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 읽는 법 - 김진 [도서]

글 입력 2023.12.0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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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도 미술사를 다루는 책을 몇 권 읽었다.

 

내용은 사뭇 달라도 똑같이 지루했다. 그렇게 직감해버렸다. 이것도 굉장히 지루하겠구나. 내용이 실없다는 게 아니다. 전개가 너무 지루해서 머리에 안 들어올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금방 깨달았다.

 

친숙함과 간결함. 이 두 가지 덕분에 책이 지루하지 않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교과서에서 본 적 있는 화가거나, 어디서 한 번은 봤던 작품이 나온다. 기억 저편에 흐릿하게라도 흔적이 남아 있으니 생판 남처럼 낯설지는 않다. 아예 처음 보는 것과 잊고 있다가 떠올리는 건 그 친밀함의 간극이 꽤 크다.

 

[여러분은 퓌슬리의 그림을 보고 어떤 기분을 느끼셨는지요? 두려운 상황과 숨 막히는 고통 속에 잠든 여인에게 이입하기도, 훔쳐보다 들킨 듯한 관음적 시선의 주체가 되기도 했을 것입니다. 감정적 흔들림을 주는 작품의 힘에 감탄하고, 은밀하지만 강렬하게 암시된 요소에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쾌감을 느끼지는 않으셨나요? 이런 상상에 즐거움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소름 돋는 불쾌감을 느끼지는 않으셨나요? 이는 환희와 두려움의 감정이 공존하는, 숭고의 경험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순수하게 아름답고 편안한 감정을 주는 미美, 즉 아름다움과 숭고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 두려움은 때로 아름다움이 된다, 41쪽

 

교양을 쌓기 위해서 미술을 접하고자 이 책을 읽을 터다. 그럼 사람에게 거창하고 거룩한 서사를 늘어놓아 봐야 소용없다. 목적이 다르다. 애초에 출발점부터 어긋나서 뻗어 나가는 수직선을 그려버리는 것이다. 백날 이어봐야 만날 일은 없다.

 

이 사람이 얼마나 위대한 사람이니, 이 작품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있었느니 하는 생뚱맞은 소리를 안 한다. 대화하듯 간결한 문체로 약간이나마 친밀감을 느낀 대상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뭉크가 그림을 왜 시작했는지. 프란시스 베이컨은 왜 이런 화풍을 가졌는지. 모나리자는 왜 프랑스에 있는지. 한 명의 화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술 작품을 보면서 한 번은 생각해 볼 법한 아주 사소한 질문을 콕 집어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한국인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한국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완전히 같은 사람은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고 나는 나다. 피카소도, 고흐도, 모네도 화가지만 다른 그림을 그린다. 그들의 삶이 다르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삶을 살아왔기에 경험이 다르다. 그 축적을 담아내는 것이 그림이기에 달라진다.

 

[현대미술을 보면서 아름답지 못하고 과도하게 철학적이며 그럴싸한 말로 포장하려 한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예술이란 어떤 실재, 현상을 아름답게 모방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선입견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어디까지가 예술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그 경계는 감상자 각자가 정하는 것이죠. 물론 현대미술에서도 많은 아티스트가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고 인물을 묘사합니다. 하지만 개념미술적 현대미술은 아름다운 구도, 색깔, 묘사에서 벗어나 글보다 강한 어떤 메시지를 주고자 하죠.] - 제가 예술이 사기라고 했다고요?, 241쪽

 

그들이 남긴 그림에는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이 담겨있다.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추억이 녹아 있다. 그림을 통해 자신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 모두의 시선을 끄는 역작. 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강렬함이 담긴 대단한 작품도 따지고 보자면 하나의 편지 혹은 일기일 뿐이었다.

 

박물관에 그림이 걸리는 유명한 사람도 나와 같은 한 명의 개인일 뿐이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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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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