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왜곡된 상상이었던 북극과 진실한 민낯 - 북극을 꿈꾸다

글 입력 2024.03.17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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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에 앞서 글쓴이는 책의 중심에는 3가지의 주제가 있는데 이는 북극이라는 대지가 인간의 의식세계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 대지를 이용하고 하는 욕망은 대지에 대한 우리의 사고를 어떻게 규정하는가? 그리고 부유해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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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구별되는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으로서 탐험을 바라볼 때, 주요 요인들은 명백히 상상과 관련되어 있다. 탐험할 땅의 성질과 내용물에 관한 상상에 근거한 대상 없이는 어떤 탐험이나 모험도 시작할 수 없다.


- 지리학자 존 L. 알렌

 

 

이 장황하고 두꺼운 책 속에서 나는 다시 한번 자연에 대한 압도와 위엄을 느꼈다. <북극을 꿈꾸다>를 쓴 배리 로페즈는 자연과 인간을 유대하기 위해 온 인생을 걸어 힘을 썼다고 말한다. 그에 걸맞게 이 책을 읽으면 자연과 인간은 함께 공존해 하나의 대지에서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느낀다.

 

북극의 민낯을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이 책에서는 단면적으로 상상만 해오던 차갑게 시린 날씨와 빙하만 가득한 북극이 아닌,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 낸 툰드라 지대의 활짝 핀 야생화들의 이야기가, 북극곰에 대한 세밀한 분석.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비통하고 생생한 일화들. 에스키모인들이 생각하는 동물과의 유대관계 등 북극에 대한 현실과 뚜렷함을 관찰하는 듯한 내용이 가득했다.

 

사람이 살지 못할 거라 생각한 땅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일상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들만의 문화과 규칙을 따라, 북극에서의 인간의 존재는 그저 동물과 동등하다. 고요해진다. 우습게도 우리는 모든 동물과 자연계의 요소를 대상으로 바꿔두었다. 에스키모인들과 우리들이 동물과 자연을 대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랐다. 우리는 발전하고 운명의 복잡한 체계에 앞서 동물과 자연을 우리의 것으로 생각하고 대상화하며 그렇기에 비인격적으로 대했다. 하지만 에스키모인들은 동물과 자연 그리고 스스로를 분리 시키지 않으며, 그들을 책임을 지고 위하며 동행한다. 

 

이로써 다시 한번 자연과 동물의 적이 왜 인간인지 알게 되었다. 한낱 인간이 무엇이라고 기세등등하여, 자연을 대상화하여 좋을 대로 쓰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니 깊게 반성이 됐다. 자연 앞에서 우리는 그저 한 종족일 뿐이고 잠깐 자연을 빌려 짧은 생을 사는 것뿐인데, 인간의 이기적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부끄러운 순간이었던 것 같다. 

 

책 속 이야기 중 같은 인간이지만 이기적인 동족에게 환멸과 분노를 느끼는 부분이 있었는데 고래잡이배와 물범 잡이 배의 오락성 희롱이었다. 이들은 불이 붙은 먹이로 어미를 유인한다. 어미는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기 위해 타오르는 불꽃에 맞서 싸운다. 그 과정에서 얻은 먹이를 새끼에게 가져다주는 어미를 보며 사람들은 새끼 두 마리를 총으로 쏴 죽인다. 어미는 새끼들을 일으키려 30분을 넘도록 노력했고 신음하며 다정하게 새끼들을 품고 쓰다듬었다. 하지만 그 시간과 행동이 지루했던 사람들은 어미마저 총으로 쏴 죽이고 차가운 얼음 바닥 위에 남겨두고 홀연히 떠난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같은 종족인 인간으로서 오래도록 미안할 일인 것 같았고 또 필자도 같은 인간이어서 그 자체가 경멸적이었다. 그들에게 인간이란, 그냥 거슬리는 존재일 것 같았다. 진화한 인간은 신체적인 불리함을 채우기 위해 물리적인 무기들을 손에 쥐어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그건 스스로를 죽이는 무기를 만든 셈이긴 하다.

 

 

"땅은 시와 같아서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논리적이고, 선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삶에 대한 인간의 사고를 고양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 북극을 꿈꾸다 433p 中

 

 

우리는 같은 대지에 살아가며, 매일 적응하고 변화한다. 가보지 못한 미지의 북극에 대한 상상력을 오늘로써 고이 접는다. 배리 로페즈가 이 책 한 권에 담은 북극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생생함은, 자연에 경탄하고 뜻밖의 대지에 대한 숭고함을 느낄 수 있는, 자연과 생명의 경이로움이 가득 찬 한 권이었다.

 

 

[황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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