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삶과 죽음의 경계,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도서/문학]

책으로 새로운 인생 간접체험하기
글 입력 2023.12.1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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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감상으로

주관적 견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어떤 욕구도, 도전의 열망도 느껴지지 않는 삶을 살던 노라. 키우던 고양이까지 죽게 되면서 그녀 주변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가득 찬 노라는 죽음을 결심했는데, 눈을 떠보니 아직 살아있는 듯한 이상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곳은 어디일까?


바로 자정의 도서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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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의 도서관은 삶도 아니고, 그렇다고 죽음도 아닌 그 경계에 있는 곳으로 마지막으로 죽기 전 나의 다른 삶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개개인의 공간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것도, 누구에게나 없는 공간도 아닌 오로지 나만을 위한 곳. 사람마다 도서관이 될 수도, 영화관, 비디오 대여소 등으로 해당 공간을 변할 수 있다. 원래의 삶에서 나를 유일하게 지켜주던 공간이 회상되어 자정의 도서관 같은 모습을 띤다.


자정의 도서관은 내가 선택하지 않는 다른 삶을 경험하면서 그 삶이 너무나 완벽하고, 영원히 살고 싶다면, 평생 정착하며 살게 된다. 그리고 기존의 삶의 기억을 흐릿하게 잊힌다. 반면, 새롭게 경험한 삶에서 큰 실망이나 후회를 하게 된다면 다시 자정의 도서관으로 돌아오는 규칙이 존재한다.


노라는 처음에 도서관에 온 것을 원망한다. 그리고 빨리 죽고 싶다는 생각만 하지만,  그녀의 학창시절 사서 선생님 엘름부인은 자정의 도서관의 사서로서, 그녀에게 후회의 책을 건넨다. 그 후회는 노라가 평생을 살아가며 마음에 묻어두며 커져온 후회들이다.


노라는 ‘헤어진 전 남자친구 댄과 다시 만난다면’, ‘아버지의 말을 듣고 수영을 계속했다면’, ‘오빠와 밴드를 결성하여 세계적인 밴드를 키워나갔다면’ 등의 순간의 선택으로 완전히 변해버린 삶의 중요한 기점들에서 후회했다. 결국 그녀는 댄과 파혼했고, 아버지와의 사이는 안 좋아졌고, 오빠와도 연락하지 않는 결과였기 때문이다.


노라는 자정의 도서관에서 자신의 선택들과는 다른 결정을 내려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또 다른 노라를 경험한다. 하지만 그 삶에서도 크게 실망하거나, 또 다른 불행이 찾아와 계속해서 자정의 도서관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후회만 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삶에서 행복해하는 부모님의 모습, 우애 깊은 남매관계를 보며 지난날에 대한 반성과 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또 다른 삶을 경험하면서 후회는 후회로 남지 않고 노라의 내면을 성장시킬 수 있는 장치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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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노라는 어떤 삶에서도 안정적이게 자리를 잡으며 살지 못한다. 오히려 너무 마음에 들고 완벽했던 삶에서는 그 완벽 때문에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그녀가 자정의 도서관을 통해서 결정적으로 깨닫게 된 것은 ‘죽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새로운 삶에서 죽음의 문턱에 서서 간절히 살고 싶다는 생각만 하며 버텼다. 그러면서 스스로도 몰랐던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한다. 결국 그녀는 무너지는 도서관에서 유일하게 타지 않는 기존의 삶을 다룬 책에 ‘나는 살고싶다’ 라고 적으며 원래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녀는 불행해서 죽은 것이 아니었다. 불행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믿었다.

 

후회는 아쉬움이 아니다. 아쉬움은 나를 더 성장하게 만들지만, 후회는 나를 불건강하게 만들고, 지난 일에 발목 잡히듯 새로운 도전에서 망설이게 만들기도 한다. 노라는 결국 후회가 그녀의 내면에 가득 차 외적인 삶에서도 불행하게 비친다. 그리고 결국 그 후회가 가득차고, 삶의 욕구가 사라져 죽음까지 택한다.


결국 책에서는 ‘사는 것’에 집중한다. 누구나 후회하고, 원망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 모두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라도 후회의 책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보면서’ 후회를 지워나가기도, 성장하기도 한다. 계속해서 부딪쳐도 그것 또한 경험으로 자산이 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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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에서도 후회되는 일, 돌이키고 싶은 일들이 많다. 누군가에게는 대학의 입시나 전공을 선택한 것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학창 시절의 막연한 꿈을 이뤄나가지 못함에 후회할 수도 있다. 또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을 지키지 못한 것과 같은 인간관계에서 후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라처럼 인생 n회차가 어디 있을까? 모두 처음이고, 그 처음 속에서 당연히 후회할 수 있다. 그 후회를 오히려 나를 성장시키게 해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여기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어떨까 하는 바램이다.


지금 후회하는 당신. 책을 통해 인생 n회차를 경험하고 싶다면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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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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