적인 마음을 지녔으며, 평생에 걸쳐 항구, 요트 경기, 해안가의 사람들 등 바다를 주제로 한 작품을 여러 차례 그려냈다.


단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바다는 그에게 고향이자 일터였으며, 끝없이 변화하는 힘을 지닌 에너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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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자유로움을 사랑하고 동경한 화가답게, 그의 작품 활동 역시 미술이라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듯 넓게 펼쳐졌다. 자신의 예술을 회화뿐만 아니라 공예, 태피스트리,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 맞게 변형시키려 했던 그의 활동은 모든 것이 서로 접목되는 현대의 흐름과도 밀접하다.


<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앞서 언급한 그의 고향 르아브르에 이어서 야수파, 뒤피의 친구들, 장식 예술, 마담 뒤피, 뒤피 스타일이라는 큼직한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하여 그의 삶과 작품을 전체적으로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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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인 이소영 작가는 유명한 화가에 비해 비교적 저평가된 예술가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모지스 할머니>,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등의 저서를 작성해왔다. 이번에 라울 뒤피를 다루게 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올해 서울에서 라울 뒤피에 대한 두 가지 전시회가 동시에 열리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는 그가 보인 재능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이다. 아마 라울 뒤피가 ‘인상주의의 대가’ 클로드 모네, ‘야수파의 창시자’ 앙리 마티스와 같이 특정 사조를 대표하는 화가라고 하기 어렵기 때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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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소영 작가는 뒤피가 어떤 유파에도 소속되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사조 하나만을 신봉하거나 믿지 않았다는 의미와 같다고 말하며, 각 사조의 장점을 조화롭게 구성하고 표현해나간 그의 탐구심과 모험심을 조명한다.

 

 

“뒤피에게는 모든 미술사조가 영감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사조에도 자신의 개성을 얽매이도록 두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관심은 늘 변화하는 스타일에 있었다.”


- 84p

 

 

뒤피는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가 전개되던 시기에 살아가며 이러한 흐름을 자신의 작품에 반영시키기도 했지만, 자신만의 표현 기법과 개성 역시 견고히 발전시켜나갔다.

 

 


뒤피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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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피 스타일’의 대표적 특성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투명한 겹침의 미학, 그리고 색면과 선의 분리이다. 다양한 화풍과 분야를 넘나드는 뒤피의 자유분방함과 대담함이 그대로 반영된 듯한 특징들이다.


투명하게 겹쳐지는 붓질은 색이 칠해진 순서와 수정의 과정을 드러내며 감상자가 작품이 그려진 과정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빠른 손놀림으로 처리된 드로잉에 딱 들어맞지 않게 무작위로 배치된 색면들은 전혀 어색함 없이 감각적인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표현법들은 완성된 결과만을 보여주거나 틀에 박힌 표현을 하는 것으로부터 거리를 두며, 보다 경쾌하고 낙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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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 닥쳐오는 불안과 혼란 속에서도, 폭격으로 자신이 아끼던 고향이 완전히 파괴되었을 때도 뒤피는 항상 밝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남기고자 했다.


그의 눈과 마음은 삶의 어둡고 추한 면은 지우고 아름다움을 찾아냈으며, 예술을 통해 자신이 보는 세상을 보여주려고 했다.


아름다움도 가치도 사라진 것 같은 세상에 절망적인 소식만이 계속 울려 퍼질 때, 자신의 예술에 기쁨과 환희만을 담으려고 노력했던 뒤피의 정신과 그의 찬란한 작품들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삶은 나에게 항상 미소짓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삶에 미소지었다.”

 

- 라울 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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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희 컬쳐리스트.jpg

 

 

[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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