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은 어떤 뮤지컬인가요 - 디스 이즈 어 뮤지컬

글 입력 2023.11.25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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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뮤지컬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약 10년 전에 하나 본 것 같으나 가물가물한 것을 보니 시간에 바래졌나 보다.

 

뮤지컬과 사이가 멀지만 그래도 좋다. 뮤-지-컬, 이름 자체로 좋다. “다시 태어난다면 뮤지컬을 할거야!”라고 말하고 다닌 적이 있을 정도라니. 춤도 노래도 연기도 뭐 하나 빠지는 나인데, 왜 지컬이가 좋다고 지껄였을까.

 

읽는 내내 나는 상상 속 뮤지컬을 감상했다. 책에 사진이나 그림이 전혀 없어서 유기농 상상을 즐기기 좋았다.

 

처음 읽을 때는 문자의 리듬을 따라 흥얼거리고, 두 번째는 넘버(뮤지컬 속에 나오는 노래)를 찾아 배경을 더하고, 세 번째는 넘버와 숏츠로 상상을 가공하며 읽었다. 때론 과한 나머지 드림걸즈가 오페라의 유령을 데리고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가는 일이 벌어지긴 했지만, 여유를 채우며 읽기 좋은 책이다.

 

 

전사.jpg

 

 

이 책에서 넘버만큼이나 수시로 등장하는 문장이 있다. “전사(前事)를 생각한다.”

 

이것은 지금 보이는 장면 직전에 벌어진 상황과 인물 간의 맥락을 이해함을 말한다. 배우들은 연기하기 전에 전사를 먼저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야 감정의 선이 이어지고 전체적인 합이 어우러질 테니. 배우뿐만 아니라 관객도 전사를 이해한다면 감동이 배가 되겠지.

 

이 책의 주목적이자 저자의 바람이다. 이제 전사가 빼곡히 쌓였으니 지컬이 직접 보러 갈 일만 남았나 싶다.

 

99개의 작품과 350여 개의 넘버 속에서 유독 내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해외 유명 작품들을 떠올려보면 소위 ‘지르는’ 클라이맥스가 많다. 감정을 발산하는 방향으로 연기하고 노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성황후≫는 조금 다르다.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는 속으로 응축시키고 삭힌다.” (p.116) 응축시킨다는 말에 ≪명성황후≫를 보고 싶어졌다.

 

특히 명성황후의 궁녀였던 설희의 <당신을 기억합니다> (p.234) 이 넘버를 듣고 싶다. 너튜브로 듣고 눈물 젖은 뭉텅이를 낳았는데 직접 들으면 오죽하랴. 그땐 두루마리 휴지를 양손에 쥐고 갈 것이다.

 

 

황후마마여.png

 

 

보고 싶은 ≪명성황후≫ 외에 주위 사람들을 뮤지컬 작품에 비유한다면 무엇이 좋을까 생각해 봤다. 까똑 리스트를 쭉쭉 내리다 보면 각자에게 딱딱 어울리는 작품이 있는 것 같았다.

 

끝으로 나와 닮은 작품은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금발이 너무해≫, ≪맘마미아≫, ≪알라딘≫, ≪킹키부츠≫, ≪헤어스프레이≫ 등 경쾌한 느낌의 작품들이 떠올랐지만 어딘가 부족하다.

 

책의 마지막 장은 p.330로 끝나지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은 그 뒤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나의 전사가 아직 진행 중이어서 그런가. 전사가 멋진 내 삶의 배우로 살고 싶다. 누가 알랴, ≪명성황후≫처럼 아픈 나의 역사가 뮤지컬로 탄생할지.

 

삶이 어떻든 나는 <나를 기억합니다>라며 노래해야지. 그리고 <당신을 기억합니다>라고 말해줘야지.

 

 


김윤 에디터 명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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